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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운동

까미노 데 산티아고-15

by 소박한 독서가 2010. 6. 18.
오늘은 해발 1,439m에 있는 폰체바돈으로 가는 날이다.
11세기경 한 수도자가 지은 마을인데 워낙 고지대이어서인지 지금은 순례자가 묵는 숙소말고 주민은 없다.

언덕을 오르기 시작하며 뒤돌아서 찍은 사진.

사진 한장이면 이렇게 1,400m넘는 고지를 문제없이 올라온다. ㅋㅋ
덥고 땀나고...걷는데 필수인 마실 물도 버리고 가고 싶을만큼 지쳐 있어서 사잔을 못찍었다.

황량한 폰체바돈 마을..
저 앞의 집들은 다 알베르게와 레스토랑이다.

우리가 묵은 공립 알베르게.

세계 각지에서 온 20여명의 순례자들이 모여 있었는데 오늘의 공동식사를 위한 저녁을 우리보고 korean식으로 지으란다.
그러면서 내놓은 것이 쌀과 감자 4조각, 계란 5개, 소금 약간...이었다.ㅠㅠ
어쨌거나 우리는 밥을 하고 계란도 부치고 감자도 볶고 하여 나중에 다 섞었다. 즉 계란비빔밥을 만든 것이다.

사실을 고백하면 우리가 보기에도 밥이 너무 불쌍하게 지어져 식사준비만 마치면 살짝 도망 나가 식당밥을 사 먹을려 했는데(^^) 그게 되나...밥을 지어 줬으니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 받아야지..또 잘 먹으라고 못하는 영어로 연설 한마디 해야지..등등 하다보니 나갈 기회를 놓쳤다.

사진은 호스피탈로가 돌아 다니며 나에게도 강제로 밥을 할당하는 장면.
맞은 편 사람들이 이런 장면을 보고 배를 잡고 웃고 있다.

내가 만든 정체불명의 비빔밥. 하하

저녁 식사후 호스피탈로와 기념사진 한장.

코고는 소리에 한 숨을 못자고...다음날 새벽 또 길을 떠난다.

해발 1,400미터가 넘는 산이지만 아름다운 봄꽃들이 널려 있다.

저 앞의 눈덮인 산과 높이가 삐까삐까~

저것은 La Cruz de Ferro라고 불리는 것인데 아마도 까미노 전체 여정중에서 여행자가 만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도 인상적인 탑일 것이다. 순례자는 각자의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뭔가를 하나씩 배낭에 넣어와 가지고 다니다가 이곳에 남겨두고 간다.
그 의미는 나의 육체와 마음 그리고 인생에 짐이 되는 것들을 전부 물건에 의미를 담아 이곳에 버리고 홀가분하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떠나라는 것이다.

애초부터 버릴 뭔가를 가져올 리가 없는 나는 잔머리를 굴려 길 가에 굴러 다니는 돌맹이에다 소원한줄 써 놓고 기둥 밑에 파 묻었다.

돌맹이를 묻고 소원이 이루어졌다는 마음에 행복하게 팔을 벌리며 웃고 있는 나.

윗사진 탑의 바로 옆 전경이다.

한참을 걷다보니 세계 이정표가 나온다.
서울까지 10,000km라고 적어 놓을까 하다가 참았다.

이제 까미노의 마지막 고비인 갈리시아州가 점점 가까워 오는 듯 거대한 산들이 많이 보인다.

El Acebo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나 우리는 저 곳은 통과~

Ambros 마을도 지나고...

정갈한 몰리나세카도 지나고...

드디어 폰페라다이다.
우리는 저 나무 뒤의 하얀 건물에서 묵는다.

비교적 큰 마을이라 마트가서 시장도 보고 생맥주도 한잔 마시고..
저녁이 되기를 기다리며 느긋이 담배피는 나...
(주름진 똥배의 맞은 편입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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