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보름남짓 있으면 법정스님의 책들이 전부 절판이 된다. 온라인 서점에 가 보니 이미 품절이 된 책도 있고 재고가 남아 할인 세일하는 책들도 있었다. 어쨌거나 며칠 있으면 그마저도 전부 사라져 버릴 예정이다.
젊은 시절,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불교신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큰 감명을 받아 주위 친구들에게도 여러 권 선물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의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자 얼마전 책을 다시 읽었다.
청소년기에 받았던 감동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가슴을 울리는 메세지가 있다.
되돌아 보면 나의 인생은 '무소유'와 '성경', 이 두 권에 많은 영향을 받으며 살아왔던 것 같다.
감수성이 한창이던 시절에 불교책을 열심히 탐독하다가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성경을 읽으며 참다운 인생의 목적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수십 년을 살아오며 내 머리 속을 한 순간도 떠나지 않은 한 가지 숙제가 그것이었다.
"인생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왜 사는 것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남들이 장래의 꿈을 출세와 명예에 둘 때도 나는 내면의 화두에 집착하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여전히 목표가 없었다. 하지만 좋게 표현해서 그렇게 마음을 비운 채 인생의 목표도 없이 하루 하루만 잘 살려고 노력하며 살다보니 역설적이게도 남들이 말하는 인생의 성공이라는 것이 저절로 따라 왔다.
그렇게 나름 열심히 살던 어느 날, 나에게 기회와 시련이 동시에 닥쳤다 (기회의 소개는 생략한다).
회사에서 1년에 한번 실시하던 정밀 건강검진에서 심각한 옐로우 카드와 함께 입원을 권유받았던 것이다. 잦은 술자리와 회의, 출장등으로 과도한 스트레스가 수반되어 생체리듬이 거의 깨져 버리기 일보직전이었다.
"네가 온 세상을 얻은들, 내일 죽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라는 성경 말씀이 그 때만큼 그렇게 마음에 와 닿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몸의 혹사를 피할 수 없는 업무라 건강을 생각하면 계속해서는 안될 상황...한동안 숙고하다가 사표를 제출했다.
"뭐 하실건데?"
"이제부터 책도 좀 읽고 배낭여행이나 하면서 건강이나 관리하며 살 생각입니다."
사표를 제출하며 한 말이다.
오랫동안 봉사한 것에 대한 보답으로 회사에서는 원한다면 지역 대리점권을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그것도 미련없이 거절했다.
그렇게 회사를 그만두고 아내와 함께 40일간에 걸친 800km 도보여행을 떠났다.
걸으며 비로소 많은 생각을 했다.
왜 그동안 건강까지 버려 가면서 아둥바둥 살았을까. 인생의 진정한 가치가 돈벌이나 사회적 출세에 있는 것도 아닐진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앞만 보고 달릴 때는 몰랐다가 건강이 나빠지고 나서야 눈을 제대로 뜨기 시작한 것이다.
여행을 다녀오고 난 뒤, 헤드헌터 등에서 오퍼가 있었지만 미련없이 다 거절했다.
도보여행으로 간신히 호전된 건강이 다시 나빠질까 싶어서이기도 했지만 인생에는 그보다도 더 중요하고 의미있는 무엇이 있다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도보여행이 건강에 미친 긍정적인 효과는 이미 여행기에서 소개를 하였으니 여기서는 생략한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중략)...아무 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역리이니까..' 무소유에 나오는 말이다.
스님의 크신 뜻을 거창하게 나에게까지 적용시킬 생각은 없지만 요즘같이 이 말에 크게 공감하는 때도 없는 것 같다.
"네가 온 세상을 가지고도 내일 죽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성경의 가르침도 무소유의 교훈에 다름 아니다.
긍정적으로 현실에 자족하며 사는 인생은 부러울 것이 없다.
매사에 감사하며 사는 인생도 후회할 것이 없다.
이렇게 나날이 마음을 비우고 감사하며 사는 것이 진정으로 행복해지고 건강해지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깨달음이다.
강을 건너는 다리가 없던 시절에 간발의 차이로 나룻배를 놓치고 푸념을 하는 대신에 스님은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너무 일찍 나왔군."
떠난 배에다 미련을 갖지 않고 다음에 떠날 배를 염두에 둔 말이다.
아름다운 장미를 꺾으려다 가시에 손이 찔려 본 사람들이 많으리라 믿는다.
그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한다.
'에이~ 꽃은 아름다운데 가시가 영 마음에 안들어'
스님도 가시에 손이 찔려 짜증을 내다가 갑자기 생각을 바꾸고 마음의 평화를 얻은 기억이 있다고 했다.
'이런 가시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네..허허'
방에 도둑이 들어 일용품이 없어지고 난 다음에도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원래 그것은 내 것이 아니지...이 세상에 올 때도 빈 손으로 왔고 갈 때도 빈 손으로 갈텐데 저것들은 다 내가 잠시 맡아두고 있던 것들이야. 이제 제 길로 갔네'
매사에 이런 생각이니 마음에 어찌 스트레스 받을 일이 생기겠는가.
그러고 보니 스님들 중에서 장수하는 분들이 많으신 것도 이런 비움의 자세로 살아서인가 싶기도 하다.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보는 생각이 아닐까.
젊을 때는 내 가족과 주위 사람들을 위하여 열심히 일해야 하지만 맡은 바 책임을 다한 이후의 행복은 각자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에겐 나만의 해답이 있고 또한 그 해답을 거의 찾았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람마다 다른 것.
제대로 된 인생을 살고 싶은 사람이면 내내 마음 속에서 놓지 말고 있어야 할 화두이자 의미있는 삶을 위한 각자의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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