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해발 1,439m에 있는 폰체바돈으로 가는 날이다.
11세기경 한 수도자가 지은 마을인데 워낙 고지대이어서인지 지금은 순례자가 묵는 숙소말고 주민은 없다.
덥고 땀나고...걷는데 필수인 마실 물도 버리고 가고 싶을만큼 지쳐 있어서 사잔을 못찍었다.
저 앞의 집들은 다 알베르게와 레스토랑이다.
그러면서 내놓은 것이 쌀과 감자 4조각, 계란 5개, 소금 약간...이었다.ㅠㅠ
어쨌거나 우리는 밥을 하고 계란도 부치고 감자도 볶고 하여 나중에 다 섞었다. 즉 계란비빔밥을 만든 것이다.
사실을 고백하면 우리가 보기에도 밥이 너무 불쌍하게 지어져 식사준비만 마치면 살짝 도망 나가 식당밥을 사 먹을려 했는데(^^) 그게 되나...밥을 지어 줬으니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 받아야지..또 잘 먹으라고 못하는 영어로 연설 한마디 해야지..등등 하다보니 나갈 기회를 놓쳤다.
사진은 호스피탈로가 돌아 다니며 나에게도 강제로 밥을 할당하는 장면.
맞은 편 사람들이 이런 장면을 보고 배를 잡고 웃고 있다.
그 의미는 나의 육체와 마음 그리고 인생에 짐이 되는 것들을 전부 물건에 의미를 담아 이곳에 버리고 홀가분하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떠나라는 것이다.
서울까지 10,000km라고 적어 놓을까 하다가 참았다.
우리는 저 나무 뒤의 하얀 건물에서 묵는다.
저녁이 되기를 기다리며 느긋이 담배피는 나...
(주름진 똥배의 맞은 편입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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