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어느 학교에서는 고전문학 1권을 3년에 걸쳐 읽어내는 교과과정이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첫 페이지부터 진도를 나가다가 역사적인 인물이 등장하면 독서를 중단하고 그 인물에 배한 배경을 철저히 공부하고, 어느 지명이 나오면 그 지명을 지도상에서 찾아내어 그 지방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 본다. 그리고 중간에 앞부분의 기억이 잘 나지 않으면 서슴없이 앞으로 되돌아가 줄거리의 흐름을 다시 완벽하게 이해하고 나서야 그 다음을 읽어 나간다. 

책 한 권을 3년동안 분량을 쪼개어 읽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책의 내용을 철저하게 분석하며 읽는다는 이야기이다.

이 학교는 일본 최고의 대학인 동경대에 해마다 최대의 합격자수를 배출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느린 독서의 신봉자이다. 

어릴 때, 책을 많이 접하고 싶은 욕심에 속독술을 배웠지만 속독을 해보고 난 후에 느낀 것은 <속독이란 머리로 읽는 독서는 될 지 몰라도, 마음으로 느끼는 독서가 안된다>는 것을 알고 곧바로 포기해 버렸다. 하지만 지금도 물론 신문이나 가벼운 문서등을 볼 때는 어릴 때 배웠던 속독술을 활용하곤 한다.

 

하지만 책을 들면 겉표지부터 천천히, 생각을 하며 느끼면서 읽어 나간다.

중간에 줄거리가 막히면 다시 돌아 가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이 "왜 이 작가가 이 글을 썼을까? 사람들에게 뭘 말하고 싶은 것일까?"라는 화두를 머리속에서 놓지 않는다. 나의 의견과 다른 부분이 있을 때는 잠시 책을 접어두고 작가의 생각과 나의 관점의 차이를 비교해 본다. 그리고 필요하면 인터넷을 찾아가며 대중들과 그 방면의 권위자들의 관점을 찾아 본다.

 

내가 생각해도 참 피곤한 독서법이다.

하지만 나의 이런 방식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다.

왜? 그냥 작가가 전달하는 메세지와 이미지를 피동적으로 받아 들이는 독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정보와 깨달음,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독서를 하는 목적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정보를 얻어 지식을 넓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감성적인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말할 필요도 없이 이 두가지의 독서 목적은 책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서 그 성취도가 확연히 달라진다. 

 

얼마 전에 <얼음과 불의 노래> 전집을 구매했다.

영어를 잘해서가 아니라 한글판의 번역이 워낙 말들이 많은데다가 회사를 관두고 나서부터 영어를 쓸 기회가 점점 줄어드니 감각도 유지할 겸 그냥 원서로 구입했다.

 

한 번 집어들면 끝까지 들고 파야 하는데 일단 거의 5,000 페이지에 육박하는 두께의 방대함에 질려 버려 처음으로 두 분야의 독서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이제 첫 권의 150페이지 조금 지나 읽고 있지만 벌써 그 스케일과 등장인물의 방대함, 스토리의 정교함에 점점 놀라고 있다. 다시 되돌아 가며 되풀이하여 읽기가 몇 번째인지 모른다. 하는 수 없이 구글의 도움을 빌려 등장인물의 관계도와 배경이 되는 전체 지도를 다운받아 책 앞머리에 붙여 놓고 읽는다. 등장인물의 상관관계와 지도를 보며 읽으니 이해하며 읽는 독서가  한결 편하다.

 

감성의 즐거움을 얻고자 시작한 독서니 철저하게 이해하며 읽어야 더 많은 즐거움과 감동을 받지 않겠는가..

나는 그래서 느린 독서가 좋다.

 

Posted by 소박한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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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빈배 2012.09.03 14: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느린 독서 신봉자 여기 또 하나 있습니다^^
    독서가님 완전 컴백하시면 좋겠습니다.

    • 소박한 독서가 2012.09.03 15: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빈배님, 반갑습니다^^
      게을러 터져서 잘 될지는 모르겠네요.ㅎㅎ
      매일은 못 올리더라도 가끔씩 이렇게 글을 올릴 생각입니다.
      좋은 오후시간 되시길~^^

  2. 사랑극장 2012.09.03 17: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오랜만에 오셨네요. 문학은 역사와 문화 등 많은 배경지식이 있어야만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죠.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좋은 저녁 보내세요.

  3. 빨간풍차™ 2012.09.05 16: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독서가님 반가운 글입니다. ^^ 느린 독서의 장점을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쌓여있는 책들과 다독 욕심때문에 느리게 읽는 다는 것이 참 힘들더군요. 게다가 책 읽을 때 한 번씩 되씹어 본다는 것이 누워있다가 몸을 일으키는 것 만큼이나 귀찮다는 사실에 사고의 노동도 육체의 노동과 다를 바가 없구나 하고 감탄하게 됩니다.^^
    저도 올해 들어 '얼음과 불의 노래'를 구입해서 읽고 있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두꺼워지는 책두께에 한 번 놀라고, 방대하고도 견고한 짜임새에 두번 놀랍니다. 혹자는 진행이 너무 느려서 읽다 포기했다고 하는데 그 짜임새를 즐기다 보면 상당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드라마와 비교하면서 보는 지라 조금 속도가 느리긴 합니다만 드라마의 완성도가 꽤 높아서 오히려 책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완독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4. 이경윤 2012.10.24 16: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로그 주인님^_^ 저는 군에서 근무하는 한 장교랍니다. 독서 블로그를 찾던 중 이곳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어려운 책들을 읽기 위해 저는 소설부터 잡는 버릇을 들이려 하는데 좋을 지요,

    수능공부 할때는 책도 많이 읽어 머리가 몰랑몰랑한 기분이었는데 요즘은 책을 잡지 않고 컴퓨터만 잡으니

    머리가 땡땡하게 굳은 느낌이랍니다.

    • 소박한 독서가 2012.10.27 14: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경윤님,
      천학인 저에게 독서의 자문을 구하시다니요..ㅎㅎ
      제게 남에게 권고를 할 만큼의 독서에 대한 교양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진솔하게 질문을 하시니 얄팍하나마 저의 생각을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책이란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문서적이 아닌 이상, 저자가 책을 펴낼 때는 일반대중을 의식하고 저술한만큼 왠만한 일반인이라면 도전하지 못할 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이든 난해한 인문서이든 일단 읽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무릎을 치는 감동이나 깨달음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면 그 다음부턴 자연스레 독서습관이 붙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굳이 물어 보시니 딱히 거절할 수도 없어서 저의 좁은 식견을 말씀드렸으니 참고만 하시고 좋은 독서생활하시기 바랍니다.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