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常의斷想2010.05.24 11:34
대학 시절 중간고사를 치는 날, 나의 단짝이 소주를 한잔 하자고 했다.
나는 오후에 전공시험이 있었는데 이 친구는 아랑곳하지 않고 잠시만 앉아있다 가란다.
어차피 모범생도 아닌 나는 그 친구를 따라 학교 밑의 소주집으로 갔다.

그리고 하는 말이..일주일 전에 여자 친구에게 이별을 통고 받았단다.
그리고 자기의 10년에 걸친 실패한 사랑이야기를 했다.

마산 출신인 그는 중학교 시절 이웃집에 살던 조그맣고 귀여운 여자 아이가 마음에 들었지만 오다가다 눈 인사만 할 뿐 한번도 고백을 못 하다가 급기야 중학교 3학년때 전 가족이 서울로 이사를 왔다.

사춘기 소년의 그립고 보고싶은 마음은 마음 한 켠에 접어두고 공부에 매진하여 그런대로 좋은 대학에 진학을 했다.
신입생 환영회를 마치고 첫 학기가 시작되어 미팅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 대학이랑 미팅을 하는 자리에서 기적적으로 어릴 때의 그녀를 만났다.

두 사람은 그 간의 그리움을 보상이라도 받을 듯이 그 날부터 사랑에 빠졌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하루라도 안보면 죽을 듯이 뜨거운 사랑을 나눴다.
그렇게 3년이 지났고...
 
어느 날, 친구들과 1박 2일로 놀러갔던 여자가 그 곳에서 다른 대학에서 온 어떤 남학생을 만났다.
모닥불을 피워 놓고 단체로 밤새 즐겁게 놀던 와중에 유독 한 남학생이 그녀의 시선을 끌었다.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던 그 남학생의 불빛에 비친 옆 얼굴 모습이 그녀의 눈에 왠지 굉장히 슬프게 느껴졌다.
그렇게 그 밤은 지나고..

여학생은 다시 서울로 돌아와 일상의 생활로 돌아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MT가서 봤던 그 남학생의 모습이 머리에 점점 강하게 박혀졌다.
매사에 이 친구의 모습에서 말도 변변히 못 나눠봤던 그 남학생의 모습이 겹쳐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다투는 빈도도 잦아졌다.
그리고 어느날, 마침내 그 여학생은 이 친구에게 이별을 통고했다.

영문을 몰라하던 친구를 남겨놓고 그 날 이후, 여자는 연락을 딱 끊어 버렸다.
혼자서 며칠을 백방으로 연락을 시도하며 고민하다 어느 날 그녀의 집 대문 앞에서 왠 남자랑 같이 걸어오는 그녀를 딱 마주쳤다.
놀랐기는 세 사람이 다 마찬가지...

한동안의 실랑이가 지난 후, 여자는 불같이 화를 내며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 버렸고..
남자 두 명은 소주 집으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이 친구는 그제서야 왜 그녀가 하루 아침에 마음이 변했는지 자초자종을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그녀의 새로운 남자친구가 이 친구에게 했던 말이다.
"어느 날, 학교를 나서는데 누가 자기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습니다. 얼굴을 보니 몇 달전에 놀러가서 만났던 여학생이었습니다. 자리를 옮겨 같이 맥주를 마시면서 그녀는 자기가 보고 싶어서 왔다고 했습니다. 사랑한다고 했습니다. 저도 그녀가 첫 눈에 마음이 끌렸던 터라 우리는 금방 사랑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다른 남자친구가 있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한 번도 거기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았어요.."

여기까지 얘기한 그 친구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였다.
그리고 하는 말이 그것이 어제밤에 일어난 일이었단다.
그러면서 나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

나는 그날 당연히 시험을 못갔다 (그 과목은 전공필수라 군 제대후 재수강을 해야 했다).
대신에 우리는 밤새 술을 마시며 사랑의 허무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영원한 사랑은 없다고 한탄하는 친구의 등을 두드려 주며 세상에는 참된 사랑도 많지만 한 사람만 쳐다본 니가 그런 진정한 사랑을 아직 못 만났기 때문이라고 위로했다.

그 날 이후, 나는 그 친구를 보지 못했다.
학교에 휴학계를 내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후, 나는 군대에 입대를 했던 것이다.
사랑의 쓴 배신을 맛봤던 친구..
언젠가는 다시 한번 만나 소주를 나누며 그 동안에 원숙하게 성장했을 속마음을 한 번 들여다 보고 싶은 친구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자기의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오랜 그리움을 품은 뒤에 만났다고 그 사랑이 진정한 사랑일까...?
사랑의 자물쇠를 채운다고 그 사랑이 진정한 사랑일까..?
10년, 20년에 걸쳐서 한 사람만 만난다고 그 사랑이 진정한 사랑일까...?
첫사랑을 결혼까지 끌고가는 사람이 드물듯이 사랑은 생각보다도 훨씬 유동적이다.
오늘은 참사랑이라고 철썩같이 믿지만 내일은 알 수 없는 것이 사랑의 본질이다.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은가..?
지금 이 순간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라.
상대에게 아무 것도 요구하지 말고 지금 당신이 할 수 있는 정성을 다하여 사랑하라.
언제라도 상대의 마음이 떠나갈 수 있다고 마음의 준비는 하되, 가능하면 그런 마음이 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여 사랑하라.

그렇게 한다면 설혹 내일 상대가 당신을 떠나더라도 당신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 사람은 당신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모른 것은 당신이 아니라 상대방이기 때문에..
당신에게 남은 것은 참사랑의 가치를 아는, 더 나은 상대를 찾을 안목이 커졌음을 느낄 것이다.

상대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면서 나의 마음을 다 바치는 사랑은 결코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
당신이 바치는 그 사랑이 바로 진정한 사랑이기 때문에..
신고
Posted by 소박한 독서가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그러게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나부터 먼저 생각하고
    받기만 하다가 실패한 사랑은 늘 미련을 남기더군요.
    아낌없이 주는 원없는 사랑은 결코 손해보는 일이 아니라는 말씀에 공감 꾸~욱입니다.

    2010.05.24 20: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감사합니다~ 안다님의 여행기는 하나씩 하나씩 잘 구경하고 있습니다. 보면서 항상 부러운 마음을 가지고 돌아 온답니다~ㅎ 좋은 밤 되세요~~

      2010.05.24 22:13 신고 [ ADDR : EDIT/ DEL ]
  2. 새로운 사랑을 준비하고 있는 저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무엇을 해줄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지 않고 내가 해주고 싶은 것을
    언제 어디에서나 기습적(?)으로 준비하는 저의 스타일상, 어떤 연애가 될지 약간 예상되기도 하지만
    제 새로운 사랑을 위해서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답니다. ^^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2010.05.25 22: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새로운 사랑 꼭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2010.05.30 22: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소박한 독서가가 추천하는 책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