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역사/종교2015.04.16 14:09



오늘은 故 이윤기님의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독후감을 짤막하게 써 본다.

들어가기 전에 그리스 로마 신화가 왜 늘 같이 붙어서 이야기 되는지에 대한 글을 먼저 읽어 보시기 바란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아마도 성경 다음으로 많은 예술가들의 작품 소재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주제가 아닐까 싶다. 세계의 어느 박물관을 가 봐도 그리스 로마 신화에 관련된 그림들이 없는 곳은 없었다. 문학 작품이나 영화, 뮤지컬에서도 그리스 로마 신화는 심심치 않게 차용된다. 


개인적으로는 <트로이><타이탄>을 비롯해 비교적 최근까지 개봉되고 있는 <퍼시 잭슨 시리즈>와 계모가 아들을 사랑하는 줄거리의 <페드라>가 기억에 남지만 이루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은 영화와 문학 작품들이 있으니 그냥 넘어 가자.


그리스 로마신화를 직접적으로 번역한 책들은 국내에도 제법 많다.

대표적으로는 토마스 불핀치의 번역판이 있고, 고대의 사람인 오비디우스가 쓴 <변신 이야기>도 여러 번역판이 있다. 또한, 라틴어 원전 번역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는 천병희 교수가 완역한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도 있다. 또한 시간대순으로 신화를 기술한 구스타프 슈바브의 그리스 로마 신화도 최근 한글 3권짜리 완역판으로 출간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마도 이 정도가 가장 유명한 책들이 아닐까 싶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는 다른 책들과 다른 뚜렷한 특징이 있다.

신화를 자기만의 색깔로 풀어서 설명했다는 것이다. 


이윤기씨는 민음사가 세계문학전집을 출간할 때 첫 테이프를 끊은 <변신 이야기>를 번역한 분이다. 그 과정에서 쌓인 내공에 더하여 (저자의 말에 따르면) 어릴 때부터 신화를 좋아하셨다 하니 그리스 로마 신화에 관한 한 지식이 여느 전문가 못지않게 쌓인 분이라는 것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런 분이 수많은 관련 사진들과 함께 신화를 이야기식으로 쉽게 설명하니 그야말로 나같은 돌머리에도 쏙쏙 들어 온다. 이 책의 장점이 아닐 수 없다.


문제점도 있다.

작년에 성균관대 이재호 명예교수가 이윤기씨의 저작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이윤기씨가 번역한 <변신 이야기>는 지명이나 인명이 들쑥날쑥하며 <그리스 로마 신화>는 엉터리 억측 부분이 많아 문제가 많은 책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윤기씨는 명칭의 비통일성에 대해 시인하면서도 자신의 작품은 번역이 아니라 편역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그 뒤에 결론이 어떻게 났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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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이야기>에서 지명이나 인명이 하나로 통일되지 않고 들쑥날쑥한 것은 1차적인 책임이 역자에게 있긴 하지만, 완성된 책을 출간하기 전에 내용을 검토하여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야 하는 민음사 출판사의 교정팀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더군다나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로 세상에 내놓은 첫 번째 책이 아니던가? 각설하고~

이윤기씨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원전의 텍스트를 가지고 정식으로 연구한 전공학자가 아니다. 다만, 어릴 때부터 그리스 로마신화를 좋아하였고 신화와 관련된 서적들을 번역하며 자연스레 쌓인 내공들이 상호 상승작용한 결과물이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인 것이다.

그 결과는?
내용상의 사소한 오류가 있건 없건 대중적으로 초대박 히트를 쳤으며, 나의 개인적인 의견 또한 글이 비교적 이해하기 쉬우며 재미있다는 것이다! 단, 신과 영웅들에 대한 도표화된 계보도가 없는 것과 작가의 스타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장황한 이야기 전개 방식은 옥의 티같이 생각된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박영규씨의 <한 권으로 읽는 왕조실록 시리즈>가 대중적으로 빅히트를 쳤을 때 기성학계에서 박영규씨의 저작들을 쓰레기로 싸잡아 폄하했던 생각이 난다. 거기에 대해 내가 언젠가 블로그에 쓴 글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으로 역사책을 성공적으로 보급시킨 사람이 박영규씨 말고 또 누가 있느냐? 그렇게 잘나고 똑똑한 학자들이 왜 그동안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춘 일목요연한 역사책 한 권을 못 써냈냐고 했다. 
뭐...똑같은 케이스는 아니지만 아무튼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는 내용상의 약간의 잡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로마 신화 입문용으로 좋은 책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장점과 단점 몇 개만 짚고 짧은 독후감을 마친다.


(사람에 따라서는 단점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이윤기씨의 책을 읽다 보면 앞부분에서 이야기한 것을 다시 중복하여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꽤 많다. 덕분에 개인적으로는 까먹을만 하면 다시 나의 기억을 되살려 주며 진도가 나갈수록 저절로 복습이 되니 개인적으로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단점으로는 이윤기씨가 설명하는 신들의 관계를 일목요연하게 나타내는 계보도가 없다는 것이다. 덕분에 꼼꼼하게 책을 읽기를 원하는 독자들은 이윤기씨가 신들 상호간의 관계 혹은 신과 인간과의 교배로 태어난 영웅들을 설명하는 부분이 나올 때마다 일일이 종이에 그려가며 독서해야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루는 책이라면 어느 책이나 반드시 들어있는 그 흔한 계보도가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왜 없을까? 나중에 출간된 4권과 5권에서 계보도를 추가해 넣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내가 읽은 1~3권까지의 책에는 분명히 계보도가 없다! 


(이하 추가)

또 다른 단점으로는 (단점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윤기씨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장황한 이야기 전개방식이다. 그리스 신들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우리나라의 신화 이야기가 나오고 또 한참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금 본래의 이야기로 돌아와 끝을 맺는 등 약간 정신이 없다. 이윤기씨가 신화에 관한 한 아는 것이 워낙 많으니 할 말도 많았을 것이다. 이야기가 곁가지로 자주 새니  원전에는 나와 있지도 않은 억측이 들어 갔다고 비난을 받는 듯 하다. 문장도 유려하긴 하나 다소 옛스러운 단어나 표현들, 국어 사전에나 있을 법한 표현들이 가끔 보이니 참고하시길.


이상.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세트 - 전5권 (부록: 신화깊이읽기 포함) - 10점
이윤기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세트] 구스타프 슈바브의 그리스 로마 신화 1~3 세트 - 전3권 - 10점
구스타프 슈바브 지음, 이동희 옮김/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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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박한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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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리스 로마 신화 뿐 아니라 공자의 논어 등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나오는 책들이 종종 있더군요. 그런 책들의 이야기가 100% 역사적 사실에서 기인한 것은 아니겠지만 고전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는 점에서는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고전은 커녕 책 자체를 안읽는 사람들이 많죠. 그런 사람이 많은 현실에서 책에 대한 흥미를 가져다주는 책이라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되거든요...

    2015.04.16 22: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소박한 독서가가 추천하는 책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