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소설은 어둡다.

그 짤막한 문체에서 어떻게 그렇게 어두운 빛이 뿜어 나오는지 신기할 정도다.

'칼의 노래'를 읽었을 때도 전장에서 이기면 선조의 질투로, 지면 바다에서 죽기는 매 한 가지인 이순신 장군의 암담한 마음을 어쩌면 그리도 잘 표현했는지, 그 찝찔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몇 번이나 고개를 이리저리 젖히며 읽었는지 모른다.

'남한산성'에서 묘사되는 인조의 고뇌와 신하들의 무력함, 백성들의 좌절 또한 읽는 사람의 마음에 넘칠만큼 짙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며, 작가가 남의 말하듯 전개하는 이야기에 스며있는 백성과 신하, 임금의 애환은 가슴시리게 축축하고, 오늘은 임금을 건네 주고 내일은 적군을 건네 줄까 싶어 죄없는 사공의 목을 베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다.
 
피부를 찢는 추위 속에서 간신히 좁디 좁은 남한산성까지 피난 간 인조의 코 앞에 청의 군대가 포를 쏘아 대고 말먹이 풀을 다 태워버릴 동안, 항복해야 한다 안된다라며 신하들이 벌이는 언쟁은 무력감 그 자체이고, 거적대기 한 장과 간장풀은 멀건 죽 한 사발로 얼어 죽을 만큼 추운 날씨를 버티며 청의 척후병들과 결사의 전투를 벌이며 성을 사수하는 병사들 또한 비통함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장면이다.

삼전도에서 인조가 무릎을 꿇고 치욕의 항복을 하는 동안 오줌을 누는 칸의 오만방자함은 독자로 하여금 우울의 절정을 맛보게 하며, 항복을 하는 그 옆에서 오열하는 시녀들이나 춤을 추는 조선의 기생들 장면은 울분을 맛보게까지 한다.

김훈에게 어느 기자가 물었다.
"왜 글을 쓰십니까?"
김훈의 대답이 걸작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

이렇게 솔직하시니깐 적나라한 글도 나오는거겠지..

 

Posted by 소박한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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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Ding 2010.08.12 07: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쩌면 반어법이 아닐지도 몰라요. ㅎㅎ
    그의 문장이 날카로워 찔릴 것 같은 느낌이 들때면 삶의 치열함이 느껴지거든요. ^^
    실상은 어떤지 모르지만요. ㅋ

  2. 티비의 세상구경 2010.08.12 07: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은 책 리뷰글이 눈에 들어오지가 않네요 ㅎㅎ
    책 1위 등극 축하드립니다 !!!!!
    ------------------
    좋은 책소개 감사드려요~!

  3. 호미숙 2010.08.12 09: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한산성 저는 자전거로 자주 가는데 그곳에 가면 그때 역사적인 치욕스러움을 알고 난 뒤부터는
    그 곳에 가면 새로움을 느끼고 옵니다..
    가끔 서울 노을을 담고가 출사겸 자전거 여행지거든요..

  4. ♣에버그린♣ 2010.08.12 10: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소 심오한 책인가요?
    이런류의 책은 저같은 경우 이상하게 안봐주더라구요~
    그래도 이런류의 소설이 어떻다는것을 조금이나마 알고갑니다^^

  5. 설보라 2010.08.12 10: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치욕스럽네요~ 역사의 한 단면이지만.. 읽는 순간 기분이 그렇겠어요..
    날이 다시 해가 반짝이네요~ 오늘도 더웁겠어요~ 더위 조심하시고요!!
    전 오전에 안 좋은 소식이 들려서 기분이 꿀꿀~한데..우울한 독서경험하고
    맞아 떨어지나요? 기분 풀고 오늘도 열심히 해야죠? 좋은 하루 되세요!!

  6. ☆북극곰☆ 2010.08.12 13: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훈작가님 소설인가요?? 미쳐 체크하지 못했네요.
    만화채도 "남한산성"이라는 작품이 있거든요.
    권가야라는 유명한 만화가가 그린 작품인데 원작이 있을거라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아직 만화책 "남한산성"도 읽어보지 못했고 이 소설도 읽어보지를 못했네요. ^^
    조만간 관심갖고 서점에서 조금씩 읽어보고 구입해야겠습니다. ^^
    좋은 하루 되고 계시죠??????

  7. 머니뭐니 2010.08.12 14: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짧은 글에도 닭살이 돋네요.
    반어법 참 좋아하는데... 받아 들이는 사람이 이해를 못하거나...
    또 반어법을 너무 많이 써 버리면 이상한 사람 되는것 같더라구요^^;
    소박한 독서가님 남은 하루 즐겁게 보내세요~

  8. 어설픈여우 2010.08.12 15: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분명한 우리 역사지만,
    어떨때는 정말, 우울하게도 하고
    슬프게도 하고
    화도 나고 그러는것 같아요...

    달빛님, 오늘은 1등이라는 즐건 소식으로 기분좋은 하루 느끼시길 바래요~^^*

  9. ★안다★ 2010.08.12 16: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먹고 살기 위해서...정말 솔직하지만 군더더기 없는 솔직함을 표현한 대답이네요~!!!

    소박한 독서가님 덕에 읽고 싶고, 읽어야만 하는 책들의 목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오늘 추천하신 김훈 작가의 남한산성도...그 목록에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소박한 독서가 2010.08.12 16: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 또한 안다님에게서 여행에 대한 폼뿌를 무지 받고 있습니다.ㅋㅋ 독서야 뭐 천천히 하셔도 되지만 여행은 다리 힘이 있을 때 빨랑빨랑 다녀야 하는데..ㅎㅎ 안다님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10. FaustK 2010.08.12 17: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목 그대로입니다. 우울하지만 잊지 못할 작품이죠.
    오늘도 좋은 글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11. 파리아줌마 2010.08.12 19: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년 가을 저 또한 <남한산성>을 읽으며
    우울하고 암울하고 답답했던... 하지만 쉽게 잊혀지지 않았던..
    그책,,,기억이 납니다.^^

    • 소박한 독서가 2010.08.12 20: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딱 그 느낌 그대로였습니다.ㅎㅎ
      김훈의 책은 그래서 더 놓기가 힘이 드는가 봅니다.
      파리에서 외롭지 않게 블로깅 자주 하시면서 즐겁게 지내세요~ 자주 놀러 가겟습니다^^

  12. Claire。 2010.08.13 00: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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