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를 완주하고 받은 완주증이다.
단순히 증서 하나에 불과한 것이지만 까미노 풀코스를 완주하고 받았다는 의미에서 나에게는 남다른 증서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4월 22일 부터 6월 1일까지의 총 41일간의 여정.
프랑스 서부의 생장 피디포트에서부터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의 800km.
나폴레옹이 넘은 길을 따라 피레네 산맥 종단.
폭우속의 강행군 연속 3일.
찜통속의 메세타 대평원을 주파하는데 9일.
한국에서 가져간 신신파스 5곽 소비.
닳고 헤어져 버린 등산양말 3 켤레.
그리고..발바닥과 발가락에 생긴 물집 10여개.
이 모든 것의 영광스런 결과물인 것이다.
덕분에 얻은 것도 많았다.
건강검진에서 지적받았던 지방간, 약간의 고혈압과 비만이 완전히 사라졌다.
또한 하지정맥의 증세도 약간 있었는데 이 또한 자연스레 완치되었다.
이 모든 것이 자연과 벗하며 맑은 공기속을 걷던 41일동안 이루어졌다.
(완주후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가 나에게 했던 말이 시리즈 3편에 실려 있습니다).
어쨌든 걸었고 마지막까지 해 냈다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 !
이후 지금까지 나는 적어도 일주일에 3-4번은 오후에 남산을 산책한다.
이제는 걷는다는 것이 좋아서 즐기러 가는 것이다.
마음속에 화두 하나를 품고서 집에서 가까운, 우거진 숲 사이로 난 3.5km에 달하는 북측산책로를 천천히 걷는다.
저 앞에서 별난 아줌마들이 얼굴을 가면으로 뒤덮은 채 팔을 요란스레 흔들며 뒤뚱뒤뚱 걷는 것을 보며 혼자 슬며시 웃기도 한다.
등산이나 산책이나 즐거운 마음으로 여유를 가지고 하는 것이 좋은데...
우거진 숲에서 뿜어 나오는 피톤치드 가득한 공기를 오래 즐기려면 당연히 오래 머무르는 것이 최고다.
나의 등산클럽에서 회원들과 같이 산행을 하면 발이 빠른 사람일수록 제일 뒤에 세운다.
발걸음이 느린 초보자들을 배려하는 마음도 있지만 사진도 찍으며 주위 풍경을 즐기면서 올라가자는 것이다.
산 정상에 허겁지겁 빨리 올라간다고 누가 칭찬하거나 상주는 사람 아무도 없다.
그리고 자연이 좋아서 숲이 좋아서 산에 가는 것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빨리 올라 갔다가 빨리 내려오고 싶어하는 사람은 차라리 동네의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것이 낫다.
까미노 이야기가 이제 슬슬 끝으로 다가가니 밑천이 다 떨어져 가는지 나도 모르게 건강 이야기로 새 버렸다.
어쨌거나...
걷는다는 것..
비싼 보약 100첩보다도 효과가 좋다.
그리고 지금의 내 몸이 여전히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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