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2010.10.21 07:00




오늘은 어제에 이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권의 뒷편 소설인 <낯선 여인의 편지> 독후감상문을 올린다.
이 소설은 여자가 남자에게 보낸 한 통의 서간문 형태를 띤 소설이다.

당신은 기억도 나지 않는 여자가 어느 날, 나의 아이를 낳았다고 주장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내가 생판 모르는 여자가 평생에 걸쳐서 나를 목숨바쳐 사랑했다고 하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이야기는 주인공이 어느 날 미지의 발신인으로부터 받게 되는 두툼한 편지 한 통을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

<결코 저를 모르는 당신께>
라는 서두로 시작하는 이 편지에는 믿을 수 없게도, 남자가 기억도 하지 못하는 여인의 평생에 걸친 가슴 절절한 사랑의 고백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오래 전에 남자의 아이를 낳았지만 13살이 된 아들이 독감을 못 이기고 죽자 자기도 아이를 따라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을 예감하는데...아들의 시체 옆에서 촛불을 켜놓고 꺼져가는 기력을 모아 평생을 사모했던 남자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긴 사랑의 회상과 고백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슬픈 사랑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하여 차분히 풀어가는 회상을 통하여 사랑하는 남자에게 이승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그녀의 편지는 읽는 내내 나의 가슴을 저미게 했다.

독서내내 혼잣말로 "바보같은 놈...멍청이같은..." 이러면서 책을 읽다가 드디어 "당신을 사랑합니다...당신을 사랑해요..행복하세요"라는 문장을 마지막으로 그녀의 편지가 끝났을 때는 나도 모르게 이미 이승을 떠났을 그녀의 한많은 슬픈 명복을 빌어주고 있었고...옆에 그 남자가 있었다면 그야말로 눈알이 튀어 나오게끔 뒤통수를 한방 갈겨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헤이, 이 책은 심리소설로 사람의 감정을 잘 속이기로 유명하다는 츠바이크가 쓴 하나의 창작일 뿐이야. 가짜 사랑이라구! 너무 필요 이상으로 센치해지지 말게나.)
나의 마음은 내게 이렇게 이야기했고 나 또한 그 사실을 알지만 왠지 그녀의 인생이 꼭 진짜였을 것만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혹시 츠바이크의 친구나 주변사람들에게 일어났던 실화가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든 것은 그만큼 이야기 속의 배경이나 사건들이 설득력있게 다가 왔다는 뜻일게다.

츠바이크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소름끼치는 비밀을 갖고 있다.
비밀은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필수조건이다.
그래서 우리는 츠바이크를 읽으면서 이야기를 직접 상상하며 그 속에 빠져드는 경험을 맛보게 된다. - 북포럼

위의 북포럼 서평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나같이 머리나쁜 사람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나사빠진 이야기를 대충 써 놓아도 팬들이 알아서 온갖 철학과 숨은 의미를 다 찾아내어 고상한 책으로 승격시켜 주는 모 일본작가같은 고차원적인(?) 구성이 아니라, 누가 봐도 고개가 끄덕여질만한 상황과 있을법한 전개라는 뜻이다.

역자인 김연수님이 쓰신 작품에 대한 해설에서 한 부분을 인용해 보자.
(스포일러를 주지 않기 위하여 꼭 필요한 부분만 옮긴다)

<...일편단심 순정을 지키며 살다가 아들의 죽음과 더불어 자신도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순간에서야 밝히는 그녀의 사랑...(생략)....사랑 방식에 대해 오늘날 20대 여성 독자들은 작가의 보수적 여성관을 비판적으로 보거나, 이 여인의 사랑 방식을 놓고 주체적이다 아니다 갑론을박하기도 한다.>

아마 상아탑의 강의실 안에서 이 작품에 나오는 오스트리아의 순정파 여인을 놓고 벌이는 토론 분위기를 소개한 것이리라 생각하지만 옛날에 비해 보다 자유분방한 성의식을 가지고 있는 오늘날의 독자들에겐 충분히 이슈가 될만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이런 사랑이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쓸데없는 생각이지만 일편단심에 관한 한, 성춘향은 이 미지의 여인과 왕관을 다투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근소한 차이로 춘향 할머니가 판정승할 것 같다. 이유는 읽어 보시면 안다..ㅋ)


Posted by 소박한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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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갈길이 먼데.. 소설 읽고 싶어집니다. 흐~
    리브로 얼른 가봐야겠네요. 정보 감사합니다. :)

    2010.10.21 10: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네..예문당님.
      읽고 싶으셨던 책들 이번 기회에 몇 권 장만하심이..ㅎ
      저도 어제 스테디셀러 50% 할인으로 몇권 영입했습니다^^

      2010.10.21 13:04 신고 [ ADDR : EDIT/ DEL ]
  3. 역자가 소설가 김연수씨라는 것을 보는 순간! 마구마구 읽어 보고 싶어졌습니다~ 가을과 어울리는 책인것 같아요^^

    2010.10.21 10:37 [ ADDR : EDIT/ DEL : REPLY ]
    • 화사함님, 안녕하세요?
      김연수님을 이미 아시는군요^^
      참 빨려들게 잘 쓰셨더라구요..
      강추합니다^^

      2010.10.21 13:05 신고 [ ADDR : EDIT/ DEL ]
  4. 가짜 사랑이라서 더 안타까운가 봐요.
    제가 성스를 보며 느끼는 감정처럼요. ^^

    2010.10.21 10: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네..저도 성스를 볼지 대물을 볼지 고민중입니다^^
      두 개를 다 보자니 하루종일 티비앞에서 붙어 살 것만 같아 힘들 것 같아서요..ㅎㅎ
      즐거운 하루 되세요^^

      2010.10.21 13:05 신고 [ ADDR : EDIT/ DEL ]
  5. 호기심발동...
    보고싶은책..
    하지만 내 일이 아니길바라는마음...

    2010.10.21 11: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드뎌 오븟한여인님의 호기심을 움직이는데 성공했군요~ㅋㅋ
      강추입니다^^
      체스이야기는 몰라도 낯선 여인의 편지 이야기는 여자들이 딱 좋아할 그런 류의 이야기 같습니다^^

      2010.10.21 13:06 신고 [ ADDR : EDIT/ DEL ]
  6. 빰빠라빰~오랜만에 인사를 드립니다~소박한독서가님~!!!
    제주도는 잘 다녀오셨는지요?...저는 10월2일에 다리를 다친 후 머 여러가지로 고전하고 있습니다~에헤헤^^
    슬슬 회복되어 가는 중이라서 이런저런 계획들을 세우고 있는 중입니다~
    참~!모임 계획중이시라구요?...콜~!!!입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꾸벅^^

    2010.10.21 12: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다음주에 회동 한번 하시죠?^^
      준비했다가 (준비라야 마음의 준비~ㅋㅋㅋ) 연락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010.10.21 13:07 신고 [ ADDR : EDIT/ DEL ]
  7. 제목부터 관심을 불러 일으키네요.
    작가로서는 절반의 성공이지 싶네요 ^^ 시간되면 한번 읽어봐야것네요

    2010.10.21 13: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오늘 타이틀한번 선정적이시네용...ㅋㅋ 소박한님..한테 이런일이 있으면 어떻하실건가? 그게 젤 궁금^^

    2010.10.21 15:56 [ ADDR : EDIT/ DEL : REPLY ]
    • 유진님,ㅋㅋ
      전 이런 일이 생길 정도로 그렇게 매력적인 남자가 아닐 뿐더러 이런 기회를 만들지도 않습니다. 미인 근처에는 아예 얼씬도 안하는 습관이...ㅎㅎ

      2010.10.21 20:47 신고 [ ADDR : EDIT/ DEL ]
  9. 모르는 여인이 나의 아이를 낳았다니.. 내 인생 어쩔..
    요즘 책을 멀리하게 되는데, 소박한 독서가님 블로그를 찾을 때마다
    다시 책을 집어보고 싶어지네요. ^^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즐거운 오후되세요~!

    2010.10.21 16: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요?
    일편단심이라 해도.....
    상대는 모르게 그런 사랑을 할수 있는거죠?

    죽음을 앞두고 사랑고백이라니......ㅡ,ㅡ

    2010.10.21 17: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무슨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었길래 죽음을 앞두고야 연락을 했을까요...
    이런게 지고지순한 사랑인지는...음,, 글쎄요..
    츠바이크의 문학에서 비밀이라는 소재는 참 중요하게 작용하는거 같아요..그점이 마음에도 들고요.. ^^
    소박한 독서가님 글을 읽고 생각난 김에 '체스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는데..휴~ 동시에 잡고 있는
    책들이 있어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네요,, ^ ^

    2010.10.21 18:26 [ ADDR : EDIT/ DEL : REPLY ]
  12. 이하

    내용이 80년대 영화 Y의체험이랑 완전 똑갇네요.거기선 어린아들이 불치병에 걸려서 죽는데.이보희가
    주연이고 이영하가 상대남으로 나오죠.굉장히 슬픔니다

    2010.10.21 18:43 [ ADDR : EDIT/ DEL : REPLY ]
    • 어..그런 한국영화가 있었나요?
      갑자기 급관심이 생깁니다..ㅎ
      혹시 이 책에서 모티브를 얻은건지 한번 보고 싶네요^^

      2010.10.21 20:50 신고 [ ADDR : EDIT/ DEL ]
  13. 리브로에서 행사하구 있군요?!

    저는 최근에 책 읽을 시간이 없네요 ㅠㅠ 내일은 또 실습이구요.. 더군다가 전집으로 된거는 더 무리에요..

    오랜만에 들렸는데 먼가 부족한 느낌이에요.. 독서가님 글이 부족하다는게 아니라 기분이 ㅠㅠ

    2010.10.21 23: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간만에 잘 읽고 갑니다. ^^ ㅋ
    오랜만의 복귀이신데도 복귀하시자마자 열심히 달려주시는군요~ ^^
    동원훈련 갔다와서~ 정신없네요~
    블로그도 너무 손논듯~ ^^ ㅋㅋㅋㅋ
    편안한 밤 되시고~ 이따가 다시 놀러올게요~ ^^ ㅋ

    2010.10.21 23: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지나가다.

    올리신 내용이 웃을일은 아닌데,
    "미안해, 아무래도 임신한 것 같아"라는 스팸메일을 직전에 받아서, 제목만 읽고 웃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30분도 되지 않아 이런 우연이...ㅎㅎ)

    참고로, 저는 여자입니다.

    2010.10.22 04:08 [ ADDR : EDIT/ DEL : REPLY ]
  16. 마음 아픈 소재의 소설이군요.
    남자의 뒤통수를 후려갈기고 싶었다는 소박한 독서가님의 글을 읽으니
    재미있으면서도 안타까움이 절절이 전해집니다.

    전 문학동네의 세계문학전집.. 그야말로 전집을 가지고 싶어요 ㅎㅎ
    읽지 않은 소설이 무척 많더군요. 그리고 한국고전소설 전집도 가지고 싶고.. 으음,
    갈수록 책 욕심만 늘어서 큰일입니다 ^^;
    리브로의 행사는 저도 보았는데 매우 파격적이더군요!
    그 때문에 가입하기도 그래서 그냥 지나치고 있지만, 아이디가 있는 분들에게는 무척 좋을 것 같습니다 ^^

    2010.10.22 05: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그래요^^
      전집을 소유하고 싶은 욕심이 무럭무럭 생기지만...
      그럴 수는 없고..ㅎㅎ
      그냥 한 권씩 읽는걸로 만족할렵니다^^

      2010.10.22 23:17 신고 [ ADDR : EDIT/ DEL ]
  17. 독서가님 이야긴줄 알고 깜놀했습니다...ㅎㅎ
    저런 이야기...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죠...
    근데 저도 저런넘 옆에 있으면 정말 귀퉁백이 내려칠것 같습니다...^^

    2010.10.22 22:21 [ ADDR : EDIT/ DEL : REPLY ]
  18. 독서가님 이야긴줄 알고 깜놀했습니다...ㅎㅎ
    저런 이야기...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죠...
    근데 저도 저런넘 옆에 있으면 정말 귀퉁백이 내려칠것 같습니다...^^

    2010.10.22 22:22 [ ADDR : EDIT/ DEL : REPLY ]
  19. 어떤 내용일지 급관심입니다.
    제목 다시 한번 더 확인,,^^

    2010.10.22 23:53 [ ADDR : EDIT/ DEL : REPLY ]
  20. 비밀댓글입니다

    2010.10.31 16:56 [ ADDR : EDIT/ DEL : REPLY ]
    • 참 감성적이세요..감동을 받으셨다니 저도 보람을 느끼구요..그 누군가를 향한 사람 귀하게 오래동안 가져 가시고 또 꼭 이루어지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2010.10.31 16:59 신고 [ ADDR : EDIT/ DEL ]
  21. 지나갑니다

    체스 이야기를 읽기전에 리뷰들을 찾아보다가 들렀습니다 여럿게시물을 읽어가면서 책을 읽는 즐거움이 묻어나는 게시글들에 감동을 느꼈어요 감사해요

    2018.06.15 12:09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