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이야기-1

소설 독후감 2010. 12. 3. 07:00




 
오늘은 민음사刊 변신이야기 1권 독후감을 올린다.
워낙 독서 속도가 느린데다 페이지마다 각주가 많고 신들의 계보가 복잡하여 370 페이지 남짓되는 책 한 권 읽는데 5일이나 걸렸다.

이 책은 BC 1세기경에 오비디우스가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명으로 귀양살이하는 동안 쓴 로마신화 이야기로 故 이윤기 선생님이 완역했다. 말하자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원전이 되는 셈이다.

독서 전에 머리말을 잠깐 보니 원작이 2인칭 운문으로 된 탓에 독자가 읽기에 상당히 곤혹스러울 것으로 예상되어 3인칭의 산문으로 바꾸어 번역했다고 되어 있는데, 그 정도면 거의 창작에 가까운 힘든 번역이었을 듯 한데도 독서의 느낌은 역시 이윤기님의 번역답게 그닥 부자연스럽지 않다.

이 책의 원제가 되는 <메타모르포시스>는 우리말로 해석하면 변신 내지는 둔갑쯤 된다.
그리고 책의 내용도 제목에 걸맞게 신들의 둔갑이 난무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비밀을 지키지 못한 수다쟁이 할아버지가 시금석으로 변하게 된 유래. 바커스 신을 업신여긴 죄로 선원들이 변하여 돌고래가 된 사연. 해바라기에 얽힌 전설과 박쥐가 생겨난 유래, 거미로 변신한 아라크네, 하늘의 여왕인 유노에게 쫒기던 라토나에게 개울물을 못 마시게 방해하던 농부들이 개구리로 변한 일과 미다스의 귀가 당나귀 귀가 된 이야기...등등

과학적으로만 생각하면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나 역자의 말대로 시적인 의미로 생각하면 참으로 재미있는 비유들이 아닐 수 없다.

읽다보니 많은 문학작품들이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그 소재를 따 왔음직한 이야기들도 눈에 보인다.
예를 들면, 티스베와 퓌라모스의 슬픈 사랑 이야기는 영락없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연인이 죽은 줄 착각하고 자살해 버린 퓌라모스의 시체에 앉아 슬퍼하는 티스베는 다음과 같이 노래하며 자신도 죽는다.
"나무여, 우리의 죽음을 영원히 기억하시어 사람들이 우리 둘이 흘린 피를 되새기도록 그대 열매를 어둡고 슬픈 색깔로 물들여 주세요." - 오디 열매의 전설이다.

카시오페아의 오만함으로 인한 신들의 징벌로 안드로메다가 희생되기 직전에 나타나 공주를 구한 영웅 페르세우스 이야기 또한 너무나 흥미진진하다.
별자리 전설에서는 안드로메다를 구하고 그 이후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고 끝나는 이야기가 <변신이야기>에서는 질투심에 눈이 먼 전 애인이 도발하여 피튀기는 한바탕의 살륙전을 거치고서야 안드로메다를 취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 피비린내나는 묘사가 너무나 생생하다.

또한 자신의 미를 너무 과신한 나머지 숱한 여인들에게 도도하게 굴다가 끝내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저주에 걸려버린 나르키소스의 전설도 마음을 아프게 한다.

1권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중 조금만 소개를 해 봤다.

재미도 있지만 독서하며 한 가지 문득 드는 의문이 있었다.
신에다 인간을 대입하면 근친상간과 납치, 강간등 패륜이 난무하는 성문란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야기들이나 다름없는데 이것이 전혀 난잡하게 비쳐지지 않고 신비하게까지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기독교가 전파되기 이전에 쓰여진 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야기 속에서 느껴지는 고대인들의 성의식과 교훈이 현대인들이나 전혀 틀린 것이 없다는 점에서 약간 놀라운 느낌마저 든다.

황량한 유배지의 섬에서 순수하게 기억력에만 의지하여 홀로 이 책을 집필하고 있었을 오비디우스를 생각하면 그 수많은 신들의 복잡하고도 방대한 계보를 훤히 꿰뚫고 있는 그의 해박한 지식에 실로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읽으면 읽을수록 궁금증이 더해지고 독서열에 더욱 불을 붙이는 책이다.


Posted by 소박한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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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ㅇiㅇrrㄱi 2010.12.03 10: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카프카의 변신이겠거니 했는데... 아니었네요. 호기심이 가득 생겨납니다.
    이렇게 소개받는 책이 모두 손 닿을 곳에 있다는 것도 일종의 고문이랍니다....--;;

  3. 2010.12.03 10: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4. 날아라뽀 2010.12.03 11: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에게는 아직 좀 어렵게 느껴지지만...
    아무튼 잘보고 갑니다!

  5. 아하라한 2010.12.03 11: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박한 독서가님의 포스팅을 보고 있으면
    봐야 할 책들의 목록이 쭈욱쭈욱 늘어나네요. ^^
    좋을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6. *저녁노을* 2010.12.03 11: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 번 읽어 보고 싶어지네요.ㅎㅎ
    잘 보고가요
    축하드립니다.
    좋은 결과 있으시길..

  7. 컴투스 2010.12.03 11: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고보니 그렇네요^^
    그리스 신화나 다른 이야기들을 보면 거의 있을 수 업는 금기의 이야기인데
    이질감이 들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ㅎㅎ

  8. 예문당 2010.12.03 11: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젠가 사놓은 그리스로마신화를 다 읽고 나면, 이 책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플픽 바꾸셨네요. 오늘도 즐겁게 보내세요. ^^

  9. 찰리 2010.12.03 12: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흥미로운 소재의 책이군요.
    글 잘보고 갑니다^^

  10. 2010.12.03 12: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1. 칼촌댁 2010.12.03 12: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윤기님이 쓰신 그리스로마 신화의 원전이라니 한번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저 역시 신화를 읽으면 참 난해한 상황들이 많은데 그렇게 난잡하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소박한 독서가님도 그렇게 생각하셨군요.ㅎㅎ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읽어봐야 겠습니다.
    리뷰 잘 읽고 갑니다.

  12. 하결사랑 2010.12.03 12: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게요...신이기때문에 그게 난잡하게 느껴지지 않나봐요....
    인간 세상에서는...ㅡㅡ;;;막장이 되겠죠.

  13. Desert Rose 2010.12.03 12: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재밌을것 같네요.
    보통 1인칭 주인공 시점이나,3인칭 관찰자 시점이 주로 많이 사용되는데.
    2인칭 운문형태라니..
    정말 궁금합니다^^

    독서 감상문 잘 봤습니다.꼭 읽어보게 쓰시는군요~
    태국에서도 한글로 된 책 너무 보고 싶다는!

  14. 어설픈여우 2010.12.03 13: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같은 책이라도 달빛님이 읽으면 달라지는것 같아요~
    어떻게 원작자가 책을 쓸때의 당시를 상상하고
    현대의 모습과 비교를 하실수 있는지...
    그냥 신화로만 생각했지 그런 상상은 못해봤거든요~ㅎ

    다음뷰 블로그대상 후보에 오르신거 축하 드리구요,
    꼭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랄께요~^^*

  15. 여강여호 2010.12.03 14: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리스 신화의 원전이라고 할 수 있죠...저도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십시오

  16. Lipp 2010.12.03 19: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리스신화에는 관심이 있는데, 예전에 이책을 몇페이지 읽다가 덮어 버렸어요 ...
    이상하게 진행이 안되더라구요 ,, -- ;;
    다시한번 도전해봐야 하는건지 ... ^^

  17. 2010.12.03 22: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8. 빠리불어 2010.12.04 01: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잼있을 것 같아여..
    근데 신화에 나오는 이름은 역시나 헷갈린다는 ㅡㅡ;;;

    오늘도 역시 좋은 책 정보 잘 보고 갑니다, 독서가님 ^^*

    아, 언제쯤이면 저도 그 책 본 책이예여... 이렇게 자랑을 할꼰가......... ㅡㅡ;;;

    즐거운 주말 맞이하세여, 독서가님 ^^*

  19. 일곱가지 이론 2010.12.04 02: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리스, 로마 신화... 요쪽으로는 전 까막 눈입니다....
    꼭 읽어 보고 싷네요...

  20. 파리아줌마 2010.12.04 02: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편하고 쉽게 읽혀질 책은 아니겠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21. 김씨 2010.12.12 10: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사히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