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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독후감

작가의 슬픈 추억,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by 소박한 독서가 2010. 11. 3.






요즘 서간문을 많이 읽게 된다.
황대권의 <야생초 편지>부터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 그리고 오늘은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세계문학전집 42권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시대적 배경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귀족들이 그들만의 관습과 질서 속에서 서민들과 거리를 두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일반 대중들 사이에 자유연애가 막 시작될 즈음에 유럽에서 출간된 서간체 작품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중들에게 성(性)이라는 것은 도덕적인 덮개로 가려져 있었으며 따라서 당연히 사랑보다는 윤리와 정절이 귀감이 되던 때였다.

이러한 억눌린 시대적 관념을 깨고 한 사랑지상주의자가 결혼한 귀족 유부녀를 가슴에 담아 열렬히 고통스럽게 사랑하다가 끝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 버리는 베르테르의 슬픈 이야기가 세상에 소개되었으니 자유분방한 형식의 문학작품이 별로 없었던 당시의 시민독자들에게 얼마나 충격이 컸겠는가...

주제와는 상관없지만, 비록 약간의 지리적, 문화적 차이가 있다고는 하나 8년 뒤에 프랑스에서 출간된 <위험한 관계>가 프랑스 상류층의 온갖 적나라한 性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을 봤을 때, 당시에 유럽에서 자유연애가 시민사회, 귀족할 것없이 얼마나 빨리 퍼지고 있었는지도 이 두 작품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독후감상문

나는 체험하지 않은 것은 한 줄도 쓰지 않았다.
그러나 단 한 줄의 문장도 체험한 것 그대로 쓰지는 않았다.
- 괴테

위의 글에서 보듯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괴테 자신의 이야기를 쓴 것이다.
자신의 사랑의 실패를 작품의 모티브로 삼아 비극화 함으로써, 감수성이 예민했던 한 문학청년이 마음의 상처를 털고 다시 일어서는데 스스로 많은 도움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시 괴테라는 소리가 나올만큼 굉장히 서정적인 문체라는 것이다.
단테, 세익스피어와 함께 세계 3대 시성으로 일컫는 괴테니 만큼, 독자들은 베르테르가 로테에게 바치는 사랑의 노래 몇 개만 골라 외워도 시인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품 전체가 시적인 분위기에 쌓여있다 (번역은 매우 자연스럽다).

따라서,
일반 독자들은 베르테르의 자연에 대한 열정절망적인 고뇌, 그리고 그 모든 것들에서 탈출하기 위하여 마지막에 선택하는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괴로운 심정을 온전히 느끼도록 책을 따라가며 감정이입하는 것 만으로도 감동을 받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하지만 작가의 실패한 사랑에 대한 경험을 고려해 조금 더 심층독서를 해보고 싶은 독자들은 단순히 베르테르의 비극적인 인생을 동정하는 것 이상의 더 많은 것을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무슨 말이냐고?

<약혼자가 있는 여자>와의 실패한 사랑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작품을 집필했을 괴테가 <자유로운 사랑>과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 사이에서 필연적으로 부딪치게 되는 윤리적인 문제를 마음속으로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베르테르의 행동과 말을 통하여 엿볼 수 있다는 말이다.

즉, 여인을 향한 사랑과 그 여인이 유부녀라는 사실에서 갈등하던 주인공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제도에 대한 순응과 함께 또한 불순응의 자세를 동시에 보이고 있는데, 이는 이 작품을 집필하던 당시에 괴테 자신이 사회에 가지고 있었을 약간은 원망스런(?) 가치관이라고 짐작되는 부분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니라 당시 사회 전체에서 당연시하게 인정되던 제도적 가치관에 대해 이슈를 던져 준 문제작이 되는 것이다.

이는 <질풍노도의 시대>라고 불릴만큼 급변하던 사회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여기저기 만연했던 혼란스런 가치관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오죽하면 관습과 제도의 굴레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던 젊은이들이 작품 속의 베르테르에 동조하여 <베르테르 효과>로 불리고 있는 모방자살 사건들까지 벌여 독일 사회를 충격으로 빠뜨렸겠는가...

이러한 나의 해석이 그다지 틀리지 않으리라는 것은 역자가 작품해설에서 이 작품을 <개인과 사회적 질서간의 갈등>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구시대적 가치관에 갑갑해 하며 적응하지 못하던 여러 젊은이들을 모방자살로 내몬 반면에, 또한 사랑에 실패한 많은 이들을 구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이미 작가 스스로가 작품을 집필하며 많은 위로를 받지 않았던가...


마지막으로,
괴테가 써낸 첫 소설인 이 작품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이슈를 제공함으로써 작가에게 대문호라는 칭호를 안겨주는 첫 시발점이 되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물론 대문호라는 칭호는 무려 60년이란 어마어마한 집필기간을 거쳐 발표한 '파우스트'의 공이긴 하다)

시와 문학에 대해 조예가 깊었던 청년이 자신의 쓰라린 실연의 경험과 제도에 대한 항거를 문학적인 작품으로 발표한 결과, 당시의 대중들로부터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는 말이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작가라 하더라도 시대적 흐름을 잘 타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괴테의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되는 베르테르의 사랑은 순도 100%의 열정이다.
그리고 순수하지만 위험한 열정이다.
"그녀의 존재와 운명, 그리고 내 운명에 대한 그녀의 연민이 다 타서 눌어붙은 나의 머리에서 마지막 남은 눈물을 짜내고 있"을만큼.

감동받은 한 귀절을 인용하며 독후감을 마친다.

소중한 그대여,
나는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 봅니다.

...(생략)...

모든 성좌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큰곰자리의 북두칠성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한 밤중에 당신과 헤어져 집 문을 나설 때면 저 별은 늘 내 쪽을 바라보며 떠 있었지요.
그때마다 난 황홀한 기분으로 그 별자리를 쳐다보곤 했습니다.
그리고 두 손을 높이들어 그 별자리를 현재의 내 행복을 나타내는 성스러운 징표로 삼곤 했습니다.
지금도.

   


댓글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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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극곰☆ 2010.11.03 09:48 신고

    다양한 컨텐츠로 즐긴 경험이 있는 작품이군요~~
    크흑.. 언제 읽었는지 기억도 안나는....
    책장에 분명히 있을텐데.. 찾아봐야겠습니다. ^^ ㅋ
    답글

  • 최정 2010.11.03 09:56

    아 저 괴테가 말한 문구를 저도 외우고 있었는데.. 까먹었다가 다시금 기억나게 해줘서
    일단 감사하고요~
    괴테 자신이 자신 이야기를 적어놓은 글이군요
    괴테 이야기라고 하니까 더욱더 읽고 싶어지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답글

  • 율무 2010.11.03 10:09

    어렸을 때는 읽으며 '아니 뭐 이래? 나같으면 납치를 해서라도 그냥 도망치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커서 다시 읽으니 또 다른 느낌이 들더라구요.^^
    답글

    • 저도 두번 읽으니 책의 의미가 잡혔습니다.
      뭐...저의 느낌이긴 하지만요.
      이제 한번 더 읽으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모르겠네요..

  • ★안다★ 2010.11.03 10:21 신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크...정말 제 사춘기 시절의 감성을 지배했던 작품입니다~
    그 후로 괴테의 작품은 모조리 찾아서 읽으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간만에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변함없는 멋진 리뷰...잘 보고 갑니다~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답글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11.03 10:47

    가끔 댓글에 평을 할수없을때가 있습니다.
    이해 못할때!
    느낌이 좋을때!
    감성적이될때!
    귀찮을때!
    오늘은 두번째 입니다^^
    답글

  • 뜨인돌 2010.11.03 12:24

    아~~!! 정말 이 책을 처음 보고 느꼈던 감동이...ㅠㅠ
    완전한 사랑은 무엇인지, 고민이 드는 책입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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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ain 2010.11.03 12:59 신고

    절망적인 사랑에 빠진 많은 사람들이 읖조리던 소설이기도 하지만...
    '왜 이렇게될 수 밖에 없는가'라는 궁극적인 질문을 던져주는군요...
    어린 시절에 읽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로맨틱함을 강조하곤 했었어요
    지금은 주인공의 도드라지는 젊음이 눈에 띄는군요.
    답글

    • 저의 베르테르에 대한 인상은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나약한 인간이었습니다. 사랑의 고통을 극복하려 죽음을 택하는 것은 그 자체로 용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결과가 아무것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에서 결국은 현실도피밖에 안되니깐요..그래서 역설적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는 베르테르같이 약해빠진 인간은 아니다라고 자위를 받지 않았을까요..

  • 화사함 2010.11.03 13:48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고등학교때 필독 도서였던걸로 기억합니다~
    그 당시 사실 읽으면서 어려워서 이해하지 못했던 기억이 나네요^^
    다시 읽어봐야 겠습니다~
    답글

  • 모과 2010.11.03 14:20

    대학 1학년때 읽었던 소설입니다.
    요즘엔 베르테르같은 사랑은 찾기가 어렵지요.^^
    답글

  • 깊은 하늘 2010.11.03 15:19 신고

    저도 어릴때는 책을 좋아하지 않아서 이런 유명한 책에 대한 리뷰들을 좋아해요.
    특히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고뇌같은 거 알게 되면 참 재밌어요.
    중학교때 너무 재미가 없어서 못읽었는 데, 지금은 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지 사뭇 기대가 되네요.^^
    답글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11.03 15:21

    문학동네에서 출판한 책으로 다시 한번 읽어 보고 싶네요~
    답글

  • 아라한 GO 2010.11.03 15:59 신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참 읽은지 오래된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책이 이번에는 나와서 좋네요.
    저두 다시한번 읽어 볼렴니다.
    답글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11.03 16:54

    만약에 시대적 배경이 지금이라면, 이런 작품이 나왔을가요?
    순수하지만, 위험한 열정...지금은 유독 이부분이 눈에 들어오지만,
    어린시절 읽었을대는 어떤 느낌이었는지....생각이 잘 안나네요...
    답글

    • 여우님도 읽어 보셨군요.
      요즘에는 이런 사랑 자체가 드물죠..아니, 거의 없다고 해야 하나..인터넷도 없고 전화도 없으며 오직 편지로만 안부를 전하던 시절에나 서로가 보고싶어하는 애틋함이 있잖아요..

  • 음.. 2010.11.03 17:14

    제가 중학생일 때 읽었던 소설이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임자 있는 사람을 저 정도로 열렬히
    사랑한다는 건.. 참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네요.. ㅎㅎㅎ
    답글

  • ,,., 2010.11.03 17:21 신고

    너무나 유명한 책입니다.
    시간이 있다면 꼭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답글

    • 이 책은 정말 많은 분들이 읽으신 책이더라구요.
      두번 쯤 읽으며 감성의 불씨를 다시 한번 지펴보시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 익명 2010.11.03 17:28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빠리불어 2010.11.03 18:10

    여적 이 책을 못 읽어봤어여 ㅡㅡ;;

    읽었는데 기억이 없는건가.. @@

    좋은 책 정보 잘 보고 갑니다, 독서가님 ^^*

    오늘도 행복한 하루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
    답글

  • 처음처럼 2010.11.03 23:02

    나름 예민한 감수성으로 중학교때 일찍 찾아온 사춘 기로 힘들 때 읽었던 책이에요. 읽은 후 가슴이 터질듯하면서도 먹먹해서 밤새 베르테르의 선택에 눈물지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네요.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두세번더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기억을 떠올리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답글

  • 건⒩강㏃<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내병은 내가고친다.<
    <font color=#ffffff></font>
    <font color=#ffffff></font>정<font color=#ffffff></font>보<font color=#ffffff>F</font>
    답글

  • 싱클레어 2013.06.15 22:45

    저는 이 소설을 읽고 궁금증이생겨서 검색해보다가 이 글을 읽게되었습니다. 소설 중 베르테르가 자살하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내용의 대사가나옵니다. 마음이힘든 것을 열병에 비유하는 부분인데요..내용은 생략하고 저는 그 근거가 너무나 타당하고 반박하기힘들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괴테는 과연 힘든 일때문에 삶을 포기하는 것을 타당하다고본 걸까요?
    답글

    • 괴테는 낭만주의자이며 사랑 지상주의자입니다.
      작품속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극대로 미화하여 독자의 공감을 강요하죠. 그래서 독자는 작가에게 감화되는겁니다. 사랑에의 좌절감이 열병을 앓는 것과 비슷하긴 하지만 몸의 병과 달리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극복이 가능한 것이죠. 비극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 속의 이야기는 작품을 읽을 때만 공감하시고 현실에 대입하시면 안됩니다. 문학 작품을 읽는 이유는 우리가 직접 겪지 못하는 책 속의 이야기들을 간접경험해 보는 것과 또 메마른 사회에서 점점 잊혀져 가는 감성을 독서를 통하여 되살려 인생을 보다 풍부하게 사는데 목적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