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들2013.05.10 16:18

 

 

 

1.

 

아침부터 오른쪽 어깨 부분이 약간 욱신거리더니 지금도 여전하다.

간밤에 잠을 잘 못잤나 싶어서 목을 계속 이리저리 돌려 보지만 별 효과는 없다.

 

거실 창 옆으로 가서 상체는 똑바로 하고 고개만 틀어서 밖을 본다. 이렇게 하면 어깨가 조금 편하다.

 

어제부터 내리기 시작한 봄비는 거의 그친 듯 보이지만 하늘은 여전히 짙은 구름을 드리우고 있고, 산등성이의 운무 사이로 보이는 비에 젖은 건물들의 모습이 황량하고 차가워 보인다.

 

왜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모습은 항상 낯설게 느껴질까.

 

콘크리트 건물들의 숲에서 시선을 밑으로 내리니, 밤 사이의 비로 더욱 싱싱해진 아파트내의 가로수들과, 또 그 나무들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진홍빛의 아름다운 철쭉들 그리고 그 사이로 우산을 든 사람들이 바쁜 듯 걸어가고 있다.

 

신기하게도 마음에 포근한 안도감이 피어난다.

아무 느낌도 없는 회색빛 건물의 우중충함 대신 나무 몇 그루의 싱싱함에 이렇게 위안을 받는 것을 보니 역시 사람은 자연을 떠나서는 살 수 없나 보다.

 

건물만 있고 나무는 없는 도시.

생각만 해도 우울해진다.

 

 

2.

음악 플레이어의 스위치를 켠다.

 

MP3를 물려 놓았는데 보관중인 재즈와 클래식 CD는 물론이고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받은 음악들까지 다 집어넣은 것이라, 리모컨의 스위치를 누르면 스피커를 통해 10,000여 곡에 달하는 곡들을 스스로 알아서 무작위로 재생해 준다.

 

나름 꾸준히 적성에 안맞는 곡들은 지우고 새롭게 좋아하는 곡들은 집어넣은 것이라,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음악들의 도서관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다. 여행갈 때는 MP3만 빼서 가도 되고, 몇 달 내내 음악만 들어도 똑 같은 곡은 절대로 나오지 않으니 지겹지도 않고 나름 꽤 만족하며 듣고 있다.

 

날씨로 인해 계획했던 밤하늘로의 여행은 포기했지만, 커피 한 잔과 함께 조용한 방 안에서 이렇게 듣는 음악의 선율은 언제나 여유와 편안함이라는 귀한 선물을 준다.

 

음악은 선일까, 악일까?

신들은 음악을 듣지 않으니 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쨌거나 내 마음이 이렇 듯 고요한 것을 보면 확실히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 것 같다.

 

 

3.

굉장히 귀에 익은 선율이 흐른다.

 

Buddha Bar.

이태원의 단골 바에서 즐겨 듣던 명상음악이다.

 

어둑한 바의 조명 속에서 보드카에 깔루아를 탄 블랙 러시안의 달콤한 듯 진한 향기와 함께 몽롱한 듯 마음을 취하게 만들던 묘한 선율의 첫 기억이 떠오른다.

 

"아가씨, 지금 나오는 이 음악CD 자켓 좀 볼 수 있나요?"

 

바텐더가 가져다 준 Buddha Bar Ⅴ 음반을 보며 흐르는 선율들의 제목을 알아보는 재미에 빠져버린 나는 이후 그 집의 단골이 되었고, 안면을 튼 그녀는 내가 가면 어김없이 10여집에 달하는 방대한 음반 시리즈를 무작위로 돌아가며 틀어 주었다.

 

6장의 CD가 들어가는 내 차의 플레이어에도 한두 장은 항상 장착하여 드라이브를 하면서 즐겨 듣곤 했던 음악이라 그런지, 오늘같이 세상이 비에 젖어있는 날은 조용히 듣고 싶은 음악 중의 하나이다.

 

내친 김에 20여장에 달하는 Buddha Bar 앨범 전체를 예약해 놓고.

 

이어지는 달콤한 멜로디.

 

우중충한 날씨에 가라 앉아 있던 마음이 점점 밝아 온다.

 

 

4.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을 다시 펼쳐 든다.

전자책을 잠시 내려 놓고 간만에 집어든 종이책이다.

 

마음을 비우고 귀는 음악의 선율에 맡기며 편안하게 읽는 책.

오랫만에 듣는 페이지 넘어가는 소리가 정겹다.

일부러 문장에 줄도 그어 본다.

 

시선이 가는대로 내용은 물 스며들 듯이 머리속에 침착되고.

 

 

나는 개인적으로 독서하기 가장 좋은 계절은 겨울이라고 생각한다.

 

길고 긴 밤만큼 책을 읽기 좋은 시간은 없기 때문이다.

여름은 밤도 짧지만 더위에 지치다 보면 의외로 독서가 잘 안된다.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겨울-봄가을-여름 정도?

 

그러나 오늘만큼은 예외다. 하하

 

 

 

 

p.s.) 사진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구글에서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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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박한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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