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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한 이야기

몰입하는 독서에 대하여

by 소박한 독서가 2010. 11. 10.


요즘 읽고 싶은 책을 제쳐두고 어느 작가가 쓴 시리즈물 속편을 먼저 읽고 있다.
속편이란 전작에 대한 기억의 다리가 끊어지기 전에 얼른 건너가야 할 세계이기 때문이다.
전작의 기억을 살리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몰입하며 읽어 가노라니 그 곳의 세계가 마음에 그려진다.


오늘은 몰입하는 독서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사람마다 독서의 방법이 다르다.

내가 아는 한 친구는 어느 한 권의 책을 골라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게 아니라 항상 서너권의 책을 돌아가며 읽는다.
왔다갔다 하면서 읽으면 지겹지가 않아서 좋다는 것이 그 이유다.
과연 그럴까?

독서의 목적에 따라 결론은 다르겠지만, 나는 대체적으로 저 말에 100%는 찬성하지 않는다.

지겨우니 바꿔가며 읽는다?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도 책이 지겹다는 것은 독서방법이 잘못 되었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즉, 내용이 지겨운 것이 아니라 지겹게 읽는 잘못된 독서를 하기 때문이다.

몰입의 즐거움이란 말도 있듯이, 독서란 되도록 온 정신을 일체화 시켜가며 읽어야 한다.

복잡한 추리소설 두 권을 동시에 같이 읽으면 둘 다 독서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자꾸 잡념이 생기고 집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믿기지 않는 사람은 실험해 보시길 바란다).
마찬가지로, 인문고전과 소설을 같이 읽으면 고전의 위대한 가르침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재미를 추구하는 독서라면 모르되, 뭔가를 배우고자 하고 얻기를 바라는 독서라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독서법은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인문고전을 읽을 때 더욱 그렇다.

인문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위대한 사상가들에게서 1:1로 개인적인 수업을 듣는 것과 같다.
어찌 한 눈을 팔 것인가.

잡담하고 딴 생각하는 학생이 제대로 배울 수는 없다.

몰입하는 독서!
그 속에 푹 빠져 있다가 마침내 세상으로 나와 숨을 고를 때의 느낌은
그지없이 편안하다.
마치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밝은 햇살이 비치는 세상으로 다시 나왔을 때 느끼는 안도감같은..
또 다른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앞둔 여행자의 설렘도 비로소 느낄 수가 있다.

설렁설렁하는 독서는 깨달음도, 감동도, 아무런 재미도 주지 않는다.
어찌 지겹지 않겠는가.
내가 온 몸을 던져 몰입을 할 때라야 비로소 책은 나에게 많은 것을 전달해 준다는 것을 잊지 말자.

중국 최고의 작가로 추앙받는 이월하의 소설에 보면 평생을 불행하게 살아온 처녀가 가슴에 한을 담은 채 자살하여 죽는 대목이 나온다.
듣기에 이 장면으로 인하여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밤새도록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나 또한, 감정이입을 한 상태로 이 장면을 읽고 흘린 마음의 눈물 한 방울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이처럼 독서는 책속의 이야기에 나의 전부를 던지는 읽기가 되어야 한다.

그리하면 몰입의 독서, 감정이입의 독서, 여운의 독서가 된다.

여운이 남으면 오래오래 음미하라.
감동을 받으면 그 순간 책을 덮어 버려라.
그 감동이 사그라들 때까지.
머리속이 밝아지는 듯한 지혜의 글을 만났을 때는 오랫동안 그 뜻을 생각하라.

그래서 우리의 책 선택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관심이 가서 집어들긴 했는데 여러가지 사정으로 중간에 독서를 포기하고 집어치워 버리면 그 기분이 얼마나 찝찝할 것인가.

재미가 없는 책을 중간에 잠시 끊고 다른 책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책은 나중에 다시 집어들어도 앞의 내용이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는다.
시간낭비만 한 셈이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재미가 없는가?
그럴수록 그 책에 더욱 몰입을 할려고 애를 써보라!

지금까지 읽은 내용이 무엇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가?
신경을 집중하여 완전히 알아낼 때까지 처음부터 다시 읽어라!


어쨌거나,
지금도 내 눈앞에는 나의 정신이 빠져 주기를 기다리는 책들이 5~6권 정도 쌓여 있다.
대여섯 권이지만 나에게는 대여섯 개의 독립된 세계로 보인다.
내가 빠져서 허우적거릴 미지의 세계.

제는 다시 8권의 책을 입양보냈다.
이미 독후감을 정리하여 포스팅을 끝낸 허수아비춤과 문학동네의 책 몇 권, 그리고 독후감을 올리지 않을 오래된 것들 중에서 몇 권들..
이전에는 책이 자식같아서 다 읽은 책을 여전히 서가에 모시고 산 적도 있었지만, 요즘은 두 번 읽지 않을 것 같은 책들은 왠만하면 남의 집으로 입양을 보내 버린다.
단물 다 빨아먹고 별볼 일 없어진 책들을 서가에서 징역살이 시키느니 누군가에게 넘겨줘 애지중지 사랑받도록 하는게 낫기 때문이다.

책에 대한 사랑의 표현방법을 바꾸니 서가의 빈자리도 점점 넓어진다.

또 어떤 신비를 간직한 책들이 그 자리에 꽂혀 나의 마음과 머리에 감동과 지혜의 말씀을 선사할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즐겁다.


   


댓글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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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로드™ 2010.11.10 14:45 신고

    그렇죠. 한 번 시작한 것은 끝내고 나서 다른 것을 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은 자명한 것 같아요. 근데 모든 사람이 반드시 그렇게해야 하는 건 아닐수도 있겠어요. 네이버의 '지식인의 서재'라는 코너에서 '이동진 영화평론가(http://bookshelf.naver.com/intellect/view.nhn?intlct_no=40)'님 편을 보았는데 그 분이, 읽고 있는 책을 여러권 두고 돌려가며 본다고 했어요. 소박한 독서가님이 얘기한 방식에서는 어긋나 보이는 것인데, 그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수긍이 갑니다. 그분이 말미에 "깊게 파기위해 넓게 파기 시작했다." 라는 스피노자의 말을 인용하는데요.. 다양한 분야를 지식을 고루 취해야 한다는 말을 하려는 뜻으로 보입니다. 그 분은 독서가님이 이 포스팅의 앞부분에 얘기한 친구분과는 분명 다른 부류라고 볼 수 있을 거에요. 독서가님의 글을 읽다가 전에 보았던 그 분의 서재에 대한 인터뷰가 생각나서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답글

    • 제로드님, 반갑습니다^^
      네..제가 친구예를 든 것으로 몇몇 분들이 이의제기하고 계시는 것은 사실입니다. 또 충분히 일리있는 말씀이구요. 사람마다 다 독서법이 다르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제 경우에는 저 위에 "재미를 추구하는 독서라면 모르되"라고 명기했듯이 소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인문독서에 치중한 이야기입니다. 감동을 이야기한 부분을 보고 소설을 이야기하거나 책을 덮으라는 부분에서 독서를 중단하라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는 분도 계시는데 그런 분들은 본문을 제대로 읽지 않으신 분들이구요.

      뭐 그래도 동의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책이 재미없어서 많이 안 읽으시는 분들이 이 글을 보고 좀 독서에 몰입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뜻에서 쓴 개인적 칼럼입니다.

      제 말이 어느 분에게는 마음에 와닿는 말이고 또 어느 분에게는 마음에 안와 닿는 말인 것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님의 글도 본인의 개인생각이듯이 저 또한 개인생각을 밝힌 글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이렇게 읽던 저렇게 읽던 각자에게 맞는 스타일로 읽는 것이 해답이리라 생각합니다^^

      좋은 오후되세요~~

  • ㅇiㅇrrㄱi 2010.11.10 15:13 신고

    용산은 몰라도 남산하곤 가까운 곳에 있답니다. 남산도서관 이용하시다가 산책길에 D대 들러보세요. 그곳이 제가 있는 곳이랍니다...^^ 혹 오시면 제가 불법 대출증이라도 하나...--;;
    답글

  • 아라한 GO 2010.11.10 15:22 신고

    에공 스타일이 그래서 그런가
    저는 책볼때 여러권 한꺼번에 읽기 시작하거든요.
    그러다가 맘에 딱 오는 책이 있으면 그 책부터 차례차례 읽어나가다가
    맨 마지막 책은 패스 하게 되는 경우도 있구요 ...^^
    답글

    • 아하라한님,
      책보는 스타일이야 딱히 정답이 없습니다.
      저에게 정답일 뿐이죠.
      저도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 다 못읽고 그냥 반납하는 책들도 많답니다.ㅎㅎ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11.10 15:41

    제가 한번에 2~3권씩 책을 읽는 스타일입니다... ㅎㅎ
    몰입하는 독서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헤헤
    답글

    • 네..그것도 좋죠..ㅋㅋ
      무슨 책을 읽느냐에 따라서 이해하는데는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몰입을 이야기했을 뿐이고~ㅋㅋㅋ

  • pennpenn 2010.11.10 16:07 신고

    맨 첫번째 지적에 스스로를 반성합니다.
    앞으로 책을 가급적 많이 읽겠습니다.
    답글

  • 모과 2010.11.10 16:10

    저는 그작가가 마음에 들면 그작가의 책을 거의 다 구입해서 읽고 있습니다. 박원서씨의 글을 미망빼고는 대부분
    다 읽는식으로 ... 그러면 그작가와 아주 친해지고 그분의 작품세계도 알게 되더군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습관이 그렇게 들었어요.^^
    답글

    • 오...그것도 아주 훌륭한 방법입니다.
      저도 한번 시도해 봐야겠네요..ㅎㅎ
      혹시 너무 한 작가만 들고파면 싫증은 나지 않을까요?^^

  • 달콤시민 리밍 2010.11.10 17:01

    전 읽다가 걸린다 싶으면 그냥 덮어버리고 마는데
    앞으론 이해가 될 때까지 읽고 또 읽고 그래야겠어요!!
    몰입하는 독서.. 도전해보겠습니다^^
    답글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11.10 17:13

    저는 책을 많이 보는 편도 아니지만, 이것저것 돌아가면서 읽는다는건 상상이 안되는데요..
    일단 하나라도 끝을 봐야 다른걸로 넘어가게 되는데...
    달빛님, 글에 아주 다양(?)한 댓글이 남겨져 있네요...이런...ㅡ,ㅡ
    답글

    • ㅎㅎ
      괜찮아요.
      이미 예상했던 일입니다.
      모든 사람들의 구미에 맞는 글을 쓸 수는 없는거죠.
      받아들일 분은 받아들이고 안그러시는 분은 자기만의 방식대로 하시면 되는건데요..뭐..사실 중요한 것도 아니고..이리 읽으나 저리 읽으나 인생 사는데 전혀 문제 없잖아요?^^

  • 익명 2010.11.10 17:14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곰인형 2010.11.10 17:35

    전 재미,흥미위주의 책을 읽더라도 한번보면 몰입되더라구요..
    읽다가 무슨일로 놔두게되면 궁금해지고 얼른 책을 다시읽어야할거같은느낌??
    다시 책 빌려다 읽을생각인데 이번엔 뭔가를 배울수있는 책도 읽어봐야겠네요
    답글

  • 뜨인돌 2010.11.10 18:52

    ㅎㅎㅎ 전 전에는 재미없는 책을 읽다가 몰입이 되지 않아도 억지로 끝까지 읽곤 했었는데,
    결국에는 기억이 전혀 나지 않더라구요...ㅠㅠ
    요즘은 그런 책은 안 읽다 보니, 앞부분만 읽고 내팽개치는 책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ㅠㅠ
    답글

  • 또웃음 2010.11.10 20:29 신고

    역시 소박한 독서가님의 독서방법은 감동입니다.
    하나하나 개인지도 받듯...
    답글

  • 새라새 2010.11.10 21:31 신고

    책만보면 졸리는 새라새는 어떠한 독서법이 필요할련지 ㅋㅋ
    모든일이 그렇듯 독서도 집중을 해서 그 세계에 몰입을 해야지 올바른 독서가 될것 같다는 말씀 같은데요..
    중간에 추리소설 두권을 번갈아 가면서 읽는다에..만약 그러면 두권의 책에 나오는 범인이 바뀔 수도 있겠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면서 혼자 키득 거리고 갑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네요..감기 조심하시고 맛난것도 많이 챙겨 드세요..
    답글

  • 쿤다다다 2010.11.10 23:30 신고

    최근에 책 읽으면 집중해본적이 언제인지...집중을 못하면서부터는 점점 남는 것도 적어지더군요. 게다가 저는 읽지도 않는 책을 한국집에도 일본집에도 징역살이 시키고 있어요. 이번에 한국가면 자유를 줘야할 듯 싶네요.
    답글

  • 익명 2010.11.11 00:09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Yujin 2010.11.11 01:30

    미국사는 저는 독서가 언제부터 영어로된 책들만 읽다보니,,몰입안 할수가 없어요...
    안그러면 뭔소리인지 전혀몰라,,ㅋㅋ 조금만 합니다. 조용한곳에서^^
    답글

  • 파리아줌마 2010.11.11 01:32

    공감합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수는 있겠지만요.
    읽던 책 놓고 다른 책 잡는 것은 ,, 글쎄요,
    저는 전개되는 이야기가 궁금해서라도 그렇게는 안되던데요^^
    답글

  • *저녁노을* 2010.11.11 05:09 신고

    한 우물파길 좋아하는 노을인 끝까지 다 보질 않고는 다른책 못드는데..
    좋은습관이었군요.ㅎㅎ

    잘 보고가요.
    답글

  • 마사이 2010.11.12 13:46 신고

    드라마는 이것 보다 저것 보다 해도 몰입이 되는데
    책만큼은 그게 힘든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겠지만요...
    답글

  • 아미누리 2010.11.18 14:24

    동시에 몇권의 책을 번갈아가며 본적이 있는데,
    그 책들의 내용이 교묘하게 섞일 때도 있더이다.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