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구석에 사는 이 놈도 사람이 그리운지 내 바로 50cm 앞에서 저 자세로 꼼짝않고 30분 정도 일광욕을 했다.
왠지 보기가 안쓰러워 초리초를 조그맣게 잘라 던져주었으나 먹지는 않았다. 원래 입이 고급인가..?
머나먼 이국의 그것도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을 조그만 촌구석에서 오이냉채랑 먹는 카레밥~
그 맛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외국 친구들이 우리 식탁을 보고 원더풀~을 외친다.ㅎㅎ
한동안 맛있게 마시던 저 스페인의 국민와인 돈시몬도 오늘로서 마지막이다.
(내일 들어가는 마지막 州인 갈리시아에서는 구경하기가 힘들단다)
그래서 저 와인을 다 마셔 버렸다^^
오늘부터 하루종일 등산을 해야 한다.
예수님의 성배가 숨겨져 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는 첩첩산중에 위치한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오-세브레이로 마을을 지나기 때문이다.
성배가 잠시 들렀다 갔다는 이야기가 있는 매우 유명한 곳이다.
마당에 서 있는 순례자 동상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제일 밑의 제일 밝은 초가 어머님을 위해 봉헌한 초.
한 여행자가 땀을 뻘뻘 흘리며 오고 있다.
족히 6~7시간은 쉬지 않고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 했던 것 같다.
조금 전에 도착하여 다리쉼을 하고 있단다.
왼쪽의 지기친구는 며칠 전부터 다리 인대가 늘어나 절뚝거리며 잘 못걷고 있었지만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픈 아들을 위하여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이날 아침에도 느린 속도를 감안하여 우리보다 두 시간 일찍 길을 나섰는데 여기서 만난 것이다. 다리는 좀 어떠냐 물어보니 죽을 지경이란다. 실제로 매우 심하게 절뚝거리고 있었다.
그만 포기하는게 좋지 않겠느냐 했으나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집에서 아빠의 완주 소식만 기다리고 있을 아픈 아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하여 절대로 그럴 수는 없다고 한다. 잠시 숙연한 분위기...
독일 친구도 저걸 가리키며 650km를 걸어 이제 154km밖에 남지 않았는데 여기서 포기할 수가 있느냐며 씩 웃는다.
그러면 큰 마을이 나타나면 꼭 병원에 들러 응급처치라도 하라고 해 주고...
갈리시아 주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깔도 스프이다.
아직 공식적으로는 갈리시아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첩첩산중이랑 음식이 이미 갈리시아 분위기를 주고 있다.
꼭 우리나라 미역국에 감자를 넣은 국같은데 맛은 전혀 틀리다.
지치고 힘 빠져서 헬렐레하는 나의 표정..
첫 째는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넘어노는 피레네 산맥 횡단이고 둘째는 끝없는 메세타 평원을 주파하는 것이며 마지막이 이 오-세브레이로 오는 길이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로서 드디어 세 개의 고비를 무사히 끝냈다.
사진은 저녁 무렵에 드디어 도착한 오-세브레이로.
성배가 숨겨져 있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라 뭔가 대단한 것을 기대했건만 의외로 조촐한 마을이다.
사진에 보이는 찻길들은 다 최근에 만든 것이다.
이전에는 여기까지 올려면 다 우리같이 걸어서 와야 했단다.
마을의 한가운데 있는 유럽의 도보여행길 지도.
저 선들이 전부 도보여행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곳 까미노같이 여행자를 위한 화살표나 저렴한 숙소등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지는 않아 외국인이 도전하기는 힘들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으리으리한 성당과는 딴 판으로 의외로 매우 검소하다.
성배의 전설로 인하여 마을이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되며 관광객들이 밀어 닥치자 최근들어 관광버스가 다닐 수 있는 길도 내고 전설을 찾아온 사람들을 위한 모형도 이렇게 전시해 놓았다.
나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손짓발짓으로 이 마을에 성배가 진짜 숨겨져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다들 그런 이야기만 들었지 모른다고 했다. 하긴 물어본 내가 어리석지...
어쨌거나 내가 서있는 곳에서 불과 몇 백미터 안쪽 가까운 어딘가에 진짜 성배가 숨겨져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저절로 경건해진다.
지겹도록 만나는 이 돌십자가도 예사로 안보이고...
어제 마신 돈시몬보다는 맛이 못하지만 어쩌겠나...갈리시아州에서는 돈 가르시아밖에 안판다고 하는데..
가격은 이것도 마찬가지로 1~2유로 사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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