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常의斷想2013.07.17 14:55

  

 

 

 


누구에게나 친구는 있다.

학창시절, 사회시절 통털어 작게는 수 명에서 많게는  백명의 친구들을 사귀면서 넓은 교우관계를 과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동창회 모임은 남자들 세계에서는 학창시절 때 맺은 친구들과의 교제를 사회에 나와서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중요한 모임이 된다.


동창회란 무엇일까?

10년 넘게 동창회에 참석해 본 경험으로 말해 본다면, 학창시절 친구들과의 친목유지와 또 서로가 성공적인 사회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서로 격려하고 힘을 북돋아주는 곳이 아닐까?

문제는 과연 얼마나 많은 동창모임들이 이런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을까라는 점이다.



<동창회는 끼리끼리 모임?>

동창회는 그 특성상 새롭게 얼굴을 들이민 친구들도 간혹 찾아오기 마련인데, 기존 참석자들은 잠깐 안테나를 세워 그 친구의 세속적인 위치나 사회적 영향력을 나름대로 검토한 후 내게 별 도움이 되지 않겠다 싶으면 슬그머니 다시 그들만의 리그로 돌아가 버리는 경우가 많다. 새로 온 별볼 일 없는(?) 친구는 스스로 알아서 기존 구성원들의 대화에 끼어 들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그 불쌍한 아웃사이더는 그냥 끝날 때까지 어정쩡하게 분위기를 맞추다가 슬그머니 집에 가버리고 몇 번 이러한 행태를 반복하다가 어느 날부터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된다. 그러니 10년이 지나도 동창회 모임에 가면 그 얼굴이 똑 같은 그 얼굴들이다.

 

동창회는 친한 친구들끼리만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하는 곳이 아니다.

또한 소위 잘 나가는 친구들과만 관계를 가까이 함으로써 미래에 내가 필요할 때 이용할 활용처로 보험을 들어놓는 그런 공간도 아니다.

새로운 친구가 나타나면 그 친구가 무엇을 하건 어릴 때 몰랐던 친구라 할 지라도 따뜻하게 대해 주고 기존 구성원들과 잘 융회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써 노력해야 할 것이다.

 


<상호간에 매너가 부족한 모임?>

친구들 서로간에도 육두문자를 쓰지 않으면 대화가 안될 지경이다.

마음이 편해서인지는 몰라도 술집에서 고성방가도 예사다 보니 남들에게 민폐를 끼치기 일쑤다. 미안한 마음도 전혀 가지지 않는다. 사회에는 많은 모임들이 존재하나 동창회만큼 매너없고 공중예의를 지키지 않는 모임도 드물 것 같다.


얼마 전, 지인이랑 종로3가의 어느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바로 뒷자리에서 진한 경상도 사투리의 50대로 보이는 남자 대여섯 명이 왁자지껄하게 웃고 떠들며 술들을 마시고 있었다. 


이미 거나하게 술들이 올랐는지 술집이 떠나가게 '개x끼야'를 섞어가며 거침없이 대화들이 오가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일부러 들은게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부산의 모 고등학교 동창들인 것 같았다.


일행 중의 한 명이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야, XX야, 이 술값 니하고 내하고 반반씩 내자그런데 내가 오늘 등산간다고 지갑을 안가져 왔으니까 XX 니가 먼저 카드로 계산해라. 내가 다음에 부쳐줄께"


순간 피식 웃었다.

이전에 많이 듣던 동창회 모임 끝무렵의 단골 레파토리가 아닌가?ㅎ

무슨 말 하는지 눈치빠르신 분은 알 것이다.

저 사람이 60만원도 아니고 달랑 6만원 남짓 나왔을 술값의 반인 3만원을 나중에 보내 줄까? 

글쎄...ㅎㅎ


돈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보통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끼리는 서로 예의라도 지키면서 만나지만 동창회에서는 최소한의 예의나 존중도 별로 볼 수 없다. 

허름한 소주집에서 술값이 나와봐야 얼마나 나오겠는가?

모임이 있는 날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등산가느라 지갑을 안가져 왔다는 핑계로 술값이 아까워서 계산을 못하는 사람이 왜 당당하게 친구에게 돈을 대신 내라고 요구하는가를 말하는 것이다. 다른 모임에서 이런 짓을 한다면 욕을 들어 먹을 것이 뻔한 행동들이 동창회에서는 태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조용히 앉아있는 호구에게 얻어먹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야말로 치졸하기 짝이 없는 행태가 아닌가.


모임을 하면 보통 1/n로 회비를 거두기 마련인데 이것이 2차, 3차를 가게 되면 중간에 다 소진이 되고 다시 회비를 거두기도 애매할 때는 결국 2차를 주장한 사람이나 아니면 누군가가 지갑을 열어야 한다. 이때 벌어지는 상황은 정말 재미있다.


슬슬 자리가 파할 시간이 되어 가면 갑자기 옆자리에 앉아있는 놈과 1:1로 머리를 맞대고 뭔가를 굉장히 심각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사람. 집에 가자고 하면 그 때서야 화장실에 가서 족히 10분은 있다가 나오는 사람, 끈 달린 구두를 신고 와서는 어느 누가 계산대 앞에 설 때까지 구두끈을 묶고 있는 사람, 다들 자리에서 일어서는 절묘한 타이밍에 전화가 와서 계산이 끝나고 나서야 통화를 끝내는 놈도 있고...아니면 위의 경우와 같이 누군가를 지명하여 바가지를 씌우기도 한다.

 

특히 "니 요새 잘 나간다면서? 오늘 술은 니가 사지?" 하는 말을 듣는 친구는 거의 술값계산에서 독박을 써야하며 이런 덮어씌우기에는 거의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거절하거나 1/n로 하자고 하면 친구들 사이에서 얼마 되지 않는 돈가지고 치졸하게 구는 놈이라는 오명을 쓰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나의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동창회 모임에서 자기 자랑에 열을 올리거나 말 많았던 친구들이 나갈 때 계산에 앞장서는 경우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정말이다. 그들의 사회적 직업이 정치가이건 사장이건 의사이건 상관없다. 그들의 공통점은 오직 하나이다. 술자리에선 최고가 되고 싶어 하지만 아무리 값싼 호프집에서라도 계산에는 예외없이 누군가가 대신 내어주기를 바란다. 

 

누군가에 의해 계산이 끝나면 이런 친구들이 꼭 덧붙이는 한 마디가 있다. "내가 살려고 했는데 왜 니가 내노?" 그리고 우정과 단합을 외치며 헤어진다.

 

내가 대인배가 아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내가 경험한 동창회는 대개가 이런 모임이다.

각설하고,

 

이런 무매너에 치졸한 짓들이 태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곳에서 무슨 우정이 깊어지고 진정한 친구가 만들어지겠는가?


 

<동창회=비즈니스를 위한 인맥관리의 장소?>

동창회가 끝나고 나면 서로간의 바쁜 생활이 있기도 하겠지만 개인적으로 따로 만나 술 한잔 나누기도 쉽지 않다. 예외도 있겠지만 동창회에서 보는 대부분의 친구는 다음 동창회에서 볼 수 있을 뿐이다. 친구 따로, 동창 따로인 것이다. 다들 바쁘게 사는데 그거면 되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다시 묻겠다. 그들은 서로 친구일까? 그냥 인맥이 필요한 아는 사람일까?


식당을 하는 어느 동창은 20년 가까이 나에게 홍보 문자를 보낸다. 반면에 그 친구는 따로 나에게 전화하여 차라도 한잔 하자라고 제안한 일조차 없다. 오히려 부탁을 받아 몇 번 찾아가 도와준 일은 있지만 형식적인 인사 몇 마디를 끝으로 그 뒤로도 계속 비슷한 도움이 필요할 때만 연락을 했다.


XX 회사에서 영업 책임자를 맡고 있던 어느 친구는 학교 졸업후 처음으로 우리 회사에 찾아와 회사 집기들을 구매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내가 구매부 책임자나 총무부장도 아니고 대표이사도 아니니 결정권이 없기도 하지만 30년 만에 처음 회사로 찾아와서 한다는 소리가 영업인가? 친구라면 먼저 밖에서 만나 소주를 한잔 나누며 서로간의 안부를 묻고 그 뒤에 비즈니스를 시작해야 정상 아닌가?


나도 그냥 돌려 보내서 지금도 마음 한 구석에 찜찜하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나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을 내가 친구로 대해줘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어릴 때의 그 친구들은 어디 가고 다들 사업 수단으로만 나를 대하려고 할까?

나는 그들에게 친구일까? 아니면 동창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들의 고객에 불과할까?


동창이라는 미명하에 도와주면 당연하고 도와주지 않으면 섭섭하게 생각한다. 

사람들을 끌고 자기 가게에 와서 매상을 올려주거나 필요할 때 도움을 줘야 친구라고 생각하고 그렇지 않으면 섭섭하게 생각한다. 30년만에 회사로 찾아와 무작정 영업 이야기를 꺼내도 잘못된 행동이라는 반성은 없고 도와주지 않은 것에 대한 원망만 한다.


오랜 시간 참석해 본 끝에 동창회 모임의 특성에 대하여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친구들에게 힘주고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 비지니스가 필요한 사람, 인맥관리에 목숨거는 사람들은 많으나 어릴 때 같이 공부하던, 내가 보고 싶어하던 때묻지 않은 그 친구들은 별로 없더라는 것이다.

물론 1차적인 책임과 원인은 나에게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인과는 크게 괘념치 않는다.


이 글을 읽고있는 몇몇 분들은 이 글에 동의하지 않고 반론을 펴고 싶겠지만 이러한 행태들이 대부분의 중고등학교 동창회라는 특수한 사회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아닐까?


동창회를 아무리 오랫동안 다녀도 여전히 일부의 참석자들에게서는 '자기과시의 경연장' 내지는 '동창을 빙자한 잠재고객과의 술자리' 혹은 '인맥 관리장'으로 비치고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남들에게 민폐야 끼치던 말던 친구들과 함께 '시끄럽게 술마시는 스트레스 해소장'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는 것은 나의 시각이 지나치게 비뚤어져 있기 때문일까.


나는 서로간에 호감을 느끼지 못하는 만남은 백 번을 만나도 친구가 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고로, 요즘은 동창회에 발길을 잘 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 글을 계기로 동창회에서 영영 퇴출을 당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필요할 때만 연락오는 이름뿐인 동창 100명을 잃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동의해 주는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만족할 것 같다.


친구란 소중하다. 하지만 억지로 친구관계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

내가 선거에 나갈 것도 아니고, 사업을 할 것도 아니니 그냥 현재 내게 남아있는 친구들에게 잘 하고 살면 된다. 또 살아 가면서 간혹 만나게 되는, 사람 자체가 좋아서 사귀고 싶은 사람들과 우정을 키워 나가면 된다.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이 글이 동창회 무용론을 주장하는 글은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마시기 바란다. 각자의 경험이 다르듯이 느낌과 생각도 다르다는 것을 안다. 나는 나의 생각을 나만의 공간에 적었을 뿐이다. 

 

 

p.s.) 사진은 원활한 이해를 위한 목적으로 구글 검색하여 인용,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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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박한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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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래만에 들려갑니다
    맞습니다. 큰소리 발발 치는 놈들 치고 별로 영양가 없습니다^^
    좋은 날 되시구요

    2013.07.13 16: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온누리님 반갑습니다.
      저도 가끔만 블로그에 들어 오네요.ㅎ
      장마 조심하시고 여름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2013.07.13 17:46 신고 [ ADDR : EDIT/ D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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