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常의斷想2010.08.07 15:11

나에겐 '소리'라고 불리던 강아지가 있었다.

자주 들락거리던 종로 3가 허리우드 악기점의 주인이 기르던 강아지가 너무 새끼를 많이 낳았다면서 한 마리 줄테니 키워 볼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냉큼 받아왔던 놈이다. 
그리고 나랑은 12년을 같이 살다가 수 년전, 마침내 저 세상으로 갔다.

요즘 이웃들의 애완견 글을 보면 소리 생각이 참 많이 난다.
나를 못살게 굴고, 의자에 뛰어올라 나의 무릎이나 엉덩이 뒤쪽에 떠억하니 자리잡고 앉아야 (덕분에 나는 의자에 엉덩이를 살짝 걸치고 앉아야만 한다) 직성이 풀리는 놈이었는데 이제는 엉덩이를 빼줘도 뒤에 앉아서 잘 놈이 없다.




대문 앞에서 하루종일 주인이 퇴근하기만 기다리다 부리나케 품안으로 뛰어들곤 하던 놈.
집안에 달랑 두 사람만 사니 한 사람이 외출이라도 하면 하루종일 대문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기다리는 모습에 마음이 짠하여 그런 날은 맛있는 것도 더 많이 줬던 놈.

숫놈이었는데 생전에 총각딱지를 못 떼준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
동물병원 의사에게 물어보니 한번 짝을 맺어주면 내내 주인을 성가시게 졸라대니 아예 안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그냥 뒀었는데...수의사가 한 때는 아예 거세를 시키라는 제안을 하길래 그것은 거절하고...그렇다고 좁은 집안에 암놈을 한 마리 더 들여 놓을 수도 없었고...그렇게 차일피일하다가 보내 버렸다.

성격이 워낙 밝아 집안을 내내 뛰어 다니며 어질러곤 했었는데 죽기 전 날에는 왠 일인지 자기 집에서 꼼짝도 안하며 조용히 있어서 이상하게 생각을 했었다 (저 놈이 이제 철들었군..하면서).
그런데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그게 그 놈 방식대로의 우리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것이었던 듯 하다.

저녁부터 밤까지 자기 집안에 앉아 눈만 말똥거리며 내내 나의 눈을 응시하던 소리..
그리고 다음날 아침, 소리는 죽어 있었다.

그 날, 어찌나 마음이 슬프던지 회사에도 반차를 내고 혹시라도 가는 숨이 붙어 있을까 싶어서 온갖 짓을 다 했지만 한 번 떠나간 놈은 그만이었다.

같이 살 때는 몰랐는데 떠나고 나니 한동안은 집도 그렇게 휑할수가 없었다.
동물도 같이 오래 살다보면 가족이 된다.
가족이란 원래 그런 것이겠지..

이제는 죽은 지도 꽤 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 여름 이 때쯤이 소리가 죽은 날인 듯 하여 사랑의 마음을 담아 한자 쓴다.
신고
Posted by 소박한 독서가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호빵마미

    12년을 함께 살았다면 가족이네요~~
    사람이든 애완동물이든 정떼기가 힘든건 마찬가지 아닐까싶네요~~
    이참에 하나 똘똘한 놈으로 키워보심이..

    2010.08.07 15: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안그래도 그런 생각도 했었지만 헤어질 때 생각하면 안키우는 것도 좋겠다 싶더라구요..좀 더 나이들어 제가 먼저 죽을 때가 되면 그때나 함 키워보죠~ㅎㅎ

      2010.08.07 15:58 신고 [ ADDR : EDIT/ DEL ]
  2. 저도 강아지 사왔다가 한 달 밖에 못살고 죽은 일이 있어요..정이 덜 들어서인지...그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지금 같이 사는 멍이씨는 벌써 7년이 되어서..언젠가 이별하는 날이 온다면..어떡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딸 말로는 제가 멍이 따라 죽을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미리 아파할 일은 아니지만..나중에 정말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요.
    울 멍이씨도..총각이에요...^^ 정확이 말하면 반총각 ^^
    딱 한 번 동네에서 어떤 아저씨들이..뭐라고 구시렁대더니..암멍이 한 마리를 데려와서..
    저보고 조금만 어디 갔다 오라고 하더니..둘이 순식간에 ㅠㅠ

    그게 한 건지 어쩐지는 모르겠어요. ㅎㅎ 그노무 아저씨들 그냥!

    2010.08.07 15: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멍이군요~^^ 그래도 있을 때 많이 사랑해 주세요~ 그 아저씨들 그래도 참 신경 마니 써 주셨네요^^

      2010.08.07 15:59 신고 [ ADDR : EDIT/ DEL ]
  3. 정들었던 강아지가 그렇게 떠나갔군요. 참으로 생각이 많이 나겠어요.
    힘내세요. 즐거운 주말 되시구요.

    2010.08.07 15: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사랑스런 애완견이 저세상으로, 슬프네요. 저도 강아지 좋아하는데.

    2010.08.07 15: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저도 엣날에 페키니즈를 한마리 기르다가 혼자 내버려 두는 시간이 많아 잘 키울 사람 찾아 줘버렸댔죠...한 달 붙인 정도 정이라고 보내고 그날 밤 어찌나 눈에 밟히던지...10년이상 동고동락 하셨으니 그 마음 오죽하셨겠습니까...

    2010.08.07 16: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시향

    울 강아지 말티인데 5살,,,

    2010.08.07 16: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삼고초려

    저도 강아지를 무척 좋아 하지만 어릴때 몇놈 슬프게 떠나보내는 바람에... 지금도 마음은 있지만 다시 헤어질것 생각이 앞서서 못키우고 있습니다.... 대신 다른분들의 멍멍이들은 실컷 귀여워 해주고있습니다 ㅎㅎ

    2010.08.07 17: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랑 같은 입장이시네요..ㅎㅎ 어차피 이젠 키워도 빈집지킬 확률이 많으니 안키우는게 나을 것 같아서 생각안하고 있습니다.

      2010.08.07 23:01 신고 [ ADDR : EDIT/ DEL ]
  8. 그런 아픈 사연이 있으시네요~애완견도 같이 살며, 정들면 자식같죠..저는 키워 보지는 않았지만
    그럴것 같아요..예쁘잖아요 주인을 따르고 순종하고.. 블로그를 하다보니 그런 저런 얘기를
    듣고하니 때론 같이 공감하는 큰 대가족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요.. 좋은 저녁 되세요!!
    오늘은 2번이나 좋은 글 보네요.. 좋은 시간 되세요~~

    2010.08.07 19: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맘이 아프시겠습니다. 요즘은 강아지도 가족과
    마찬가지인데요. 힘내십시요^^

    2010.08.07 19: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아...안타깝네요 ㅠㅠ

    2010.08.07 21: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어차피 만나면 헤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오래 전 일이라 이젠 슬픔은 다 없어졌죠..
      감사합니다^^

      2010.08.07 23:04 신고 [ ADDR : EDIT/ DEL ]
  11. 동물에게 정이들면 먼저 보내야 한다는 아픔이 있지여...ㅠㅠ

    2010.08.07 21: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코끝이 찡하네요. 이별 연습이 필요할까요?

    2010.08.07 22:3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저도 작년쯤 애완견을 떠나보냈었는데, 사정이 있어서 곁에 있어주지 못했어요
    다른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강아지가 죽기전에 강아지 스스로도 자기가 죽을걸 알고있는듯이 행동한다더군요
    운동도 좀 자주 시키고 했어야 하는데 하는 죄책감이 많이 들더라구요 ㅜ
    건강에 대한건 '에이 설마' 하는 생각은 절대 하면 안된다는걸 느꼈어요..

    2010.08.07 23: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슬픈 일을 겪으셨네요..
      동물은 자기의 죽음을 미리 안다고 하네요..
      이제 더 이상 죄책감은 느끼지 마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무지 더운 날이예요.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2010.08.08 13:27 신고 [ ADDR : EDIT/ DEL ]
  14. 전..

    전 13년 동안 키운 개가 한마리 있었어요.
    집안에 호흡기 환자가 갑자기 생겨서.. 부득이하게.. 봐줄 사람도 없고...
    집 앞 동물병원 앞에서 팔팔한 놈을 안락사를 시켰는데요....
    아.. 정말 못할짓이더군요..
    마지막길 배웅해 주려고 가족 중에 저 혼자.. 그 옆을 지켜줬는데..
    미안해.. 미안해 라는 말밖에 안나오데요 ^^.....
    2009년 12월 26일 4시에 떠나보낸 잊지못할 제 반려견.. 너무나 보고싶습니다.

    이 댓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흐르네요....

    2010.08.08 00: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너무 마음아픈 일을 하셨군요..
      차라리 길에서 주웠다 그러고 동물보호소에 맡기는게 나을 뻔 했습니다. 나머지는 운명에 맡기고...하지만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이니 잊어 버리세요..다음에 키우는 강아지가 있으면 많은 사랑 주시구요..더운 일요일이네요..건강 조심하세요~

      2010.08.08 13:29 신고 [ ADDR : EDIT/ DEL ]
  15. 바라미

    소리야!!

    안녕...

    2010.08.08 00: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아~ 전에 말씀 하시던 그 애완견이 소리였군요..
    언젠가 헤어지게 되어있다지만
    울 초코랑 헤어짐은 상상이 안되네요...

    괜시리 울적해지는군요...ㅠㅠ

    2010.08.08 03: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여우님, 초코랑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세요~^^
      저 위의 이웃이 여우님을 지칭하는건 아니니 조금도 부담갖지 마시고 앞으로도 재미있는 초코 이야기 많이 올려 주시고요..더운 날 건강 조심하며 보내세요~^^

      2010.08.08 13:31 신고 [ ADDR : EDIT/ DEL ]
  17. 음... 가족의 빈 자리는 정말 겪어 본 사람만이 알게 되죠.
    그때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녀석 아직도 소박한 독서가님을 응시하고 있는 것 같네요...

    2010.08.08 06: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ㅎㅎ..정말 그렇죠?
      저 사진땜에 더 보고싶은지도 모르겠어요.
      지워 버릴까 생각하다가도 차마 마지막 남은 두 장중의 하나라 그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날이 매우 덥습니다. 시원하게 보내세요~~

      2010.08.08 13:33 신고 [ ADDR : EDIT/ DEL ]
  18. 왠지 마음이 짠...하네요 ㅠㅠ

    2010.08.08 10: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검은괭이2님, 괜히 즐거운 휴일에 우울하게 만들어 드린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다 오래전 일이니 지금은 다 잊었어요^^ 요망 때쯤이 그 놈이 죽은 날인 것 같다는 생각에 한자 올렸습니다. 즐거운 휴일 되세요~^^

      2010.08.08 13:34 신고 [ ADDR : EDIT/ DEL ]

[소박한 독서가가 추천하는 책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