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까지 202.5km가 남았다. 벌써 600km를 걸어 왔다는 이야기..
내가 생각해도 자신이 대견하다.

어젯 밤에 재미있는 사건이 있었다.
한동안 안보여 마음 놓았던 그 얼굴철판 아이리쉬를 배정받은 방 숙소에서 딱 만난 것이었다.
(사연이 궁금한 분은 까미노 데 산티아고-11 이야기를 보시기 바란다)

방에 들어가니 무지 반갑게 대하면서 아는 척을 하는데 마주 웃고 악수를 하면서도 속으로는 정말 난감~~~ㅠㅠ
그새 어디서 또 꼬셨는지 프랑스 아가씨랑 같은 1,2층 침대를 쓰며 한참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이 친구랑 같은 방에서 밤을 지낼 것인가..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위기일발..
그냥 포기할려는 순간 방에 관리인이 쑥 들어왔다. 그러면서 나에게 하시는 말씀이 맞은편 방이 비었으니 원하면 거기 가서 자도 된다고 한다. 한국에서 온 순례자 아닌 여행자를 무척이나 기특하게 보셨던 것 같다.
이런 기적이..ㅠㅠ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Very nice to have met you again...We'll stay at the other room for both of our teams' comfortable relaxing..if you need anything, please drop to our room any time'
되도 안하는 영어 한마디 하고 살랑살랑 웃어주며, 섭섭한(?) 환송 바이바이까지 나누고 우리는 앞방으로 탈출~!!
물론 이쁜 여자친구를 꼬신 그 친구가 우리 방에 올 일은 아예 없다. ㅋㅋㅋㅋㅋ
 

모처럼 널널하게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다음날 다시 길을 떠난다.

왼쪽은 까미노 가는 길, 오른쪽은 어제 우리가 묵었던 알베르게로 가는 방향 표시.
간혹 거꾸로 가는 여행자들이 있어서 이렇게 해 놓는다.


1924년에 국가기념물로 지정된 성.
1185년 당시에 레온을 지배하던 페르난도 2세가 지은 성이다.

 엄청난 규모.

이른 아침이라 길 가에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이 정도면 스페인 북부에서는 제법 큰 도시에 들어간다.
아침의 풍경이 굉장히 낭만적이다.

교차로에 있는 특이한 조형물.
성당입구를 형상화해 놓았다.
뭔가 사연이 있는 것인 듯 한데 말을 모르는 까막눈이니 패스~

또 다시 만난 순례자의 무덤.
지금까지 30여개 정도는 될 듯한 많은 무덤을 만난 것 같다.
중세시대부터 있어 왔던 까미노 길이라 그런지 인생의 마지막에 이런 죽음의 여행을 하던 순례자들이 꽤 있었다고 한다.

로마시대 이전부터 존재해 왔던 콜럼브리아노스 마을.
저 건물은 한때 순례자들을 위한 병원시설의 흔적이다.

산타 마리아.

순례자를 상징하는 지팡이와 조개, 물통을 새겨놓은 조형물.

이제 목적지인 산티아고까지 195km 남았다. 앞으로 10일 정도면 도착한다는 말..
여행을 마치고 몸무게를 재어본 결과 출발 전과 비교해 10kg가 빠졌으니 아마 이때쯤 거의 70kg가 다 되어가던 중이었던 것 같다. 80kg를 자랑하던 퉁퉁한 몸은 어디가고 삐쩍마른 해골이 한명 서 있다..

몇 시간을 걸어서 드디어 도착한 우리의 숙소.
이곳은 카카벨로스이다.

이 곳은 자전거 여행자들보다 도보여행자들에게 우선권을 주는 숙소이다.
여기 말고는 숙소도 없으니 만약 방이 없으면 자전거 여행자는 다음 마을까지 가야 한다.
짐 풀고 느긋하게 스페인의 명물인 초리쵸를 안주삼아 1유로주고 산 돈 시몬 와인 한잔.
이 순간은 하루의 피로가 다 풀리는 행복한 시간이다.

막 숙소에 도착한 독일 친구.
나랑 방 앞에 걸터앉아 여행 이야기를 한참 하는 중..

다시 길을 떠나고...
어느 마을을 지나니 결혼식을 알리는 종이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행복하게 사세요~~' 마음으로 축하 한마디 해 주고..


빌라프랑카에 있는 성 유적지.

까미노 데 산티아고 BAR~
저기 입구의 의자에서 카푸치노 한잔 마시고..

어느 마을의 다리위에 있던 순례자 조형물.

오늘도 마찬가지로 푹푹 찌는 날이다.
이때쯤 마실 물이 떨어져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이름은 잊어 버렸지만 오늘의 종착지인 마을이다.
멀리 산 위의 요새가 인상적이다. 

여행중 친하게 지냈던 독일에서 온 친구들.
중간 친구의 이름은 지기, 직업은 경찰관인데 한국의 국기원에서 공인받은 태권도 5단의 실력자이다.  
내가 태권도 초단이라고 했더니 단번에 대련 한판 하자고 해서 혼났다.
왜? 나는 현역 복무하면서 의무적으로 딴 나일론 초단이니깐...ㅋㅋ

나의 왼쪽 손등이 햇빛에 타서 시커멓다.
목부분과 살포시 드러난 늑골부분의 색깔 차이를 보라.
지금 다시 봐도 무지하게 탔다.
Posted by 소박한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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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06.21 13: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순례자를 상징한다는 조각상..이 퍽 인상적이네요.
    달빛님과 아내분과 함께 여행을 하셨다는데,
    아내분께서 힘들지 않으셨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대단한것 같아요.

    • 달빛 2010.06.21 13:48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우님, 반갑습니다^^
      저의 집사람은 까미노 완주가 2번째입니다.
      처음에는 혼자 완주를 했었고 갔다 와서 하도 좋다고 자랑을 해서 두번째는 제가 따라간 겁니다. 체력은 제가 못따라 간답니다~하하

  2. 로미♪ 2010.06.21 13: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종교를 떠나서 한번쯤 해보고 싶은 거리네요.
    스페인 여행당시 북부 바스크지방만 쏙 배놓고 여행을 했었는데, 시간이 된다면 다시 가서 꼭 해보고싶네요 ^^;

  3.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06.21 14: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헉~600km 전 못할거 같습니다.
    대단하십니다^^

  4.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06.21 15: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캬~ 멋지군요.
    더구나 같이 여행을 다니신다니, 완전 부러울 뿐입니다. ^^

  5. 쾌락여행마법사 2010.06.21 19: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맥시 타고 왔어요..
    이젠 정말 많은 분들이 산티아고를 가네요...
    저도 머지않은 어느날. 저 곳 걷고 싶습니다. ^^

    • 달빛 2010.06.22 11:37  댓글주소  수정/삭제

      꼭 한번 가 보시기 바랍니다.
      후회하지 않으실거라고 장담~~합니다.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

  6.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06.26 09: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여행가고 싶네요. 그래도 오늘은 달빛님의 사진들 보며, 위안 삼을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