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엄마 찬양이라...

제목만 보면 엄마의 사랑에 굶주린 어린 아이가 새엄마의 따뜻한 사랑을 받고 좋아하는 아름다운 동화 이야기같지만, 사실은 이보다는 그지없이 야하고 음흉하며 그러면서도 우아하고 예술적이다.

금발에 하얀 치아, 파란 눈을 가진 귀여운 소년이 악마적인 계략으로 그의 새엄마를 근친상간의 함정에 밀어 넣고 끝내는 파탄에 빠뜨리는 자극적 소재에다가, 그 묘사 또한 매우 에로틱함에도 전체적인 느낌은 매우 밝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혹시 이 책이 포르노 소설 아니냐고?
이 책을 쓴 작가는 <염소의 축제>로 다음달 10일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로 되어 있다.
그런 작가가 설마 포르노를 썼겠어?

이 책이 그저 새엄마의 육체를 탐하는 조숙한 꼬마 이야기를 써 냈다면 포르노에 불과 하겠지만 그 문체는 아름답고 사용되는 단어들은 고상하며, 주요 줄거리 사이사이에 포진되어 있는 그림이야기는 마치 예술 소설을 보는듯 아름답기까지 하다.

실제로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새엄마 찬양>은 그림에서 느껴지는 에로틱한 이미지를 언급하는 유희적 글쓰기이다.
나는 이 소설을 쓰면서 아주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중략)...이 작품에서는 아주 풍요롭고 암시적이며, 이전 작품에서 결코 사용하지 않았던 언어를 사용할 수 있었다.

즉, 섹스는 포르노든 고상한 문화든 모든 인간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라고 믿고있는 작가의 생각이 예술적 차원의 덧칠 작업과 함께 고상한 문학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포르노와 에로티시즘 문학의 차이가 무엇일까.
노벨상 작가가 포르노를 쓰면 에로티시즘 문학이 된다거나, 포르노에 고상한 단어만 사용한다고 향기로운 문학으로 승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작가가 생각하는 에로티시즘에 대해 해설에서 한 부분 인용해 보자.


에로티시즘은 쾌락이나 섹스를 숨기지 않은 채 성행위를 장식하여 예술적 차원을 덧붙이는 작업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아하, 유희적 글쓰기에 더하여 예술적 작업까지 덧붙인다라...

실제로 작가는 중심이 되는 줄거리 사이 사이에 여자의 나부를 주제로 한 그림을 가지고 성 이야기를 풀어가는 장들을 삽입해 놓았다. 언뜻보면 관련이 없어 보이나 그림으로 성을 이야기해 나가는 이야기들이 중심 이야기 장면들과 절묘하게 맞닿아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문학이다.
그것도 그냥 문학이 아니라 평론가가 <겉보기에는 에로틱한 소설이지만 실제로는 짧은 대작>으로 정의하고 있는 문학이다.

이렇게 쓰긴 했지만 여전히 뭔가가 이해가 갈 듯 하면서도 가지가 않는다.
솔직히 이 책은 쉽고도 어렵다.
노벨상을 받은 작가가 쓴 책이라 단순한 에로틱 소설이 아니라는 것은 나같은 까막눈도 짐작을 하는 바이나, 그 차원높은 경지를 이해하기 위하여 눈을 크게 부릅뜨고 읽어봐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무튼 신기한 책이다.
음란한 눈으로 보면 끝없이 음란한 책이기도 하면서 문학적인 시선으로 쳐다 보면 향기가 풍기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특징을 나타내는 한마디를 해설에서 인용하며 독후감을 마친다.

이렇게 그림, 그 그림과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리고베르토 가족의 이야기는 병치되면서 서로 연결된다. 그러면서 문학과 미술의 전통적 장르 경계를 파괴하는 포스트 모더니즘 경향을 띤다...(중략)...서양 전통 속에서 존경받는 화가들의 그림을 재생한다. 이 그림들은 에로틱한 동시에 사춘기 소년과 새엄마 사이의 근친상간 관계를 포함하는 중심이야기와 밀접하게 결부된다. 

이렇게 자극적이며 예술적이고 읽기 쉬우면서도 뜻을 이해하기 난해한 소설은 근래 처음 만났다.


p.s.) 연평도 포격으로 전사하신 해병대원들의 명복을 빕니다...ㅠㅠ


Posted by 소박한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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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촌댁 2010.11.24 07: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당히 특이한 책이로군요.
    리뷰글을 읽으니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
    연평도 때문에 분위기가 좀 그렇네요.
    사상자가 있었다니 안타깝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 노지 2010.11.24 07: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하하. 그래도 그 만남이 뜻이 있겠죠 ㅎ

  3. ,,., 2010.11.24 07: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읽기 쉬우면서도 난해하다...
    특이한 책입니다.
    노벨문학상 작가라면 꼭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4. ★입질의추억★ 2010.11.24 08: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목과 내용이 많은 대조를 이루는 책이로군요~ 표지의 미술적 감각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

  5. HJ 2010.11.24 08: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호 ~ 독특한 책이네요 꼭 보고싶네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6. 티비의 세상구경 2010.11.24 08: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왜설과 예술은 정말 종이한장 차이인것 같아요 ^^;;
    즐거운 하루 되세요~!

  7. 카타리나^^ 2010.11.24 09: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호...특이한 책이네요
    짧은 대작이라는 말에 급관심이 가고 있습니다 ^^

  8. 나이스블루 2010.11.24 09: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벨문학상 작가의 책이라서 그런지...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9. 붉은비 2010.11.24 09: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굳이 포르노인지 (예술의 범주에서의) 에로티시즘인지 구분할 이유가 있나 싶은데요.^^;
    현재 문학사에서 중요한 걸작으로 분류되는 많은 작품들이 당대에는 포르노 취급을
    받았음은 주인장께서 더 잘 아실터이니...

    전설의 포르노인 '딥 쓰롯'이나 '터부' 또한 현재는 그 위상이 무척 높아지기도 했죠.^^;
    대학 때 청강했던 수업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예술사에서
    특히나 문학사에서 혁명 내지 혁신은 반드시 포르노가 그 시초 혹은 발단이었다'고도 하지요.^^

  10. 라이너스™ 2010.11.24 10: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읽기 쉬우면서도 난해한 소설이라.. 왠지 호기심이 가는군요.^^
    잘보고갑니다~

  11. ♣에버그린♣ 2010.11.24 10: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오묘한 차이를 모르겟어요~

  12. 아하라한 2010.11.24 10: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의 차이도 있겠죠. 예술과 외설은 양날의 검 같아요.
    어찌 보면 외설이고 어찌보면 예술이고, 짧은 대작이라는 말씀에 호기심이 생기네요.
    좋은 리뷰 잘 보고 갑니다.

  13. ㅇiㅇrrㄱi 2010.11.24 13: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래저래 말은 많지만 대부분 주관적인 영역인 듯 싶네요. 예전에 읽었던 명작도...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봐도 이해할 수 없는 포르노 수준이었으니...--;;

  14. 모과 2010.11.24 14: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책 찾아 보겠습니다.^^

  15. 하랑사랑 2010.11.24 17: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래 상 받는 책들이 참 난해하더라구요.
    영화도 그렇구요 ㅋㅋ

  16. 빠리불어 2010.11.24 19: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가의 힘이란 생각도 들고
    표현의 기법이란 생각도 들고..

    저 혼자 괜시리 읽으면서 상상을 해봅니다 ㅡㅡ;;;

    독서가님 덕분에 좋은 책 정보 많이 얻어서 고마우면서도
    저 많은 책을 언제 다 읽나...... 하는 걱정도 ㅎㅎ

    좋은 책 정보 늘 고맙습니다, 독서가님..

    오늘도 행복한 하루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

  17. 일곱가지 이론 2010.11.24 21: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오~ 꼭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8. 쿤다다다 2010.11.24 23: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극적인 소재가 아름다울 수 있다니...제 상상력의 한계를 느낍니다.

  19. 재밌지만 생각을 한참해야 하는 소설 2010.12.03 09: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쉽게 술술 읽힙니다.
    사실 자극적인 소재니까요....새엄마와 의붓아들....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 가선.....
    과연 어린아이의 마음에 투영된 인간의 본성을 다시금 생각케 하는 미묘한 맛이 있답니다.
    저는 재밌게 읽었고....
    딸아이에게 대략적인 설명(저는 읽은 책이나 영화를 말로써 아이에게 이야기를 자주 해준답니다.)을 해줄때...
    그아이가 목적한게 있었을까?
    단순히 아이의 마음에서 새엄마가 미웠을까?
    아니면 죽은 엄마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으로 자신에게 부여된 운명을
    거부감없이 실행했을까?
    그것도 아니면......다른목적(책을읽어보면 아십니다)이 진실이였을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므로 문학이 맞으며
    우리가 상상하는 저속한 표현들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름다운 문체에 숨박꼭질하듯 숨겨둔 묘미가 있지요.

  20. 태엽새 2011.01.13 21: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신기한 책이다
    음란한 눈으로 보면 끝없이 음란한 책이기도 하면서 문학적인 시선으로 쳐다 보면 향기가 풍기는 책이기 때문이다.

    문장 제 블로그에 인용합니다~ 주소 남기니 혹여 싫으시다면 삭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