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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후세에 남겨야 할 명작이다" - 나쓰메 소세키¹

"근대화 후에도 여전히 차별받았던 계층의 비통함을 묘사하여 일본 군국주의와 천황제에 강경하게 다가선 작품" - 노마 히로시 (소설가)

독서를 마친 지금, 나의 기분은 마치 어두운 긴 터널을 빠져 나온듯 홀가분하기도 하고, 여전히 무거운 여운이 남아 있는 듯도 하다.
이런게 명작인가.

도대체 명작의 기준이란 무엇일까.
당대에서 사회에 커다한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 명작일까.
수십 년이란 시간의 검증 과정을 거쳐도 여전히 선택받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야 명작일까.
교훈을 던져 주고, 생각할 화두와 여운이 남아야 명작일까.
만약 이런 것들이 명작을 선택하는 기준이라면 이 작품은 이 모두의 조건을 만족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파계>는 일본에서 자연주의 소설의 대가로 평가받고 있는 시마자키 도손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제목에서 풍기듯이 종교적인 의미는 아니고, 아버지가 평생을 두고 가르친 훈계를 거역하면서까지 백정인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싶어한 주인공의 갈등과 고뇌의 여정을 다루고 있다.

"...나는 목부니 소 때문에 죽는 건 당연하다. 이제 와서 할 말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건 우시마쓰다. 내가 오늘날까지 고생한 것은 모두 그놈 때문이었다. 내가 늘상 그놈에게 훈계하던 것이 있다. 우시마쓰가 돌아오면 꼭 잊지 말라고 한마디 해줘야 한다."-p.118

갑자기 그때 마음속의 소리가 우시마쓰를 부르며 꾸짖는 듯했다. "우시마쓰, 너는 아비를 버릴 셈이냐." 그 소리는 자신을 책망하는 것처럼 들렸다.
"너는 아비를 버릴 셈이냐."
우시마쓰는 스스로에게 되풀이해 보았다.-p.166

같은 백정 출신이면서도 떳떳이 신분을 밝히고 살아가는 선배의 당당함과 "절대 비밀고수"라는 아버지의 가르침 사이에서 고민하는 주인공의 심리적 갈등묘사가 마치 영화를 보는듯 생생하게 펼쳐진다.

'백정은 남의 집 문턱도 넘지 못하고 차 한잔도 같이 나누지 않는다.'
비록 제도는 타파되었으나 아직도 이런 사회적 잔재로 남아 있는 천민 계급에 대한 멸시.
여전히 노골적인 사회적 차별 속에서 자신을 숨기며 살아갈려고 하는 한 지식인의 노력과 좌절, 자유에의 갈망, 마지막 파계에 이르기까지의 갈등이 근대 일본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배경으로 가감없이 묘사되고 있다.

주제가 이렇다 보니 이 책이 출간되자 일본 문학계에서는 엄청난 반향이 일어났던 모양이다.
<와세다 문학>에는 당대의 저명한 문학평론가 7명이 이 작품에 대해 논하는 특집이 실렸고, 인지도가 없어서 자비로 책을 출간하고 스스로 광고문안²을 만들 정도로 무명이었던 작가가 단번에 소설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한 것은 물론, 아사히 신문에 두 번째 소설을 연재까지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작품으로 빛을 보기까지 작가는 꽤 비싼 댓가를 치러야 했던 모양이다.
가장이 소설을 쓰느라 집에 들어앉아 있으니 가족의 생활비는 극도로 절약해야 했을 듯.
집필 도중에 작가의 세 딸은 병으로 죽고, 그 부인마저 야맹증에 걸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를 '파계를 위한 희생'으로 보는 학자까지 있다고 하니 이 작품은 이래 저래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을 듯 하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다.
"그 남자는 제 인생을 팔아 놓고도 모르는 체 하는 게 추하단 거야"
거 자금이 모자라자 명예를 얻고자 혈안이 되어 있던 부자 백정에게 접근하여 그의 딸과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린 한 정치인의 뻔뻔함을 예로 들면서 선배가 우시마쓰에게 한 말인데, 출세를 위하여 필요하다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속된 정치인을 등장시켜 누가 진짜 천민의식을 가진 사람인지 일침을 가하고 있는 장면이라 특히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파계>를 보는 두 가지의 시선을 소개하고 끝마친다.

하나는 차별받는 부락민의 문제를 취급한 사회소설로 다루는 경향이다. 다른 하나는 주인공 우시마쓰의 심리를 중심으로 봉건적인 가족제도로부터의 자아해방이 주제라고 보는 일면이다....(중략)...그러나 천한 계층과 무사와 스님이라는 세 신분이 메이지 유신으로 커다란 충격을 입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중략)...<파계>에서는 이 세 명의 '실격 아버지'를 그려냄으로써 시대의 변화, 특히 메이지 유신이 일본 가정에 미친 영향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작품해설 중에서


주 1)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저자.
주 2) 도손은 <파계> 출간에 즈음하여 문학잡지 <신소설>에 스스로 "이 책은 2년간의 문학적 고심에서 얻은 새로운 수확이다. 책 속에는 여러가지 생활이 그려져 있으며 그 모습도 다양하지만, 의기왕성한 새로운 정신이 전편을 가로지르고 있다. 문단을 새롭게 장식하는 이 책을 읽어 보시길"이라는 광고문을 실었다.


Posted by 소박한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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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야기캐는광부 2010.11.23 11: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명작=희생이 같은 말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닫고 갑니다. 저도 명작하나 탄생시키는 인생을 살고 싶어지네요^^

  3. 2010.11.23 1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4. 아빠소 2010.11.23 11: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강추하시니 저도 꼭 읽어봐야 겠습니다. 요즘 우리 출판계는 일본문학이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매일매일 출간되는 책의 약 40% 이상이 일본문학인것 같습니다~

  5. 하결사랑 2010.11.23 11: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족들과 바꾼 불후의 명작이라...ㅡㅡ;;
    그래도 좀 슬프네요 ㅠㅠ

  6. 오붓한여인 2010.11.23 11: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든 하나얻으먄 하나는 잃게 되는법.
    희생없는 성공은 없지요.

  7. 쿤다다다 2010.11.23 12: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명작을 나았지만 가족의 삶은 참 마음이 그렇네요. 그러면서도 흥미가...학교 도서관에서 찾아봐야겠어요.

  8. HJ 2010.11.23 12: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일 좋은 책소개 오려주심에 정말 감탄합니다. 한달에 저는 몇권 읽지도 못하고 있거든요.. ㅠ.ㅠ
    리뷰를 보는 것만으로 기쁨입니다.
    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9. 칼촌댁 2010.11.23 12: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목만 언뜻봐서는 감이 안왔는데, 쓰신 글을 읽으니 이해가 됩니다.
    신분 질서나 사회 차별같은 주제의 글은 읽고나서도 참으로 마음이 무거웠던 것 같습니다.
    일본이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었나봅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10. 나이스블루 2010.11.23 12: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책이라고 느껴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11. 어설픈여우 2010.11.23 13: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백정이라는 신분은 위나라나 일본이나 비슷했나봐요...
    책을 집필하는동안 가족은 아픔이 있었군요...그래서
    포스팅 제목이....
    아무리 명작이래도 희생이 너무 컸네요...
    그래서 울림이 더 큰것일수도 있겠지만.....

  12. 호빵마미 2010.11.23 13: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쩌면 그런 비극적인 개인사 때문에 더 유명해진 부분도 있겠군요~~
    그렌데..너무 가혹하네요~~ㅠ

  13. 화사함 2010.11.23 14: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작가의 삶과 책의 제목과 어우러져 조금 무서운 느낌이 드네요..

    집필도중 작가가 너무 가혹한 시련을 앓았네요.

  14. 아하라한 2010.11.23 17: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접해 보지 못한 좋은 책을 늘 소개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명작이 태어나가 위한 그 만큼의 희생을 잘 풀어준 책이네요.

  15. 달콤시민 리밍 2010.11.23 17: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명작을 남긴 대신에 가족을 잃었네요..
    음 대가라고 하기엔 너무 가혹한 것 같아요ㅠㅠ
    제목도 그렇지만, 작가의 삶때문에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16. 일류 2010.11.23 17: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이런일도있군요...파계...많이는들어봤지만..표지도 지금 첨보네요...
    책에 관심을 좀 가져야할듯하다....라는 생각은 늘 있지만...몸이 안따라주네요..

  17. 빠리불어 2010.11.23 18: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상에 읽을 책이 정말 너무 너무 많네여...
    마음을 추스리고 나면 여기서라도 주문해서 읽어봐야겠어여..
    일단은 독서가님이 추천해주신 책부터...

    좋은 책 정보 늘 고맙습니다..

    행복한 하루 이어가고 계시길 바래여, 독서가님 ^^*

  18. 찰리 2010.11.23 19: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값비싼 대가를 치룬 책이군요.
    책은 명작이라할지라도,개인적으로 그것을 쓴
    작가를 그다지 좋아하긴 어렵겠어요.그런 가장을
    둔 가족들은 평생 힘들었을 테니까요.

  19. 버섯공주 2010.11.24 00: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박한 독서가님이 추천해 주시는 책을 하나씩 어서 읽어봐야 될텐데 말이죠. 제겐 어떤 명작으로 다가올지 궁금하네요.

  20. 파리아줌마 2010.11.24 02: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파계>,, 가혹한 댓가를 치르고 나온 명작이군요.

  21. 반디앤루니스 2010.11.29 10: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박한 독서가님, 안녕하세요. 반디앤루니스 컨텐츠팀 현선입니다.

    소박한 독서가님의 <세 딸들의 목숨과 바꾼 출세작, 파계> 리뷰가 11월 4주 반디앤뷰어워드에 선정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반디앤뷰어워드 수상 관련 적립금은 일전에 보내주셨던 소박한 독서가님의 반디 아이디로 일주일 이내에 지급해드리겠습니다.

    참고로 매주 <반디 & View 어워드> 선정작은 반디앤루니스 책과 사람 페이지(http://www.bandinlunis.com/front/bookPeople/awardReview.do) 와 다음 파트너 view 베스트 페이지(http://v.daum.net/news/award/weekly)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오늘도 즐거운 날 되시길 바랍니다!

    -반디앤루니스 컨텐츠팀 김현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