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0km 도보여행2010.11.07 07:00

올레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낯선 여행자에게 도움을 주신 서귀포 경찰에 대해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사연은 이렇다.

서귀포 시의 대로에서 어디로 가야할 지를 몰라 지도를 들고 한참을 헤매노라니 옆에서 짤막한 경적소리가 났다.
경찰차가 옆에 서는가 싶더니 그 안의 경찰 아저씨가 창 밖으로 우리를 보면서 뭘 도와 드릴까요 하시는게 아닌가.
이런 고마울데가...ㅠㅠ

지나가던 경찰차가 배낭맨 세 사람이 보도 한 가운데서 지도들고 띵~하니 짱구굴리고 있는 것을 보고 도움의 손길을 뻗친 것이다. 

지도를 펼쳐들고 우리가 목적지로 삼은 숙소위치를 물으니 대뜸 뒷좌석에 타라신다.
덕분에 5분만에 도착한 XX모텔.

우리를 내려주고 멀어지는 경찰차를 향해 손을 흔드는 동안, 평소 경찰에 대해 가지고 있던 불신감 또한 가슴에서 서서히 옅어지고 있었다.

도시를 방문한 낯선 여행객들을 위하여 민중의 지팡이 역할이 뭔지를 행동으로 보여주신 서귀포 경찰관 아저씨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인사를 드립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
  
"지난 번에 인상이 너무 좋아서 일부러 다시 찾아 왔어요~"
우리는 XX모텔에 들어서자 마자 이구동성으로 생색을 냈다.
여느 평범한 모텔과 다를 바 없는 곳이지만 저렴한 가격과 청소상태의 청결함 그리고 주인장의 소탈한 면이 인상적이어서 이번에 두번 째 찾아간 곳이기 때문이다.

객지에서 여행기간이 며칠도 아니고 2주, 3주 정도가 넘어가면 부자가 아닌 이상,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중에서도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 숙소의 선정기준은 당연히 안락함보다는 저렴함이 우선순위가 된다. 단, 위생적으로 깨끗한 곳을 골라야 한다.

자주 가는 여행도 아니고, 나라고 안락하게 지내며 저녁마다 싱싱한 생선회 안주에 술한잔 아니하고 싶으랴...
하지만 "인생 몇년 산다고..쓸때 쓰자" 이러면서 조심성없이 돈을 쓰다보면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원래 계획보다 훌쩍 뛰어 넘어버린 경비를 지출하게 될 것이다.

경제적인 면에서 가장 잘된 여행은 원래 예산의 120%만 쓰는 여행이라고 했다. 그 다음은 150% 이내다.
100%를 지키는 사람은?
그 사람은 예산 신경쓰느라 여행다운 여행을 못한 사람이다.


다니다 보면 먹고 마시는 인간의 욕망을 뿌리칠 수가 없는 순간이 반드시 오기 때문에 플러스적으로 약간의 버퍼는 두는 것이 좋다.

단, 그 이상을 넘어가면 계획을 안세우느니만 못한 여행을 한 셈이다.

어쨌거나, 먹고 마시는 것에는 그다지 구두쇠 짓을 안하는 것이 여행의 즐거움을 위해서 좋다.
그리고 먹는 즐거움을 희생하지 않을려면 당연히 잠자리는 싸고 깨끗한 곳을 고르는 것이 현명하다.
물론 부자님들은 지금까지의 이야기에 신경 안쓰셔도 된다.


각설하고,

서글서글하고 소탈한 마음씨좋은 아줌마로 기억에 남아있던 주인이 두 번째 오셨으니 고맙다면서 올레 걸으면서 사이다나 사 마시라며 숙박비에서 10%를 깎아 주시는 것이 아닌가!

이런...ㅠㅠ

작은 돈이지만 주인장 아주머니의 소박한 마음 씀씀이가 삭막한 도시생활에 익숙한 나의 가슴에 감동의 물결로 거침없이 몰아치는 순간이었다.

(사진은 숙소의 홈피에 소개된 주인부부시다^^)

평생 많은 곳을 여행해 봤지만 단돈 천원이라도 자진해서 숙박비를 깎아주는 숙소는 단 한군데도 없었다.
서귀포 경찰관의 친절에 이어 두번 째로 맛보는 감동의 순간이었다.

점점 제주도가 좋아진다.

사람사는 맛이 나는 곳...
인정이 풍기는 사람다운 사람냄새가 나는 곳,
이러니 자주 안올 수가 없다.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책과 같다.
그리고 그 책에는 이 세계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나는 한국편을 찾아 제주도 장의 올레길 항목을 막 시작할려는 참이다.
그리고 그 첫 페이지의 첫 줄을 서귀포시의 중심가에서 만났던 친절한 경찰과 숙소의 기분좋은 환대로 그지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하고 있다.


Posted by 소박한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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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여행이라..생각만으로도 설레이는군요...
    저도 제주도 가고싶어지네요~

    2010.11.07 11:19 [ ADDR : EDIT/ DEL : REPLY ]
  3. 아...정말 제주도는 인심도 좋군요~
    경치 좋아, 인심 좋아, 그리고 경찰도 좋아...
    아~다리가 현재 90%이니 좀 더 완쾌되면 당장 제주로 휭~갈겁니다~!!!
    소박한독서가님의 제주올레여행기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2010.11.07 11: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안다님은 올레 한번 다녀 오셔야 할겁니다.
      사진 아마 일년치 포스팅거리는 확보해 오실 듯 합니다.
      강추~!!!
      빨리 낫고 갈때 같이 가시죠~ㅋㅋ

      2010.11.07 12:38 신고 [ ADDR : EDIT/ DEL ]
  4. 時페라뮤지엄

    드뎌 여행기가 올라오시네여

    책리뷰만 보다 여행기 서막을 보니 기대 만땅이에여^^

    궁금,궁금~~???

    2010.11.07 12:17 [ ADDR : EDIT/ DEL : REPLY ]
  5. 짱구 굴린다... 정말 오래 만에 들어 봅니다...^^
    은하장모텔 꼭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한국 경찰이 케냐 경찰보단 확실히 나은데요...ㅎㅎ
    돈 잃어버리고 신고하러간 사람한테 돈 좀있으면 달라고 할때는....OTL......

    2010.11.07 12: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제주도는 아주 오래전 딱 한번 가봤답니다.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
    좋은 사람들로 인해 제주도에 대한 인상이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여행기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2010.11.07 12: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일상에서의 경찰은 우리에게 친근한 존재인데.....경찰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좀 안타깝죠....좋은 글 올려주셨습니다.

    2010.11.07 14: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참 넉넉한 인심에 마음이 푸근해지네요.
    저도 제주도 딱 한 번 가봤는데 꼭 다시가고 싶은 여행지 입니다.

    2010.11.07 14: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소박님 이 포스팅을 보고있자나 어렸을때
    친척집을 찾아 갔는데 날이저문 횡지에서
    도움받았던 파출소가 생각나네요

    그분들이 얼마나 친절했던지 저와 동생들을
    인근 교장선생님댁에 묵계 해주시고 벽면에 걸려있던 간디 초상이
    그렇게 다가 올수가 없던 제어린 시절도 여름방학도 그립네요^^
    도와주셨던 분들 건강하신지....그래도 동생들은 날이 저물자
    울고불고 잘 찾아 갈 줄이나 알아?
    원성은 높아지고 그때도 제가 참모험을 좋아해서 ㅎㅎ
    부득이 가겠다고 우겨서 간 친척집 길에 도움받은 그곳은
    이미 개발로 없어진지 오래네요
    아주 오래되어 남편과 다시 가보았는데 흔적도 없더라는 ...


    살면서 이런 고마운 일들은 잊을수 없지요

    2010.11.07 15:3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해바라기

    숙박비 깎아준 인심에 저도 감사드리고 싶군요.
    추천하는 책들을 담아 갑니다.^*^~~~

    2010.11.07 15:57 [ ADDR : EDIT/ DEL : REPLY ]
  11. 여행지에서 친절함은 평생 감동으로 남게되는 거 같은데,
    민경합동으로 받으셧으니...ㅋ 소박한..님은 행운아 이신거 같아요^^

    2010.11.07 16:19 [ ADDR : EDIT/ DEL : REPLY ]
    • 네, 항상 그런 생각을 합니다.
      옛날에는 신문사에세 진행하는 경품도 1등당첨 두번이나 되었어요~ㅋㅋ (두번 다 해외여행)

      2010.11.09 10:27 신고 [ ADDR : EDIT/ DEL ]
  12. 주인 부부의 인상도 참 좋습니다.
    여행지에서 마나는친절은 더 크게 느껴지지요.^^

    2010.11.07 20:51 [ ADDR : EDIT/ DEL : REPLY ]
  13. 오~~올레길 여기 작년에 다녀왔었죠. 다는 못봤어요. 엄청 넓고 좋더라구요. 오늘 포스팅도 좋았지만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가 잔뜩 됩니다.

    2010.11.07 21: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비밀댓글입니다

    2010.11.07 23:12 [ ADDR : EDIT/ DEL : REPLY ]
  15. 소박한 독서가님께서 소박한 여행기를 올려주셨네요~ ^^ 그나저나 정말 저까지 서귀포에 대한 인상이 좋아지는것 같은데요? 은하장모텔~ 꼭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2010.11.08 00: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경찰이 ???
    호오~ 세상에 이런분도 계시는군요~ 짝짝짝

    2010.11.08 03: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낯선여행지에서 이런 좋은분들 만나면
    더 감동받을것 같아요,
    훈훈한 이야기입니다.^^

    2010.11.08 05:23 [ ADDR : EDIT/ DEL : REPLY ]
  18. 분명히 좋은 경찰, 정치인도 있을 텐데
    항상 안 좋은 것만 듣다 보니 좀 그런듯 합니다..
    좋은 분들 만나셨네요. 경찰분들도 숙소 분들도 ㅎ

    경비 120퍼센트. 잘 배우고 갑니다. ^^

    2010.11.08 06: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여행지의 풍경도 기억에 남지만,
    그 길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이 있어 더욱 아름답게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소박한 독서가님께서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추억을 간직하시고 오셨네요 ^^
    이야기를 듣는 제 마음도 훈훈해집니다 ㅎㅎㅎ

    2010.11.08 07: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생각보다는 여행 다니면서 이런 경험하기가 참 힘들거든요.
    여행하면서 이런 경험들 사소한 부분이지만 다시 찾고 싶고 다른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올레길 쭈욱 기대하겠습니다. ^^

    2010.11.08 14: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사연을 읽는 저도 덩달아 훈훈해지는 느낌이에요~
    그런 소중한 인연을 만난 달빛님도 럭키가이~!!! ㅎㅎ

    2010.11.08 23: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