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던 반지의 제왕을 완독한 후 다시는 판타지를 읽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톨킨이 대단한 언어학자에다가 문학가인지는 모르겠으나 스토리의 지루함과 따분함은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끊임없이 나의 인내심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성격상 애매한 것은 싫어하는 관계로 근 한달에 걸쳐 억지로 6권의 책을 마무리 지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몇 년후, 도서관을 어슬렁거리다 대출이 많아서인지 유난히 1권 표지가 너덜거리던 이 책을 발견했다. 얼마나 재미있길래 이렇게 표지가 너덜거릴까라는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다.


드래곤 라자는 얼핏 보면 반지의 제왕에서 모티브를 얻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플롯이 비슷하다.
일단 배경이 되는 공간적 스케일이 비슷하고 시간을 따라가며 기승전결에 다가가는 구성도 그렇고 마법사와 오크, 드워프, 엘프까지 등장한다. 마지막 즈음의 용이 떠나가는 장면에서 독수리를 타고 탈출하는 프로도가 연상되는 점도 희한하고, 임무를 완수하고 개선하는 마지막 장면도 정말 비슷한 느낌이다. 하지만 독자를 빨아들이는 그 흡입력은 톨킨의 소설보다 확실히 뛰어나다. 다만 좀 지겨운 전개가 단점이긴 하다.

재미를 아는 자는 문학성의 노예가 되지 않는 법이다. 그리고 판타지 문학계에서 문학성과 재미, 양쪽 다 갖춘 작품을 찾는다는 것은 해변가 모래밭에서 금반지를 주울 수 있는 확률만큼 지난한 일이다. 


따라서 판타지 소설을 고를 때 일반 독자가 현실적으로 유의해야 할 것은 딱 두 가지 뿐이다. 그럴 듯한 스토리의 짜임새와 재미!


톨킨같이 소설 속에 완벽한 언어를 창조시켜 써놓지 않으면 어떤가? 톨킨같이 완벽한 문학성을 갖췄다고 극찬을 받지 못하면 어떤가? 이영도는 애초부터 실마릴리온이란 세계가 없는 사람이다.

말이 길어졌다.


드래곤 라자는 일단 재미있다. 늘어지는 전개와 유치한 농담들, 유피넬이 어쩌고 하는 개똥 철학을 남발하느라 재미를 깎아먹는 것은 큰 단점이긴 하나 어쨌거나 재미있다.


Posted by 소박한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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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06.10 16: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뭐, 당장이라도 사서 읽고 싶게 만드는군요!
    그렇게 재밌나요?

  2. ★안다★ 2010.06.10 19: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이영도입니다. 달빛님께 상 드리겠습니다.
    (에구 장난입니다~^^)
    음...저도 판타지소설은 , 에...이 하는 사람인데,
    선입견 버리고 '드래곤라자'는 한번 읽어 보겠습니다.
    그토록 극찬하시니 소설의 내용과 작가가 많이 궁금해집니다~^^

    • 달빛 2010.06.10 20:24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 진짜 깜짝 놀랐습니다~ ㅋㅋㅋㅋ
      유치한 저의 취향이라 재미없으셔도 책임 못집니당~^^
      날이 무지 덥습니다. 시원한 밤 되세요~~

  3.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06.19 13: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드래곤라자 참 재밌게 봤던 기억이...
    글 잘읽고 갑니다.^^

  4. deadcat 2010.06.19 19: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래곤 라자 나오고 얼마 안되서 본 1인 중학교때 봤는데 어찌나 재밌는지 이틀만에 다 읽어버렸죠...
    그런데 이후 판타지 소설에는 별로 흥미를 못붙였네요. 드래곤라자만큼 재밌는게 없어서...

  5. 아아 2010.06.20 03: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SKT도 읽어보세요. 초반에는 매우 가볍게 코믹으로 가다가 점점 내용이 깊어지지요.

    권선징악 또는 주연만 부각되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 주연 조연 할 것 없이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며 다양한 인간군상과 인생관, 그에 따른 선택이나 성장 등을 보여주지요. 이것이 옳고 저것이 그르다가 아니라 사람마다 같은 사건을 보고 생각하는 바도 다르고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느냐도 다르고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소설이었지요. 이미 죽은 상대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는 존재라든가, 나의 무지로 망친 나의 소중한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다수를 희생시켜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여기서 다수란 몇명까지를 말할까.. 뭐랄까 생각을 넓혀주고 또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는 소설이었지요.

    붉은 황제란 소설도 좋지요. 계급이나 제도, 지도자의 자질 같은 것을 깊게 다룬 소설이거든요.

    이것도 소설이냐 싶은 소설이 있다면 아.. 이런 명작은 해외에도 소개시키고 싶다.. 싶게 재미있으면서도 내용도 풍부하게 잘 써진 소설도 많더라구요.

  6. isrude 2010.07.08 16: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래곤라자! 소설책이랑은 담쌓고 살던 저에게 신세계를 보여준 책이었습니다. 정말 읽으면서 머리속에 장면 하나하나가 눈에 보이듯 그려지는 그 느낌! 재미.. 이루 말할수없고, 학생이었지만 잠들때 책을 읽으면서 키득거렸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글쓴이께서 올리신 글 중에 반지의 제왕 소설이 전반적으로 지루하다고 하셨는데.. 그거에 대해선 전 반댑니다. 오히려 몰입도도 높고, 저는 반지의 제왕이 영화로 나오기 전에 소설책을 읽어보았는데 제가 상상했던 장면이 영화로 그대로 나오길래 깜짝놀랐던 적도 있었지요.. 소설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소설이 두가지 버전이 있던거 같은데.. 영화 나오기 전후로 나온 소설책인데 전에 나왔던 소설책은 정말 판타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책이라고 생각되네요..영화후에 나온 책은 안읽어봤지만요..

  7. SJ 2010.07.27 01: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아~ 저랑 진짜 비슷한 생각이시군요.
    저 또한 반지의 제왕 책을 매우 매우 지루하게 읽은 경험이 있답니다..
    솔직히 저도 왜 그 책이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3대 판타지소설에 속하는지 모르겟어요.
    스토리를 중시하는 저로서는, 음. 언어학의 혁신이든 신세계를 창조했든 작품 자체가 재미가 없었던걸요..
    반면에 드래곤라자는 그 반지의제왕 세계에서 매우 재미있는 스토리를 이끌어 낸 것 같아요.
    또 중간중간 나오는 세상에대한 논평(?)이랄까요. 그런게 정말 맘에 들었어요.
    조화를 중시하는 엘프의 입장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라든지,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의 재치있고 뛰어난 언변이라든지 등등
    진짜 저도 앞으로 이영도씨의 작품을 찾아 볼 생각입니다.

  8. lt 2010.08.17 07: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 저도 드래곤 라자 알고 5일만에 완독 끝

  9. 박수 2011.04.18 23: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갑자기 일렁이는 환상속으로 들어가 후치의 시점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느낌이 생생해서 그만 처음 접했을 당시엔 얼떨떨해하며 손을 놨던 기억이 있었던 책이라 읽을지말지 고민했었지요.하하하.솔직히 판타지 소설에서 진짜 다른 세계를 느꼈던게 어린마음에 충격이 컸던지라 무의식중에 꺼리게 되었지만..요즘 새로 읽게 되면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다음권을 위하여 이야기를 끊는다는 특별한 위화감도 없이 그저 순수하게 그뒤에있을 인물의 행동을 예측하거나 어느순간 자연스럽게 나의 생각들을 반영해보는시간과 작중 인물들간의 이야기들을 이해하려고 멈춰서는 순간들이 평소 그냥 넘기던 판타지 소설들과는 너무 색달라서 시종일관 웃음이 멈추지않았습니다. 이제서라도 안 것이 뿌듯해지면서 다른 시리즈도 빨리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한동안 이 드래곤라자라는 놀이공원에서 헤어나갈수 없을 듯 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