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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한 이야기

책인가? 독서인가?

by 소박한 독서가 2010. 10. 25.


모 홈쇼핑에서 xx 세계문학전집 90권의 가격을 30만원 중반대에 파는 파격적인 할인행사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요즘 안그래도 세계문학에 관심이 많아 지름신이 문 앞에 엎드리고 있던 차, 눈이 반짝거리지 않을 수가 없고...

권당 4천원 정도의 가격에 세계문학전집이 90권이라...
이걸 질러? 말어?

지금 나의 책상위에는 읽을 책들이 많이 쌓여 있다.
다음뷰의 지원금으로 구입해 놓은 대여섯 권의 책도 있고 또, 그동안 독서를 미루어 왔던 책이며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들도 몇 권 있다.


이런 와중에 내가 90권의 책을 들여놓는다 하더라도 그 많은 책을 도대체 언제 읽을 것인가..?

또 읽는다 하더라도 그 책들만 죽자살자 읽을 것인가?

나의 질문에 대한 이성적인 답은 <아니다>였고 나는 그 명령에 순순히 순응하여 막
문턱을 넘어설려는 지름신을 막아서며 대문을 닫고 빗장을 걸어버렸다.

지금 냉정히 생각해 보면 나는 책을 읽고 싶다는 소망보다는 나의
서가를 빛내줄 번듯한 전집을 원하고 있는게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다.
(하지만 아이들이나 청소년이 있는 집에는 충분히 갖춰놓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얼마 전부터 다른 독서는 잠시 제쳐두고 세계문학전집만을 돌아가며 한,두 권씩 비교독서하고 있다.
같은 책을 비교하며 읽기도 하고, 하나의 책을 골라서 읽기도 한다.
이미 문학동네와 민음사, 을유문화사의 세계문학은 한 권씩을 읽었고, xxx에서 나온 한 권은 읽다가 개인적인 이유로 인내심이 바닥나 포기해 버렸으며, 지금은 대산세계문학총서를 읽고 있다.

이유를 말하자면 첫째는, 각 전집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들(해설이나 각주, 머리말, 후기등)을 비교해 보고 싶어서이고, 둘째는 그렇게 하여 나름대로의 결론을 낸 후에 (세계문학전집에 관한 한)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어느 한 전집을 위주로 읽을 생각에서이다.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번역의 질은 다 비슷한 수준이지만 제본 및 각 전집에 붙어 있는 해설, 참고, 부록, 각주, 머리말, 역자후기등에 대한 나의 주관적인 느낌은 저마다 다르다 (언젠가는 나의 리뷰에도 등장하리라 생각한다).



어쨌거나,
한 권의 책을 읽고난 후, 다음에 무엇을 읽을 것인가
고민하는 것도 어찌보면 즐거움이다.

읽고 싶은 책을 모조리 서가에 꽂아놓고 순서대로 한 권씩 본다면 그 또한 뿌듯한 일 임에는 틀림이 없겠으나 그것이 말처럼 그리 쉽지만은 않다.
몇 권만 읽히고 나머지 책들은 책장속에서 펼쳐지지도 못한 채 잠들어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나는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매일밤 새로운 꿈을 꾸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다음에 읽을 문학책을 고르는 것은 꿈속에서 노닐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또 다른 세상속으로 꿈을 꾸러갈 준비를 하는 과정이다.
내가 1년 뒤에 꿀 꿈까지 미리 정해놓고 꾼다면 꿈에 대한 기대감이나 즐거움이 있을까..?

그래서 나는 솔직히 욕심은 나지만 굳이 문학전집을 장만하지 않는다.
(단, 이는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고 아이들이 있거나 독서인구가 넉넉한 가정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예를 더 들어보자.
이전에 어느 지인의 집을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거실의 거대한 책장에 책이 수백, 수천 권이 꽂혀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야..대단하십니다. 책많이 읽으시네요~"
내 말에 흐뭇한 표정으로 뭔가 답하려고 하는 그 사람을 앞질러 부인이 톡 내뱉았다.

"책만 많으면 뭐해요? 사놓고 읽지도 않는거...저거 다 남에게 ~척 할려고 하는 거예요"
그냥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웃고 넘겼지만 나에게 이런 일이 안 생긴다고 어찌 보장하겠는가?

내가 가장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언론에 사진이라도 좀 찍히고 자주 TV에 얼굴이라도 내미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 인터뷰를 서재나 책장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인데, TV화면을 정지시켜 놓고 자세히 보면 거기에는 거의가 고전이나 인문서적, 제목도 어려운 전문서적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다.

그 사람들을 비하하고자 하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그 분들이 대중앞에서 전문적인 식견을 당당히 피력하기까지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공부와 독서에 투자를 했는지 알기 때문이다.

내가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은 왜 하필이면 스탠드 하나 달랑 켜놓은 컴컴한 서재나 책장 앞에서만 인터뷰를 하느냐 하는 것이다.
외국의 다큐물에서 많이 보듯이 이슈가 되는 현장이나 풀밭에서 자연을 배경삼아 인터뷰하면 자신의 명성이 깎이기라도 한다는 것일까?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는 것도 안다.
이는 아마추어건 전문가건, 도인이 아닌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다 내재하고 있는 본능이다.
그것 자체는 사람의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좋은 자극제가 된다.
하지만 그것이 빗나가 책이 나를 과시하는 수단이 되거나 전시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남에게 안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하여 안된다는 뜻이다.

책이냐? 독서냐?

대부분이 독서라고 대답할 것이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의외로 간과해서는 안될 치명적인 함정이 숨어있다.



댓글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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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과 2010.10.25 09:46

    독서를 많이 하는사람들은 책을 모아 두지 않지요.
    책을 사서 읽고 지인에게 선물을 합니다.
    독서는 남에게 보여주려고 하는게 아니고
    자기가 행복해지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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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10.25 10:22

    전 전집은 별로에요~
    거의 장식용이 될게 눈이 보여서요~
    답글

  • 제로드™ 2010.10.25 10:40 신고

    저도 TV의 인터뷰 장면을 볼 때마다, 나도 저런 서재를 가지고 인터뷰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곤 했어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다른 이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기본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ㅎ
    답글

  • Seen 2010.10.25 11:59 신고

    언제나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저 같은 경우는 어떠한 책이라도 읽으면 소장하고 싶은 성격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요즘은 요즘은 책을 아예 읽지 않고 있더군요.
    빌려서 읽기는 싫고, 책은 사야되는데 서점은 안가게되고..
    독서가님께 많은 걸 배워갑니다. 독서는 보여주는게 아닌데 말이죠.
    이번주에 도서관에 가서 책 한권 빌려와야 겠습니다. ^^
    즐거운 일주일 시작하세요 독서가님~!
    답글

  • 칼리오페 2010.10.25 12:11

    장식장안에 전시용으로 들어있는 전집들이
    절 보며 웃는 것 같네요 ㅋㅋㅋ
    가을인데 이제 반성하고 독서 좀 하겠습니다 ㅋㅋㅋ
    답글

  • ★안다★ 2010.10.25 12:24 신고

    아~정말 공감가는 얘기입니다~
    책인가?독서인가?...!!!
    평상시에 독서보다 책을 먼저 생각하지는 않았는지...또 현학적허세를 위한 독서는 아니었는지 반성과 점검을 해 봅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독서의 바이블 잘 읽고 갑니다~
    즐겁고 행복하게 한 주 출발하시는 소박한독서가님 되세요^^
    답글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10.25 12:47

    와우~~그런행사를하는군요,좋은기회일듯...
    그런데 우리집도 전집으로된거 있지만 이상하게 안보게 되더라구요,
    왠지 잡으면 다읽어야할것같은부담감?그리고 못읽을것같은 생각에 아예포기?
    전시용이든 읽을려고사든 책이많으면 부자..
    답글

  • 아라한 GO 2010.10.25 12:49 신고

    저두 이전에는 책 살때 몰아서 몇권씩 사곤 했는데...
    요즘에는 배송비가 있어도 그냥 한권씩 사서 읽습니다.
    아니면 인근 도서관에서 빌려서보고 소장가치가 있는 책들만 사기도 한답니다.
    답글

  • 하결사랑 2010.10.25 13:07 신고

    그러게나 말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음에는 무엇을 읽을까? 찾는 재미 정말 저도 동감입니다.
    가끔 진짜 좋은 책 읽으면서 줄어가는 페이지를 보면서 아쉬워 하는 즐거움 같은거...
    전집에서는 느끼기가 어려운 즐거움인 것 같아요.
    독서를 위한 책이어야죠. 책을 위한 독서가 아니라 ^^
    동감하고 갑니다 ^^
    답글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10.25 13:11

    이건 지름신 내려도 됩니다.
    일단 책이 가까이 있으면 보게 된다니까요.~~ 너무 단순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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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10.25 18:26

    요즘 책을 읽으면서 전집에 마음이 끌리기도 하지만,
    저도 소박한 독서가님과 같은 이유로 전집을 구매하는 것은 망설이게 됩니다.
    전체를 들여놓고 나면 소량으로 골랐을 때의 신선한 설렘이 없어질 것 같아서요.
    그 때가 되어도 어차피 읽고 싶은 책은 많을 것이고요 ㅎㅎㅎㅎ
    서재에 책을 쌓아놓고 과시할 것이 아니라 마음에 책을 쌓아두어야겠지요.
    공감되는 말씀 잘 읽었습니다 ^^
    답글

  • 늘푸른 2010.10.25 21:00

    집에 책이 있어야 합니다.

    읽는 부분은 둘째이고요.

    언제가는 읽는다는 말에 동감합니다.

    다만 장식의 목적이 있다면 반대합니다.

    책이 있어야 합니다.
    답글

  • EUN^^B 2010.10.25 21:06 신고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맛있는 음식도 너무 많이 있으면 질리거든요
    그리고 어떤 책을 살까 고를 때의 그 행복감은
    읽을 때의 행복감과 맞먹는 것 같아요
    저만 그런가요? ㅎㅎㅎ
    답글

  • Lipp 2010.10.25 23:23

    살짝 찔리는군요,,, ^^ 하지만 좋은 질문 입니다 !!
    저도 이참에 책 정리를 좀 해야겠네요..
    안읽은 책들을 앞쪽에다 쭉~ 놓으면 눈에 잘 보이니 먼저 읽어 지겠지요..^^
    읽는 속도가 느린 저는 그건 생각못하고 욕심만 앞서서 사다 나르는게 문제에요..;;
    답글

  • 파리아줌마 2010.10.26 00:09

    인터뷰 부분에서 빵~터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네요.ㅎㅎ
    인정받고, 과시하고 싶은것 사람에게 본능적으로 있지요.
    <책이냐 독서냐> 한번쯤은 생각해 볼일입니다.^^
    답글

  • 마사이 2010.10.26 00:19

    저는 읽지않는 책을 버릴려 해도 어머니가 항상 반대하셔서...
    당신의 땀이 배여있기 때문인가봐요...^^

    나이로비에서 댓글 달았습니다...^^
    답글

  • hermoney 2010.10.29 12:22 신고

    xxx도 안봣니?

    라는 말을 하도듣다보니...아아 열심히 읽어야겠구나란 생각은 많이드네요T_T

    보고싶은걸읽어야하는데 봐야하니읽는다라고생각하니 그것만으로도 왠지 일같아서...-_-;
    답글

  • ^^ 2010.11.26 14:28

    진짜 독서가이신것 같습니다...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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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단풀 2010.12.12 14:53

    정말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서 진열만 한거라면
    참 어이가 없겠지요.
    한 권을 읽더라도 마음을 움직이고 영양가치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좋은글 잘 보고 가요.
    답글

  • 결이 2011.02.16 14:46

    세계문학전집을 검색하다가 소박한 독서가님의 페이지 까지 오게 되었네요.
    제가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서 자주 들르게 될것 같습니다. ^^
    좋은 의견 잘 보고 갑니다.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