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쨍쨍거리는 해를 싫어했다.
몸에 열이 많아서 한 겨울에도 창문을 조금 열어야 잠을 잘 수 있는 나는 여름이면 집에서 거의 벗고 지내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햇살이 쬐는 더운 날보다는 구름이 끼고 약간 으스스한 날을 좋아한다.


이 취향은 어른이 되어서도 바뀌지 않으니 흐린 날 등산가는 것이 그 첫째 증상이다.
금방이라도 빗줄기가 쏟아질 듯한 날씨 속에서 배낭메고 길을 걸으면 상쾌하기가 그지 없다.

산 입구에 들어서면 한 명도 없을 줄 알았던 나 같은 정신병 환자들이 정말 많다.
이런 날은 비가 올지 모르니 당연히 릿지는 피한다. 그냥 걷기 무난한 코스를 선택하여 능선으로 올라 간다.
만에 하나 그냥 맞고 가기 곤란할 정도로 비가 쏟아지면 우산도 받쳐든다.

산 위에서 비가 오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짙은 구름이 물러갈 때 언뜻언뜻 보이는 봉우리는 정말 한 폭의 동양화 그 자체다.
그 맛에 정신나간 짓을 하는 지도 모르겠지만...


흐린 날 나타 나는 두 번째 증상이 술의 유혹이다.
내가 무슨 이태백이라고 구름이 잔뜩 낀 날은 어김없이 술이 생각난다.
좀 있으면 내릴 지도 모를 비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까...

여기저기 전화하여 약속을 잡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주위의 가까운 지인들만 한 두명 저녁에 조용히 만나 인생사를 논하며 조촐하게 삼겹살이나 껍데기를 굽는다.

혹시라도 기다리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그 기분좋은 후두둑 소리가 그리 좋을 수가 없다.

<사진출처:peng's님의 블로그>
 
 
마지막으로, 산책가는 것이다.
흐린 날 산책하면 덥지도 않다.
또한 비가 오더라도 바람만 세게 불지 않는다면 보슬비 속의 산책 정도는 오히려 낭만적이다.


술 이야기가 들어가니 왠지 19금 글이 된 기분입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죠? ^^


p.s.) 술자리의 분위기는 좋아해도 과음은 하지 않습니다.
적당한 술은 괜찮지만 과음은 건강에 해롭기 때문입니다~^^


Posted by 소박한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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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설픈여우 2010.08.05 14: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중주애...라고 애주가인 울 남편도 비오는날은 술을 마셔줘야 한다...곤 한답니다.
    달빛님,그렇다고 정신병자...라니요? ㅎㅎ

    지금 또 한바탕 비가 내리네요...
    오늘은 좀 시원할까요? ㅎㅎㅎ

    • 소박한 독서가 2010.08.06 00: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우님, 결국 오늘도 쏟아지는 비소리를 안주삼아 낭만을 즐기다 왔습니다~ㅋㅋ 서방님도 참 낭만적인 분이시네요~ 행복하신 부부같아서 참 좋습니다~♡^^

  2. 빛이 드는 창 2010.08.05 15: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방금 소나기 왔다 갔습니다.
    그래서인지 주변이 한결 깨끗하게 보이네요.
    그러나..덥다는거.. 저도 저녁때 지인과 한고푸 해야겠습니다.^^

  3. onstar 2010.08.05 15: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는 한잔 해주곤 하져~ ㅎㅎ
    한옥분위기의 주점에서 동동주에 파전이나
    허름한 깡통집같은 곳에서 삼겹살에 쏘주~한잔~
    요즘 같은 날은 너무 더워서 못살겠어요~ ㅎㅎ

  4. 이야기캐는광부 2010.08.05 15: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술의 유혹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ㅎㅎ
    때로는 갑자기 기차여행을 떠나고 싶기도 합니다. 조용하니 사색하기 딱 좋은 날씨같아요. 비오는 날은.

  5. mike kim 2010.08.05 16: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당들이 대부분 비오는 날을 사랑해 마지 않죠...대학 때 비오면 수업 다 내팽개치고 근처 식당 다락방으로 숨어 들어가 보글 거리는 찌개 시켜놓고 마시던 소주가 그립습니다...^^

  6. Z-D 2010.08.05 16: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여름이면 벗고 지내시는 것이 저랑 같군요.^^
    개인적으로 비오는 날이면 술이 땡긴다는 것은 100% 동감합니다.ㅋ

  7. @hungreen 2010.08.05 16: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우중충 흐린날을 너무 좋아합니다^^
    물론 술도 사랑하구요 ㅎㅎㅎ

  8. 영심이 2010.08.05 17: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갠적으로 햇빛이 쨍쨍한 날보다...우중충한 날씨랑 비오는 날이 좋더라구요...
    애가 좀 이상한가 봅니다..ㅡㅡ;;;
    암튼 비오는 날은 집에서 빗소리 듣는게 제일 좋아요 ㅎㅎㅎ
    그러다 질릴때쯤 술을 마셔줘야 술술 넘어가요 ^^;;;;;;

  9. 걷는 말 2010.08.05 17: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있게 사시는 분 같아요~
    그런 일상들이 우리를 채워주는 토양분이 되겠지요.
    무더위에 건강하세요~~!

  10. HJ 2010.08.05 18: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오는 날 좋아하시는 분들 많으시더라구요.. 저같은 경우는 차안에서 음악 듣기 입니다. ^^

  11. 여강여호 2010.08.05 18: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왜 비가 오면 술생각이 날까요?

  12. 설보라 2010.08.05 18: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 보니까 분위기 나네요~(산위에 누워있는 모습) 전 소주는 못하니까
    생맥주한잔(500cc)정도 딱 좋은데.. 오후되니까 머리가 좀 나아졌네요
    이젠 좀 살것 같아서 ..소주 얘기하니까 저도 맥주가...
    서울은 비가 오나 보네요? 여기 대전은 오후들어서 날씨만 흐려 있어요~
    비 오는날 많이들 좋아하잖아요~ 소낙비만 빼고..좋은 하루 되셨나요?
    비가 오면 저녁 소주모임 있으시겠네요, 즐거운 시간 되세요~~^^*

    • 소박한 독서가 2010.08.06 12: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제 과음했습니다.
      이제 한 이틀 또 금주모드 들어가야겠습니다^^
      머리가 나아지셨다니 다행입니다. 체질이 좀 많이 약하신 듯 보이네요..항상 건강 조심하세요~

  13. 2010.08.05 19: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소박한 독서가 2010.08.06 12: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털보아찌님, 남한산성 저도 자주가는 곳입니다.
      그리고 이 더운날 고생하셨습니다..^^
      저는 이달 말이나 되서 좀 선선해지면 다시 산으로 갈 생각입니다^^ 다리의 피로는 다 풀리셨는지요?

  14. DDing 2010.08.05 21: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술입니다. ㅎㅎ 막걸리 생각이 간절해지죠.
    그런데 산은 좀 의외입니다만 은근 분위기가 있을 것 같아요.
    다음에 꼭 시도해보겠습니다! ^^

  15. 모과 2010.08.05 2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편과 술을 한 잔하며 오손 도손 대화를 하는 시간이 제일 좋습니다.
    문제는 늘어나는 허리...^^

  16. 꽁보리밥 2010.08.05 22: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 좋아하고 술 애주하는 습성은 비슷하군요.
    몸에 열많은 부분도....ㅎㅎㅎ
    여름이 너무 싫습니다.
    오늘 이웃님들 주소 정리하면서 독서가님 같은 분은
    오랜동안 교류를 했음 하는 바램이 들더군요.
    행복한 저녁시간 되세요.^^

    • 소박한 독서가 2010.08.06 12: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꽁보리밥님, 너무 감사합니다~^^
      저도 꽁보리밥님과 같은 분들과 오래오래 교분을 지속하고 싶습니다. 요즘 제 주위에 정말 좋은 이웃분들이 많다는 생각에 행복한 마음이 들기도 하구요^^ 언제 가까운 이웃분들과 가볍게 맥주 번개라도 한번 할까요? ^^

  17. 일곱가지 이론 2010.08.05 23: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흐린날의 산책 . 운치있겠는데요.
    저는 사람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아서 저한테도 좋은 방법일 거 같네요.

  18. 가을 2010.08.06 00: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술 생각 납니다..ㅎ ㅎ
    흐리면..기분이 더 좋아집니다....

    *정말요? 우와, 체력 좋으시네요^^
    내일 비 엄청 온다던데..내일 드시져~~
    (댓글에 댓글 다는 법을 몰라 덧붙입니당
    지금 시간 12.21분.

  19. ggoi 2010.08.06 20: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오는 날은 일단 마시고 보는 것입니다..하하..
    흐린 날은 잠자기 딱 좋은 날이고요...전 그래요..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