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하는 방법에 대하여 쓴 책들이 많다.

어떤 사람은 항상 10권의 책을 동시에 읽어라 하고 어떤 사람은 한 권만 제대로 읽어라 혹은 지독이 정답이다, 속독이 정답이다 또 꼼꼼이 읽어라, 어려운 부분은 건너뛰라...이렇듯 독서의 방법은 말하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 모든 걸 동시에 다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것이 아니다.

이전에 한국일보의 편집국장을 지냈던 故 조풍연씨는 직업이 그러하다 보니 생전에 신문 칼럼을 자주 쓰셨는데, 아주 오래전 어느 날 신문을 뒤적이다 우연히 그 분이 독서에 관한 글을 쓴 것을 보았다.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가물거려 대충 주제만 옮긴다.

나는 독서노트가 2천 권쯤 됩니다. 어릴 때부터의 습관인데 문방구에서 제일 가격이 싼 10~20페이지 정도의 얇은 유지노트를 사서 무조건 책 한 권에 노트 한 권을 배당하여 책을 다 읽고 나면 거기에다 책에 밑줄친 문장들과 중요사항, 주제, 기억할 단어등을 옮겨 적고 표지에 책의 제목과 색인을 붙이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몇 십년이 흐르고 난 지금 그 노트들은 나의 보물 제 1호가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독서 습관으로 내가 글쟁이를 할 수 있었고 또한 지금도 누가 나에게 아무리 황당한 주제의 글을 청탁한다고 해도 그 노트들만 참고하면 못 쓸 글이 없습니다.


이 글만 봐도 알겠지만 조풍연씨는 진정한 독서가이셨다.
어떤 책이라도 읽고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이 나중에 참고가 되도록 기록으로 남기는 독서를 하였던 것이다.

누군가가 말했다.
"책에 밑줄을 치고 메모를 한다고 해서 그 부분을 언젠가 다시 열어보지 않는 한, 그냥 읽는 독서와 무슨 큰 차이가 있겠느냐?"

당연히 그냥 읽는 독서보다야 페이지를 더럽혀가며 읽는 독서가 기억과 여운에 오래 남겠지만 그것도 시간의 문제일 뿐, 어차피 시일이 지나가면 그냥 눈으로 하는 독서랑 비교하여 그리 큰 효과가 없다는 말이다.
곰곰히 씹을수록 참으로 맞는 말이 아닐 수 없다.

회사에 있을 때 알게 된 모 회사의 임원 한 사람이 골프 매니아였다.
주말에 몇 번인가 같이 골프를 치고 서로의 집이 한강다리 하나 사이만큼 밖에 안 떨어져 있던 터라 사적으로도 가끔 만나 술을 한잔 나눌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친하게 지내던 어느 날 그 분이 느닷없이 나에게 한 권의 수첩을 보여 주었다. 뭔가 하고 봤더니 그 안에 온갖 잡지와 신문, 책등에서 끄집어 낸 잡다한 인용문과 참고사항, 지식등이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출장가면 비행기에서 잡지를 보면서, 사무실에서는 신문에서, 집에서는 독서를 하면서 그렇게 유용한 정보와 글귀등을 습관적으로 정리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을 틈틈이 펼쳐 보는데 자기 방에는 그런 수첩이 20여권쯤 더 있다고 했다.


어쩐지 평소 대화할 때 해박한 지식등 풍기는 분위기까지 좀 다르더라니..
그 날, 그 분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새로 가졌음은 물론이다.

작년 봄, 청계산을 등산하다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그 분의 명복을 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이쯤에서 눈치를 채셨으리라 믿는다.
보다 나은 독서의 방법에 대하여 생각을 해 보자는 것이다.

독서의 방법 중에서 보통의 방법은 책을 집중하여 읽는 것이며, 보다 나은 방법은 책에 밑줄을 치고 메모를 하며 읽는 것이다. 그리고 독서후에 그것을 다시 한번 읽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제일 좋은 방법은 그것을 자기만의 수첩에 정리하여 항상 지참하며 자주 들여다 보는 것이다!

블로그에 독후감을 쓰는 나의 행위도 사실 중수의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블로그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읽기에는 따분한 단어정리나 스포일러의 면이 농후한 줄거리, 중요한 주제 옮기기 및 문장베끼기 등의 행위를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로그에 못쓰는 그러한 것들이 정작 나 자신의 지식과 지혜를 늘리는데는 가장 중요한 것들이다.

그래서 나 또한 얼마전부터 블로그에 못쓰는 내용들을 쓰기위한 나만의 수첩을 항상 지참하며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조풍연씨가 그랬고 작년에 돌아가신 나의 친구가 그랬으며 지금은 나도 그리하고 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단지, 그 습관을 들이느냐 못 들이느냐에 따라서 가랑비에 옷젖듯 나이가 들수록 인생을 느끼는 깊이가 달라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방향을 약간 틀어서 서평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해보자.

우리는 흔히 책에 대한 평을 쓰는 사람을 서평가라고 칭한다.
하지만 사실 서평이란 특정한 분야에 해박한 지식과 연륜을 가진 사람이 그 분야의 글이 실린 책에 대해서 평가하는 매우 전문적인 행위이다 (대부분의 일반 독서애호가가 쓰는 서평은 여기에 상관이 없으니 오해없으시기 바랍니다).

전문지식을 갖춘 서평가는 책의 어느 한 부분만을 읽거나 머리말과 목차만 봐도 대충 그 책의 수준을 짐작하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책의 전부 혹은 일부분만을 가지고 평가할 수도 있다.
서평에는 굳이 책을 다 읽어볼 필요가 없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역설적이지만 전문 서평가는 자기의 전공 분야에 관한 한 고유한 의미에서의 진정한 독서가가 아니다. 그냥 자기가 잘 아는 분야에 대한 책을 평가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러한 전문 서평가들 역시 자기의 전공이 아닌 분야의 책에 대해서는 일반 독서 애호가의 위치에서 책을 읽게 된다. 또한 그러한 독서가의 자세를 견지함으로써 전문 서평가로서의 식견도 점점 깊어지고 넓어지게 되는 것이다.
틈날 때마다 진지한 독서를 하지 않는 서평가는 아무리 화려한 말빨로 치장한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그 밑바닥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


나는 서평가가 아니라 3류 독후감을 쓰는 일개 평범한 독서가일 뿐이다. 그래서 다행히 나의 화두는 항상 하나다.

블로그에 남길 독후감이나 서평에 신경쓰며 책을 읽는 독서가가 아니라, 독서 자체를 즐기는 독서가로 남는 것.
또한 블로그에 못 적은
나만의 정보가 가득한 수첩을 자주 참고하는 독서가가 되는 것.

대부분의 사람은 단지 책이 좋아서 책을 읽고 그 느낌과 배운 것을 오래 간직하기를 원하는 진정한 독서가가 되고싶을 뿐이다. 그렇지 않은가.

결론을 내자.
당신이 서평가이든 독서애호가이든 1년에 책 한 권만 읽는 사람이건 상관없이, 독서란 행위를 통하여 뭔가를 배우고 깨닫기를 원한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다름아닌 독서의 효과를 될수록 오래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속독을 하건 지독을 하건, 10권을 읽든 한 권만 읽든, 책을 읽으며 또한 읽고난 다음에는 반드시 자기만의 정리를 따로 하는 습관을 들이기를 권한다.
악서이건 양서이건 구별없이 모든 책에서는 그 나름대로 배울 것이 있다고 했다. 또한, 이는 책 뿐만 아니라 신문, 잡지, 만화등에 다 적용하면 된다.
그럴듯한 좋은 방법같지 않은가.


동의한다면 오늘부터 당장 실천으로 옮기면 어떨까.

Posted by 소박한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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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달콤시민 리밍 2010.12.15 16: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그냥 읽기에만 열중했는데
    독서 방법을 바꿔봐야겠어요^^;
    앞으로는 좋은 부분이나 모르겠는 부분도
    메모해놨다가 다시 봐야겠어요^^

  3. 말랑♩ 2010.12.15 17: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블로그 시작하고 방향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는데 말끔히 씻어주네요 (: 당장 독후감 메뉴부터 만들고 책을 읽기 시작하겠습니다. 워낙 소설을 읽는걸 좋아해서 그 위주로 할 것 같아요. 한동안 독서가 뜸했는데 뭔가 느낌을 옮기는 매개체가 있으면 동기 부여 할 수 있을거에요. 감사합니다 (:

  4. *저녁노을* 2010.12.15 17: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메모하는 습관...제일 좋은 것 같아요.
    어제도 TV보다가 글감으로 사용해야지...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생각이 나야지요.....쩝!~~~

    잘 보고가요

  5. 날아라뽀 2010.12.15 17: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독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되도록 인생에 도움이 되는 독서를 해야겠어요^^

  6. 이류(怡瀏) 2010.12.15 18: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속에서 얻는것이 너무 많아요.. 책도 여러분류가 있지만 자신의 입맛에 더 맞는것들이 있더라구요..
    저도 책을 읽으면서 메모를 자주 하는 편인데 이상하게 학교를 다니면서는 한달에 한권도 읽지 못한거 같아서 속상해요.. 시작하려는 용기를 가져야겠습니다 ^^

  7. 빠리불어 2010.12.15 19: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정말 좋은 습관이시네여..

    저도 따라해보겠습니다.. ^^*

    좋은 정보 말씀해주셔서 넘 고맙습니다, 독서가님 ^^*

    날이 많이 춥다고 하는데 건강 조심하시구여.......

  8. 비단풀 2010.12.15 19: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백번 동의합니다.
    저도 많이 읽진 못하지만 요즘엔 재미가 있스비낟.
    메모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읽긴 읽었는데 무슨 내용이었는지
    생각이 안납니다. 블로그 덕분에 요즘은 공책 한권은 아니지만
    그래도 흔적을 남깁니다.
    나중에 유용한 정보가 될거 같아요.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9. 일류 2010.12.15 21: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말씀입니다. 저같이 독서에 서투른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거같네요~

  10. 플린 2010.12.15 22: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이 노하우는 한 번 우려서 나올 법한 독서법이 아닌데요. 좋은 습관이란 이런 것이군요. 저는 책에 메모와 낙서를 많이 한답니다. 깨끗하게는 못하고요. 지저분하지만 그때 그때 떠오르는 단상들이 꼭 쓰일 때가 있더라구요.

  11. 굴뚝 토끼 2010.12.15 22: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읽기의 진정한 효용은 책읽기 그 자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방법이든 책을 소화하고 되새김질하는 것은
    책읽기를 풍부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권장할만 하다고 생각되네요.

    오늘 의외로 바쁘다보니, 뒤늦게 소박한 독서가님 글을 읽게되었습니다.^^

  12. jean jacket 2010.12.16 00: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많이 와닿습니다. 공책 한권 뒤적여 봐야 겠습니다.

  13. 꼴찌PD 2010.12.16 08: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광고인 박웅현님도 책을 읽으면 꼭 줄을 치고 줄 친부분을 메모한 후 집에서 컴퓨터로 다시 정리를 한다고 하더군요. 독서에 대한 계획은 매 년 세우지만 실천을 못하고 있는데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고 줄치고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야겠어요.

  14. 또웃음 2010.12.16 08: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독서노트가 습관입니다.
    덕분에 요즘 책 리뷰도 수월하게 할 수 있어서 좋구요. ^^

  15. 책과호 2010.12.16 12: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그냥 간단간단하게 메모하는 습관을 더 길러야 겠습니다.
    그런게 쌓이고 쌓여서 정말 귀중한 재산이 되겠죠?

  16. 2010.12.16 14: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7. 유쾌한도깨비 2010.12.17 03: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책을 많이 좋아하고 읽기도 하지만(남들처럼 자랑할만한건 아니고요;;;)
    읽은 후에 생각은 안해봤네요.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은 밑줄을 긋기는 하지만 딱히 정리하지도 않았고.
    윗글보면서 많이 깨닫고 갑니다.
    어떻해 정리해 놓을지 생각 후 저도 앞으로 읽은 후의 책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8. 이야기캐는광부 2010.12.20 01: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많이 배워갑니다. 수첩에 책내용을 기록하고 끊임없이 보는 것...2011년부터는 꼭 실천해봐야겠습니다.^^

  19. 미슈 2010.12.23 11: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제야 책을 읽고 글을 남기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조금씩 느끼고 있던 찰라에, 많이 고민하던 문제였는데 소박한 독서가님의 말씀으로 많은 것을 느끼게되네요. 사실, 책을 읽고나서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것도 참 힘든데 메모까지...제가 잘 해 낼수있을지 모르겠지만 분명 책을 읽고 느끼고 지식을 쌓기에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도 당장 오늘부터 해봐야겠네요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20. 앙짱 2011.04.06 10: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부터 나만의 노트를 준비해야겠어요~

  21. House painters Dallas TX 2012.03.30 05: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3년간 4,000권이면 어휴 제가 읽을 평생의 책을 그 짧은 시간에 해치우셨다는 말씀이네요?
    아무튼 참 이런저런 의미에서 대단한 양반이란 생각입니다,
    한편, 음 저두 페이퍼북같은 '실용'적인 출판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싶어요. 이유는 묻지마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