日常의斷想2010.05.23 23:23
봄비가 와서 평소 산책하는 남산을 갔다.
남산 정상에 서서 심호흡을 몇 번하고 타워 밑의 휴게실에서 차를 한잔 마신다.

창 밖으로 보이는 자물쇠들이 비를 맞아 그런지 오늘따라 처연하게 보인다.
듣자하니 남산을 찾는 커플들이 사랑을 맹세하며 채워놓은 자물쇠들이란다..

언뜻 보기에도 어마어마한 숫자의 자물쇠들..
저것을 보면 항상 생각나는 것은 저 들중 과연 몇 명이나 지금까지 사랑을 이어가고 있을까라는 것이다..

자물쇠의 상징은 구속이다.
스스로 상대에게 사랑을 맹세하거나 맹세를 강요하는 행위는 언뜻 숭고하고 아름답게 보이지만 인간의 마음은 그렇듯 견고하지가 않다. 어제까지 사랑하던 상대가 오늘은 하찮게 보이는 경우는 얼마든지 많다.

10년을 연애한 커플이 있었다.
둘 다 말은 안했지만 당연히 결혼도 상대방과 할거라고 서로가 운명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 날, 여자가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났는데 첫 눈에 반해 버렸다.
그 여자는 지난 10년간 의무적으로 해 오던 자신의 사랑이 얼마나 하찮은 가치없는 것이었는지 그 순간 깨달았다.

오래된 사랑일수록 땅 위에 두껍게 쌓여있는 낙엽과 같다.
보기엔 연륜이 있어 보이나 강한 바람이 불면 수 년간 쌓였던 낙엽은 한 순간 날아가 버리고 황량한 맨 땅이 드러난다.
사랑이란 이토록 허무한 것이다.

손바닥을 펼치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공기는 항상 그 위에 존재한다.
하지만 공기를 잡으려고 손바닥을 오무리는 순간, 공기는 달아나 버린다.
사랑이란 잡으려는 순간 달아나 버리는 공기와도 같다.
사랑이란 이토록 잘 사라져 버린다.

진정한 사랑이란 상대를 구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해줄 때 나에게 찾아온다.

구속받지 않고 구속하지 않는 상태에서 상대를 보고싶어 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것.
떠날 수 있는데 떠나고 싶지 않아 상대의 곁에 머무르는 것.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으면서 나의 모든 것을 다 바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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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박한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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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글이네요..

    2010.05.23 23: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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