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철학자였던 키케로가 '역사의 아버지'로 칭송해 마지 않았던 헤로도토스는 B.C. 448년에 이집트 지역을 여행하였는데, 그의 저서인 <역사>에 그의 목격담을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또한 12왕은 공동으로 기념물을 남기기로 하고 모이리스 호수에서 남쪽으로 약간 떨어진 '악어의 도시' 근처에 미궁을 지었다. 나도 직접 이 미궁을 보았는데, 그것은 실로 말로 다할 수 없는 훌륭한 건조물이었다...(중략)...물론 피라미드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규모가 엄청난 건조물이어서 그리스의 거대한 건조물을 여러 개 합해야 겨우 그에 필적할 정도이지만, 미궁은 그 피라미드를 능가한다...(중략)...그 안의 건물은 2층이고 3천 개의 방이 있는데, 그 반은 지하에 있고 나머지 반은 그 바로 위에 있다. 나는 위층의 방 모두를 한 차례 직접 둘러보았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본 바를 그대로 서술할 수 있지만...(중략)...내눈으로 직접 본 위층의 각 방은 실로 인간이 지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만큼 장관이었다....(중략)...미궁의 건물이 끝나는 구석에는 높이 40오르기아(240피트=72미터)의 피라미드가 서 있는데, 여기에는 거대한 동물상들이 조각되어 있다...(중략)...호수 중앙에 두 개의 피라미드가 서 있는데, 둘 모두 수면상의 높이는 50오르기아(90미터), 수면 밑의 높이도 똑같이 50오르기아이며, 그 위에 옥좌에 앉아 있는 거대한 석상이 놓여 있다."


(출처 : 헤로도토스 역사 완역판, 범우사, 1권 p.246~247)


헤로도토스는 <역사>를 집필할 때 자기가 직접 본 것과 들은 것을 명확히 구분하여 비판적인 눈으로 서술하였기 때문에 후세의 학자들로부터 매우 인정을 받고 있다 (물론 그의 신빙성에 의문을 갖고 있는 학자들도 있긴 하다). 그런 사람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며 그것도 자기가 직접 봤다고 몇 번이나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지구상의 가장 큰 피라미드로 알려진 이집트의 대피라미드는 높이가 147미터이다. 그런데 호수 중앙에 있다는 두 개의 피라미드는 수면위의 높이가 무려 90미터, 수면 아래의 높이도 90미터라고 기록하고 있다. 즉, 헤로도토스가 <역사>에서 증언하고 있는 두 개의 피라미드는 현존하는 대피라미드의 크기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 미궁과 거대 피라미드들 그리고 피라미드가 위치한 호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헤로도토스가 갑자기 정신이 나가서 거짓말을 쓴 것이 아니라면 그가 이집트를 방문했던 기원전 448년까지는 이것들이 분명히 존재했었다. 그가 직접 눈으로 본 거대 건조물들은 지금 왜 갑자기 사라져 버렸을까?


BC 1세기 사람으로 무려 40권으로 이루어진 세계사 Bibliotheca historica를 저술한 그리스의 역사가 디오도루스는 헤로도토스보다 거의 400년 뒤인 BC 60~57년에 이집트를 여행했다. 그도 그의 책에서 이 미로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멘데스 왕은 미로라고 불리는 묘지를 지었다. 미로는 그 엄청난 규모뿐만 아니라 뛰어난 예술성 때문에 매우 유명하다. 미로를 쉽게 여기는 사람은 출구를 못 찾을 것이다...(중략)...그 건축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디오도루스는 헤로도토스가 눈으로 직접 보고 경탄을 금치 못한 방들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그가 2층에 걸쳐 3,000개나 있다는 방들을 단 한 개도 못 봤다는 말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을까? 


데니켄의 책을 보면 사제들이 그 방들의 존재를 방문자에게 숨기고 가르쳐 주지 않았을 가능성이 나온다. 헤로도토스도 반 밖에 보지 못했지 않은가? 그 이유는 지하의 방들에는 이집트가 조상대대로 모셔오고 있는 온갖 신들의 조각 형상과 신성한 제단들이 모셔져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목격자가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뛰어난 지리학자로 알려진 스트라본도 디오도루스랑 비슷한 시기에 이집트에 간 적이 있는데 그는 거기서 목격한 것을 자신의 지리지Geographica에 다음과 같은 글로 남겨 놓았다.


...피라미드와 비슷한 미로가 있으며 그 옆에는 이 미로를 건설한 왕의 무덤이 있다...(중략)..안내원없이 구경을 하다가는 궁전의 입구나 출구를 찾을 수 없다. 감탄을 금할 수 없는 것은 모든 방의 천장이 단 하나의 돌로 만들어져 있으며...(중략)...사각 피라미드가 같은 높이로 서 있었다.

 

로마의 역사가인 가이우스 대 플리니우스(A.D. 23~79)도 스트라본이 이집트를 방문한 100년쯤 뒤에 이집트를 방문했다. 그리고 목격담을 그의 저서 박물지 36권에서 다음과 같이 남기고 있다.


...대달로스가 이 미로를 본따 크레타의 미로를 지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대달로스의 미로는 이집트 미로의 백분의 일 정도밖에 모방하지 못했다...(중략)...지금은 많이 걸어서 아픈 다리를 끌고 저 복잡하게 얽힌 통로 곁을 지나고 있다...(중략)...90계단을 내려가 들어간 회랑들에는 석주와 우상, 왕의 조각을 비롯한 온갖 혐오스런 형상이 있다...(이하 생략) 


출처 : 이상, <스핑크스의 눈>, 삼진기획, p.129


이 이야기들이 사실이라면, 이 유적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는, 아마도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초거대유적일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도 이집트의 사막 한귀퉁이에 지금까지 잠들어 있을 확률이 높다.


일부 학자들은 이 미궁이 벌써 발견되었다고 믿고 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이집트의 학자 K.R.레프시우스에 의해 미궁이 파이윰 지방 하와라 북쪽에 있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으며, 1888년에는 플린더스 페트리에 의해 길이 305미터, 너비 244미터의 건물 기초가 발견되었다.


출처 :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8권 <미궁>편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유적이 미궁이 아니라는 증거는, 발굴 지역에서 발견된 방의 갯수가 대략 2~300개 정도 뿐이며 그 거대한 규모에 비해 주위에 흩어져 있는 파편들의 수가 너무 적고, 헤로도토스가 직접 눈으로 보았다고 주장하는 두 개의 피라미드도 없고, 1,500개의 방도 없으며, 대 플리니우스가 본 90계단의 흔적도 전혀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헤로도토스가 "인간이 지은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장관"이라고 말할 정도로 굉장했던 방들의 파편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궁은 아직도 어딘가 모래 밑에서 잠자고 있을 것이다 !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스핑크스도 이집트의 대다수 유적들도 원래는 모래에 파묻혀 있던 것인데, 19세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세상에 드러난 것 들임을 기억한다면, 미궁 유적이 아직도 모래 밑에 있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지 않은가.


기록과 전승에 의하면, 스핑크스는 지금까지 무려 4번 이상이나 모래에 파묻혔다 밖으로 나왔다를 반복했다고 한다.


이집트의 사막은 최근까지도 세계 곳곳의 고고학자들이 모여 여기저기에서 이런저런 발굴작업을 하고 있다. 길이가 거의 60미터에 가깝고 높이도 30미터에 가까운 스핑크스도 몇 번이나 모래속에 묻혔다 밖으로 나왔다를 반복했는데, 두 거대 피라미드가 있었다는 호수도 기나긴 세월에 모래에 덮여 없어져 버리지 않았을까? 


헤로도토스의 기록에 의하면, 그 피라미드들이 수면 위로 90미터만 돌출되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렇다면 수 천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변화무쌍한 이집트 사막의 모래바람에 덮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피라미드는 그 위치에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것들이 사막의 모래 위로 그 위용을 드러내는 날, 그 압도적인 규모와 헤로도토스의 "엄청난 장관"에 전 세계는 경악을 금치 못할지도 모른다.


세상은 살아있는 책이며 여행과 탐험은 그 책의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기는 것과 같다는 금언도 있지만, 세상은 아직도 그 누구도 페이지를 넘겨보지 못한 부분이 많은, 참으로 신비하고 미스테리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극의 얼음 밑에, 대양의 심해 깊숙한 곳에 그 어떤 것들이 또 아직도 잠자고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아틀란티스와 무우 혹은 레무리아 대륙의 전설이 사실이라면 말이다.



p.s.) 이 글은 <신들의 전차>로 유명한 Erich von Daniken의 <The eyes of Sphinx>를 번역한 <스핑크스의 눈>(삼진기획)과 헤로도토스의 <역사>(범우사, 완역판), 브리태니커 세계대백과 사전 8권 미궁 부분, 위키피디아 백과사전를 참고, 인용하였음을 밝힙니다. <스핑크스의 눈>은 대체적으로 번역이 매끄럽고 읽기 쉬울 뿐더러 흥미있는 다른 이야기들도 실려 있어서 이런 분야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가벼운 읽을거리로 추천하고 싶은 책인데 아쉽게도 현재 품절이군요 (단, 완역이 아니라서인지 번역이 곳곳에 누락된 듯한 부분이 있던 점은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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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박한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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