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常의斷想2010.09.26 15:55


가을이면 여행을 떠나고 싶다.
정해진 목표도 없이..
갑자기 집을 나서 되는대로 발걸음을 하다가 멈추는 곳에서 그 곳의 음식을 먹고 그 곳에 사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인생을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아저씨, 어디서 오셨어?"
"네, 서울에서 왔습니다"
"어디까지 가시는데? 여행오셨수?"
"그냥 한 사나흘 정해진 곳 없이 이리저리 다녀 볼려구요.."
"참, 팔자도 편한 양반이네...돈들고 힘들게 뭘 그리 다녀..."

소설이 아니고 이전에 진짜로 어느 나이 지긋하신 민박집 주인 아저씨와 나눴던 대화다.

그 아저씨가 밤에 방문을 똑똑 두드리더니 심심할텐데 마당 평상에서 막걸리나 한잔 하자신다.
나도 방에서 딱히 할 일도 없던 터라, 흔쾌히 호의를 받아들여 마당에서 주인 아저씨와 술잔을 주고 받았다.
"가족은 없어?" 아저씨가 물었다.
"있죠. 집에 집사람도 있고..."
"근데 왜 혼자 다녀? 집사람은 어쩌고?"

물어 보시는 품이 혹시 부부싸움이라도 했나..하는 표정.
아무래도 남자 혼자서 자기 집에 묵고 가는게 좀 궁금하셨던 모양이다..ㅎㅎ

"그게 아니구요, 그냥 가끔 집을 떠나 이렇게 이,삼일씩 밖을 다닙니다. 그러다 보면 생각도 정리되고, 좀 활기가 생겨서요.."
"사모님이 계시다미? 집사람은 가게 놔 줘요?"
"집사람도 지금 혼자 외국에 여행갔는데요, 뭐...하하"

그 말을 들으신 아저씨, 참으로 이상한 부부도 다 있다라는 표정과 함께 하시는 말씀이,
"에휴~ 아무튼 팔자 좋수...나야 농사만 지으니 나갈 시간도 없고 돈도 없지만..."

그 뒤 한 시간여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지만 나는 끝내 혼자 여행을 다니던 이유를 납득을 못 시켜 드렸고...그렇게 막걸리 두 병을 비우고서야 우리는 각자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아침에는 다시 거나하게 차려주신 아침밥을 먹고 감사의 인사를 몇 번이나 드린 후, 나는 다시 길을 떠났다.

그 기억이 이상하게도 오래 남는다.
다른 장면은 희미한데 시골집 평상에서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민박집 아저씨와 막걸리를 기울이던..

나의 여행을 끝내 이해를 못하시던 그 분.
평생을 자식들 뒷바라지하느라 일만 하기에도 바쁘셨을테니 그럴 생각을 해볼 여가도 없으셨을 터.
하지만 먹여 살릴 자식을 가지지 못한 나는 그런 자유를 누리고 있으니 일장일단이 있다고나 할까...


혹자는 자식이 없으면 노년이 쓸쓸하다라는 말을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즐길 취미가 다양하게 있는데 왠 쓸쓸?
주위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없고 내가 뭘해야 할지도 모를 때는 <쓸쓸>이란 표현이 맞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있는 시간은 <고독>이란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인생은 누구나 자기의 짐을 혼자 짊어지고 가는 고독한 여행이다.
그리고 고독은 가족이나 친지, 자식의 유무와 상관없이 마치 어느날 갑자기 불어 닥치는 초겨울의 찬바람같이, 문득문득 인생의 짐을 느낄 때는 누구에게나 들이 닥친다.
예고도 없다.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는다.

어느 날, 인생의 허무함과 함께 갑자기 가슴에 구멍이 뚫린 듯한 허전한 기분을 뼈저리게 느껴 본 사람들은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아시리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떠난다.
고독은 고독으로 치유를 해야만 인생과 사랑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아가서 고독을 즐기고 이기는 법을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의 가슴 속에 행복이 가득할 때는 쓸쓸함이나 고독이 덤비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인 이상, 언제까지 행복하게만 살 수는 없다.
어느 날, 나의 마음이 미칠듯이 허전할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며칠 간의 고독한 여행을 끝내고 다시 그리운 사람들 곁에 돌아왔을 때의 행복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하다.
그리고 '아..내가 정말로 행복한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가족과 지인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깊어지고 나의 내면에 더 충실하게 되는 것이다.
 
가을에 고독한 분들,
혼자서 여행을 떠나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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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박한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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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가을

    세상에..독서가 님, 좋은 책만 소개하고 평을 하시는 줄 알았는데...이렇게 숨은 글 실력이....
    완전 놀랍니다. 물론 좋은 책을 소개하고 평을 하시니 당연히 글도 잘 쓰실거라 생각은 했지만요.
    그리고요, 동감입니다. 저도 그렇게 이삼 일 저를 정리하고 생각하는 사색의 여행을 늘 꿈꾸거든요.
    조만간 떠날거고요....순례자처럼 걷는 여행..이 가을에요..

    2010.09.26 18: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가을님, 비행기 태우시면 안됩니다.
      떨어지면 아프니깐요..ㅋㅋ
      그리고 저 글 못쓰는 것은 제가 압니다 ㅎㅎ
      좋은 밤 되시구요^^

      2010.09.28 20:34 신고 [ ADDR : EDIT/ DEL ]
  3. 오랜 겨울잠을 깨고 컴백.......................................이라고나 할까요. ^^ ㅋ
    알라딘 광고창이 어제새벽부터 노출이 안되고 있어서 제 블로그의 문제인줄알고 있었는데
    소박한 독서가님 블로그에 오니까 똑같이 노출이 안되고 있네요..
    흐음.. 제 컴퓨터의 문제인가......확인 한번 부탁드려요~ ^^

    여행과 고독, 고독과 여행...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가 있다고 생각되요.
    저는 소박한독서가님을.. 여행기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고요....
    혼자서 떠나는 여행.... 군대가기전에 한번, 군대제대후에 한번 갔다왔죠..
    지금도 회사일만 아니면 여행혼자 떠날 궁리만...............

    2010.09.26 18:1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컴백 환영드립니다^^
      가끔 그런 것이 좋을 때가 있죠..
      너무 컴앞에만 있는 것 보다는 가끔씩 탈피해서 여유를 부려보는 것이 좋아요^^

      2010.09.28 20:35 신고 [ ADDR : EDIT/ DEL ]
  4. 비밀댓글입니다

    2010.09.26 18:41 [ ADDR : EDIT/ DEL : REPLY ]
  5. 독서가님 우리 가을 한 끄트머리 길 위에서 만날까요?

    2010.09.26 18: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내일은 하루종일 등산을 할려구요....^^
    천천히 걸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보고 아름다운 가을 경치도 보면서요.

    2010.09.26 19: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혼자서 떠나는 거창한(?) 여행보다는 혼자 등산하는게 더 좋네요 ~ 저는 ^^

    주말 잘 보내셨어요 ?

    2010.09.26 19: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네..이류님, 이제야 답글을 드립니다.
      책 한권에 물 한통, 김밥 한줄들고 가는 혼자가는 등산은 정말 낭만적이죠..나무밑에서 잠도 한숨 자고...ㅎㅎ

      2010.09.28 20:38 신고 [ ADDR : EDIT/ DEL ]
  8. 누구나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하겠죠.
    혼자 이곳 저곳 이사람 저사람 만나보면 어떤땐 배우는 것도
    많더라구요.
    2-3일 정도 혼자 지내다 집에 갔을때 가족이 있음이 얼마나 포근하게
    여겨지는지 아는 분들만 알걸요...ㅎㅎㅎ

    2010.09.26 19: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여름 올레길을 그렇게 걸었어요.
    혼자서 말이죠.
    만나는 할머니들과 대화도 하고
    참 좋았어요.
    가을, 또 다시 여행을 훌쩍 떠나고 싶지만
    일이 제 발목을 잡네요. ^^

    2010.09.26 21: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참 멋있으세요^^
      그렇게 혼자하는 여행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죠..
      옆에 이야기할 사람이 없으니..
      다음엔 언제 가실건가요?^^

      2010.09.28 20:43 신고 [ ADDR : EDIT/ DEL ]
  10. 이젠 혼자 다니는 여행보단 우리딸 현진이 손잡고 다니는게 더 좋아요 ㅎ
    재잘재잘 ㅎㅎ
    어딜가도 애 걱정 때문에 차라리 댈구 다서는게 더 좋드라고요 ㅎ
    훌훌 다니실때 많이 다시는게 좋을듯 ㅎㅎ
    가을여행 참 사색적이고 좋은것 같아요 ^^

    2010.09.26 21: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몸은 좀 어떠신지요? 댓글을 늦게 확인해서 이제서야 들렸네요.
    아시는 블로거분들이 아프셔서 이런 얘기를 들으면 깜짝 놀랍니다.
    크게 아프신 건 아니시죠? 무탈하시리라 믿겠습니다. 꼭이요!!
    주말 편한 휴식으로 마무리 되시길 빌께요~ ^^

    2010.09.26 22: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정말 좋은 블로그를 발견한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링크 추가하고 자주들려 좋은 생각 얻어가겠습니다. ^^

    2010.09.26 23: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그렇지요,결국은 혼자지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옆에 있어도 지워지지
    않을 고독은 있지요.
    홀로 여행을 즐기시나 봅니다.
    멋지십니다.

    그런데 위의 딩님 댓글보니,.어디 몸이 안좋으신건가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2010.09.27 03: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저도 여행을 떠나야 겠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기전 무언가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여행을 떠나고 싶어집니다^^

    2010.09.27 06: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고독한데 혼자 여행을?
    더 고독해지는건 아닐까요???
    저는 여행은 좋아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하는 여행이 좋아요~
    혼자도 싫고, 고독도 무섭고...
    아직 미성숙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저는 혼자 하는건 자신없어요~ㅎㅎ

    2010.09.27 13: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여우님은 가족들과 아기자기 화목하게 사랑하며 웃고 사시는게 딱 어울리십니다^^ 혼자 떠나시면 아마 다음날 TV에 사람찾습니다 광고 나오실듯...ㅎㅎ

      2010.09.28 20:40 신고 [ ADDR : EDIT/ DEL ]
  16. 호빵마미

    혼자하는 여행..
    정말 하고싶은데..
    워낙 겁쟁이라..ㅋ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는..
    낯선여행지에서 처철하게 느끼는
    깜짝고독을 느껴보았을때..공감..^^

    잘지내셨죠~~
    건강하시고..
    행복한일들만 가득하시길요~~^^

    2010.09.27 16: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혼자 여행을 떠나보라~~ 많이 동감하는 부분이예요!
    이 가을 가까운 거리가 아닌 알지 못한 곳으로 먼 여행을 떠나고픈 마음입니다.
    곧 떠나시나요? 보따리 짐 등에 메고 저도 달랑 달랑 뒤따라 갈까요?ㅎㅎ
    전 혼자는 거의 여행을 안 가본지라.. 좀 두려운 마음은 있어요..
    둘이서는 가봤어도... 그래도 혼자만의 조용한 여행이 때로는 필요할것 같은 요즘이니
    한 번 지리산쪽으로 가볼까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2010.09.27 19: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숙박 없이 당일치기로 혼자서 여행을 떠나도 좋을 듯 하네요.

    2010.09.28 13: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고독한 남자이고 싶습니다. ^^

    2010.09.28 13: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참글을 잘쓰시네요 부럽습니다 책을 많이 읽으신게 많이 글에서 느껴집니다

    2010.09.30 20: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참글을 잘쓰시네요 부럽습니다 책을 많이 읽으신게 많이 글에서 느껴집니다

    2010.09.30 20: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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