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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독후감

한홍구의 대한민국사 1권

by 소박한 독서가 2010. 12. 11.

오래 전부터 1년에 한 번씩 정도는 우리나라 전체역사를 꿰뚫는 독서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고대사부터 조선시대까지는 한단고기랑 화랑세기, 그리고 박영규씨의 왕조실록을 읽고 있지만 대한민국사를 폭넓게 다룬 책이 아쉽던 차에 어느 날 강준만씨의 한국현대사 산책이 눈에 띄었다.

18권이란 어마어마한 분량에 질려서 일단 도서관에서 몇 권 먼저 빌려보며 맛을 봤다..결론은 약간 좌편향적이긴 하지만 나의 보수기질과 균형을 맞추는데는 딱 맞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고...구입을 할려던 차에 모 서점에서 한홍구씨가 쓴 대한민국사를 보게 되었다.

일단 책이 4권 밖에 안되니 부담이 없어서 좋았으며 또한 한홍구씨는 기본적으로 강준만씨의 역사인식과 큰 차이가 없는 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 참에 두 분의 역사인식을 확실히 비교해 가며 읽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어서 구입을 했다.


책은 강준만씨의 한국 현대사산책과 같이 시간순을 따라 기술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에피소드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강준만씨의 책같이 드라마틱하게 재미있지는 않다.

단, 역사에서 벌어진 에피소드에서 화두를 끄집어내어 지금의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짚어내는 능력은 탁월하다.
그래서 솔직히 이제 1권 밖에 안 읽었지만 신선한 느낌이고 또한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다.

몇 개만 소개하자.

먼저, 나는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의 태극기를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하여 전혀 몰랐었다.
책에 있는 설명을 한번 보자.

1882년 4월 11일 마건충은 김홍집과의 회담에서 개인의견임을 전제로 조선의 국기를 흰 바탕에 태극 그림을 사용하고 주위에는 8괘를 그리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런 회담이 있은 뒤 7월에 임오군란이 알어나고, 조선은 제물포 조약에 따라 대관을 파견하여 일본에 사죄할 것을 강요받았다....(중략)...이 배의 선장은 영국인 제임스였고, 조선주재 총영사 애스턴도 동승했다....(중략)...제임스는 마건충의 도안대로 8괘가 다 들어가면 복잡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따라 그리기 힘들다고 충고하였고, 이에 따라 태진손간(兌震巽艮) 4괘만 남기면서 상하좌우에 있어야 할 정괘를 45도 왼쪽으로 돌려버린 것이다. - (페이지 52~53)

일본의 국가인 기미가요도 외국인이 만들었듯이 우리나라의 태극기도 외국인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던 것이다.

둘째,
서해교전및 천안함 사건 그리고 최근의 연평도 포격사건을 일으킨 북한에 대해서 왜 그들이 사사건건 도발을 일삼을까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었다.여기에도 내가 몰랐던 사실이 있었다.
1953년 7월에 조인된 정전협정에는 해상 군사분계선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전협정에서는 육상 군사분계선만 확정하였을 뿐 해상 군사분계선은 미확정 상태로 놔두었기 때문에 북방한계선 문제와 같은 분쟁의 불씨를 남겨두게 되었다. 유엔군 사랑관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북방한계선은 그 이름이 말해 주듯 남쪽 배가 북쪽으로 올라갈 수 있는 한계선으로 정전협정과 상관없는 유엔군 사령부의 내부 방침이다.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여당 시절 국회에서 국방장관 이양호씨가 북방한계선을 북쪽 경비정이 '침범'한 것이 정전협정 위반 아니냐는 야당 의원의 거듭된 질문에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라고 두 차례나 밝힌 사실에 우리는 유의해야 한다 - p.216

이러니 북한의 대표가 세계 회의석상에서 자기네들은 북방한계선을 인정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당당하게 떠벌리고 다니는 것이다.
서해가 세계의 화약고 내지는 불씨로 남아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하나만 더 소개하자.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로 '정통관료'라는 말이 있다.
'엘리트 관료'라는 말은 있어도 '정통관료'라니...이게 무슨 말일까?

유신 말기에 장교의 공급과잉과 진급적체가 군 내부의 큰 불만으로 대두되자 박정희는 대위급에서 전역희망자를 받아서 행정부처의 사무관으로 임명했다. 이른바 군화신고 고급 공무원이 된 유신사무관이다. 당당히 행정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이 이들과 자신들을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낸 말이 바로 '정통관료'이다. -p.279

이 외에도 대한민국의 서독대사까지 지낸 고급관료인 최덕신이 평양으로 영구 이주해 버린 사건이나 역사상의 연좌제에 얽힌 이야기들, 친일파, 민간인 학살등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좀 재미있게 썼으면 금상첨화일텐데 그 내용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전개가 매우 학문적이다.
한 마디로 전개가 좀 지루하고 딱딱하다는 말이다.

아직 3권을 더 읽어야 하는데 벌써부터 강준만씨의 그 생각만 해도 부담스러운 18권짜리 한국 현대사산책에 마음이 자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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