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취미가 뭐냐고 물어 보면 거의 반 정도 되는 사람들은 책읽기를 꼽는다.
나 역시 그렇다.

사흘이 멀다하고 출장다닐 때도 와이셔츠와 양말은 하나 덜 넣어가도 책은 절대로 빠뜨리지 않았으니 이만하면 취미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것 아닌가...

 

어느 날, 친구들 간의 술자리에서 여가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여가활동과 취미의 차이가 무엇인가에 대한 토론이 잠깐 벌어졌다. 발단은 친구중 한 명이 자기는 여가활동을 하는 건 있지만 취미는 하나도 없다고 한 데서 시작이 되었다.
그 친구는 고전음악에 조예가 깊은 친구라 자기 집에 CD만 2.000장이 넘게 보유하고 있는 친구다.
왜 그러냐 했더니 자기는 단지 기분이 내킬 때마다 감상만 즐기기 때문에 그것은 취미가 아니라 정서적인 휴식을 얻기 위한 여가활동이라는 대답이었다.
그리고 덧붙이길, 여가 활동이 취미로 승격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어쨌거나..취미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을 만큼 다 바쁘게 사는 사람들이라 여기 저기서 뭐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냐..대충 즐겨라...등등, 이렇게 짧은 토론은(?) 끝났다.

시일이 흘러...어디선가 취미에 대해서 쓴 칼럼을 읽게 되었다.
이야기의 내용은 몇 가지가 있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취미가 여가활동과 다른 점은 시간이 갈수록 실력이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 대충 기억이 나는대로 내용을 옮긴다.

1. 취미는 자기의 직업이나 돈벌이와 관련이 없어야 한다.
취미가 돈벌이가 되는 순간, 그 활동은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한 과정으로 변질되고, 더 이상 순수한 영혼의 즐거움을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2. 규칙적이며 지속적이어야 한다.
매일 하든, 한 달에 한 번 하든 평생을 두고 규칙적이며 지속적으로 가지고 갈 수 있는 활동이어야 한다.
서너 달 바짝 열 올리고 8개월 쉬었다가 또 다시 서너 달 열 올리고 하는 활동은 진정한 의미에서 취미가 아니라 여가활동일 뿐이다.

3. 실력이 늘어야 한다.
취미가 연륜이 쌓이면 전문가 못지 않은 식견과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수적이다.
바둑이 취미라고 주장하는 9급 실력자는 노력을 통하여 5년이나 10년 뒤에는 적어도 1급의 경지에는 올라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고 10년 뒤에도 8급이나 9급에 머물러 있다면 이 사람의 바둑은 취미가 아니라 여가활동일 뿐이다.

 
단지 듣고 싶을 때 아무 음악만 즐긴다면 그 음악듣기는 취미가 아니라 심신의 피로를 풀기 위한 여가활동일 뿐이다. 음악감상이 진정한 취미가 되기 위해서는 작곡가와 연주자, 곡에 대한 나름대로 체계적인 공부가 병행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여러명이 둘러 앉아 같은 음악을 듣고 거기에 대해 짧게나마 감상을 논할 수 있어야 한다.지금 당장은 그런 수준까지는 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실력이 쌓여야 한다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감상을 취미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주말만 되면 영화를 즐기는 것도 극장문을 나서자 마자 '아~재밌다. 담주에 또 봐야지..배 고픈데 이제 슬슬 밥이나 먹으러 갈까?' 하고 끝나는 사람은 여가활동을 했을 뿐이지 영화감상이 취미활동으로까지 진전이 되지 않은 것이다.
영화 감상이 취미가 될려면 감상후 점심을 먹으며 각자 나름대로의 감상평을 해 본다던가, 영화의 뒷 이야기나 숨겨진 메세지 그리고 감독과 배우에 대한 추가적인 보충 조사를 해서 영화 감상의 수준을 높이는 공부의 시간이 필요하다.

다시 처음의 독서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나의 책읽기는 여가활동인가? 취미인가?

나의 책 고르는 기준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나의 감성 만족을 위해서이고, 두 번째는 내가 모자라는 부분에서 나의 지식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이다.
감성만족이란 정서적인 충만감 외에도 내가 겪어 볼 수 없는 환경들의 간접 경험도 있다.
소설이나 만화 등은 첫째 이유에 들어갈 것이고, 철학이나 인문, 역사, 과학 등은 두 번째 이유에 들어갈 것이다.

독서가 취미가 되기 위해서는 책을 읽는 순간보다 읽고난 후가 더 중요하다.
책장을 덮고 다음 책으로 넘어 가기 전에 읽은 것에 대한 정리와 자기 나름대로의 짤막한 감상문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책의 내용을 머리속에 오래 남기기 위한 것도 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책 속에서 한 가지라도 배우는 것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배우냐고?
생활에 적용시키지 못하는 독서는 죽은 독서라는 말이 있고, 나의 인격이나 감성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독서는 차라리 안 읽느니만 못한 독서라는 말이 있다.

이것이 답이다.
이 깨달음을 얻었느냐 못 얻었느냐가  여가활동으로 독서를 했느냐 취미로 독서를 했느냐의 경계를 갈리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평을 한다면 다행히도 나의 독서는 취미라고 말을 해도 될 것 같다.
또한 더 다행스러운 것은 짧게는 20년, 길게는 30년 정도를 끌어온 몇 개의 잡기들 중에서 취미라고 불러도 될 만한 것들이 몇 개 있다는 것이다.

........... 
오늘도 나는 취미로서의 독서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Posted by 소박한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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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설보라 2010.07.03 23: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그렇군요, 취미와 여가활동에 대해서 확연히 구분이 되는군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명확하게 이해가 되네요! 독서가 취미라는말 쉽게
    사용치 말아야 겠네요, 전에는 나름대로 책읽기를 좋아한다 했는데,
    반성해야겠어요 언제나~저의 감성을 자극하네요..좋은 밤 되세요!!

  2. 어설픈여우 2010.07.03 23: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취미라는것이 만만한게 아니었네요?
    그러고 보니, 저는 지금것 취미다운 추미는 없었던거 같아요....
    앞으로 취미란에 뭘 써 넣어야 될지.....고민 들어갑니다...ㅡ,ㅡ

    제 생각에 달빛님은 독서가 충분히 취미라고 말씀 하셔도 될것 같은데요...이미...^^*

    • 소박한 독서가 2010.07.04 00: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미 즐겁고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계시는 어설픈여우님께서 별 말씀을 다 하시네요...^^ 괜히 시답잖은 글에 고민 안겨드린거 아닌가 싶어 걱정됩니다.ㅎㅎ 잘 주무세요~~^^

  3. 좋은글 2010.07.04 02: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저 역시도 깨달음을 얻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 글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가네요.

  4. widow7 2010.07.04 21: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 성인의 60%는 1년에 단 한 권의 인쇄물도 사보지 않는다고 해요. 잡지든 만화든 무협지든 소설이든 뭐든간에요. 취미와 여가를 헷갈려 해도, 주위 분의 반 정도가 독서가 취미라고 말한다는 자체가, 좋은 분들한테 둘러싸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 소박한 독서가 2010.07.04 23: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허억..그렇게나 많이요? 놀랐습니다..정말 widow7님의 말처럼 취미니 여가니 따질 새도 없이 그냥 책을 읽는 분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아해야겠네요..^^

  5. 예문당 2010.07.05 10: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저도 독서를 취미로... 삼으며 행복한 밥벌이까지 이어가려고 노력중입니다.
    끝까지 초심 잃지 않도록.. 뿌리깊은 나무처럼 마음 잘 다잡으며 살겠습니당. :)

    • 달빛 2010.07.05 1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셨어요?
      행복한 밥벌이까지...^^ 예문당님이야 직업이 그러시니 당연하죠..ㅎㅎ
      활기찬 한주 되시길 바랄께요~~

  6. 맞춤법 2021.05.03 15: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일 하"든" 한 달에 한 번 하"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