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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독후감

강준만식 통섭의 역사, 미국사 산책

by 소박한 독서가 2011. 1. 13.



총 28권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한국 현대사 산책>과 <한국 근대사 산책>을 읽으며 강준만씨의 그 놀라운 필력에 감탄한 지도 수 개월, 마침내 고대하던 <미국사 산책>이 완성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진지하게 구매를 고려하고 있던 차, 감사하게도 출판사로부터 전질 앞부분의 책 몇 권을 증정받았다.

물론 책을 받은 조건은 아무것도 없다. 이러한 증정 의식이 내가 느낀대로 쓰는 독후감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고 출판사가 사실 먼저 그 제안에 동의했다.
이 증정받은 몇 권의 책을 계기로 이빨빠진 나머지 십 수권에 달하는 책들을 채워 넣으려면 나의 지갑에서 더 많은 돈이 지출되겠지만 어쨌거나 이 자리를 빌어 책을 보내 주신 <인물과 사상사>에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현재 블로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시간들을 이용하여 수많은 책들을 거의 탐독하다시피 읽고 있고 또한 거기에서 가까운 미래에 나의 블로그를 채울 자양분들을 계속 뽑아내고 있는 중이라 계획된 독서의 실천에 오히려 시간이 모자라는 감이 있지만, <한국 현대사 산책>과 <한국 근대사 산책>에서 받은 감동에 비추어 <미국사 산책>의 완성을 누구보다 목빠지게 기다려 왔던 점을 생각하면 지금부터 나만의 자유시간을 이용하여 총 17권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독서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 그지없이 행복할 따름이다.

흔히들 강준만씨를 '좌빨'이니 '좌파성향의 역사학자'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의 전작들을 직접 읽어본 나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그가 역사책을 저술하는 방식은 포괄적 시각을 전제로 한 백과사전식 기술로 좌파성향이든 우파성향이든 가리지 않고 역사를 있는 그대로 담아낼려고 노력하는 학자다. 그러다 보니 일반인들에게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많은 역사의 비밀스런 부분들이 가감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학창시절부터 보수우익적 역사의식에 물든 우리들의 역사관과 약간의 충돌과 반발을 일으킬 뿐이라고 믿고 있다.
실제로 강준만씨를 폄하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진보적 역사교육을 받은 젊은 세대들에게서 보다는 386이나 486세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역사관은 작가 스스로도 말하고 있듯이 <통섭의 역사관>이다.
애국이니 매국이니 하는 것을 떠나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것이 소위 강준만식 역사관이다.
<한국 현대사 산책>과 <한국 근대사 산책>의 기술도 그랬고 이번에 완결된 <미국사 산책>도 머리말에서 다음과 같이 분명히 밝히고 있다.

...흥미로운건 모든 연구자들이 다 그렇게 분업에만 매달린다는 점이다. 학자는 연구실적을 올려야 하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학계로부터 인정받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역사는 어느덧 역사가들을 위한 것이 되고 말았다. 역사는 주제별, 시대별로 파편화된 가운데 학자들은 자기만의 작은 파편에 몰두한다. 통합은 없다. 그건 학술적이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중략)...어느 한 분야에만 집착할 경우 포괄적이고 공정한 시각을 놓치게 되고 그로 인해 긍정과 부정의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치게 되는건 아닌가? 한국사의 경우 '자학(自虐)'대 '자위(自慰)'라고 하는 이분법, 미국사의 경우 '친미(親美)'대 '반미(反美)'라고 하는 이분법이 생겨난 것도 바로 그런 '편식'의 결과는 아닌가? 나는 그런 문제 의식을 갖고 <한국 현대사 산책>과 <한국 근대사 산책>을 썼으며, 이제 <미국사 산책>에까지 뛰어들게 되었다.-1권 6페이지.

가능한 한 가치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기고 '지독하게 따분한' 사실들까지 포함하여 모든걸 다 담되, '비빔(믹싱)'의 조화에 역점을 두는 것이다...(중략)...거시사에서 미시사에 이르기까지, 사회사에서 일상사에 이르기까지, 정치사에서 지성사에 이르기까지, 우파적 시각에서 좌파적 시각에 이르기까지, 형식과 내용의 모든 스펙트럼을 다 껴안아 소개하는 종횡무진을 시도했다.-1권 12,13페이지

내가 강준만씨의 역사책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저자가 말하듯이 친미니 반미니, 혹은 자학이니 자위니 하는 이분법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먼저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자세히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독립전쟁이 끝난 후, 대륙회의 서기인 찰스 톰슨은 전쟁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에 착수했지만 곧 역사서술을 포기했다. 훗날 그는 "미래 세대에게 사실을 밝히고 싶지 않다. 내가 진실을 말하면 큰 죄를 짓게 된다. 온 세상이 우리의 애국자들과 영웅들을 찬양하게 하라"고 말했다 (1권 8페이지).

왜 역사를 왜곡하는가?
"우리에게 집단적 정체성을 부여하고, 좋은 이야깃감이 되며, 우리의 애국심을 고취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그것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언론, 영화, 방송, 학술, 과학, 기술등을 총망라한 역사를 읽는다는 것은 역사에 관심있는 교양인이라면 놓치기 힘든 독서의 매력임에 틀림없다.

강준만씨는 <미국사 산책>을 집필하며 미국에 매우 비판적인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의 저서뿐만 아니라 그들과 반대편에 서 있는 학자들의 목소리도 가감없이 전달했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다.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기고.

이 글이 올라갈 때 쯤이면 나는 개인적인 일로 부산으로 가는 기차안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2주일에 달하는 부산에서의 체재기간은 오롯이 강준만씨의 미국사 산책에 몰입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각 권에 대한 독후 소감들은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차근차근 올릴 예정이다.
이제 기대하던 독서를 시작해야겠다.

1권의 첫 장을 여니 시선을 끄는 자극적인 단락의 제목이 나타난다.
<콜럼버스는 영웅인가?>

강준만 지음/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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