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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독후감

<얼음과 불의 노래>를 읽기 시작하며...

by 소박한 독서가 2012. 9. 3.

 

 

 

일본의 어느 학교에서는 고전문학 1권을 3년에 걸쳐 읽어내는 교과과정이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첫 페이지부터 진도를 나가다가 역사적인 인물이 등장하면 독서를 중단하고 그 인물에 배한 배경을 철저히 공부하고, 어느 지명이 나오면 그 지명을 지도상에서 찾아내어 그 지방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 본다. 그리고 중간에 앞부분의 기억이 잘 나지 않으면 서슴없이 앞으로 되돌아가 줄거리의 흐름을 다시 완벽하게 이해하고 나서야 그 다음을 읽어 나간다. 

책 한 권을 3년동안 분량을 쪼개어 읽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책의 내용을 철저하게 분석하며 읽는다는 이야기이다.

이 학교는 일본 최고의 대학인 동경대에 해마다 최대의 합격자수를 배출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느린 독서의 신봉자이다. 

어릴 때, 책을 많이 접하고 싶은 욕심에 속독술을 배웠지만 속독을 해보고 난 후에 느낀 것은 <속독이란 머리로 읽는 독서는 될 지 몰라도, 마음으로 느끼는 독서가 안된다>는 것을 알고 곧바로 포기해 버렸다. 하지만 지금도 물론 신문이나 가벼운 문서등을 볼 때는 어릴 때 배웠던 속독술을 활용하곤 한다.

 

하지만 책을 들면 겉표지부터 천천히, 생각을 하며 느끼면서 읽어 나간다.

중간에 줄거리가 막히면 다시 돌아 가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이 "왜 이 작가가 이 글을 썼을까? 사람들에게 뭘 말하고 싶은 것일까?"라는 화두를 머리속에서 놓지 않는다. 나의 의견과 다른 부분이 있을 때는 잠시 책을 접어두고 작가의 생각과 나의 관점의 차이를 비교해 본다. 그리고 필요하면 인터넷을 찾아가며 대중들과 그 방면의 권위자들의 관점을 찾아 본다.

 

내가 생각해도 참 피곤한 독서법이다.

하지만 나의 이런 방식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다.

왜? 그냥 작가가 전달하는 메세지와 이미지를 피동적으로 받아 들이는 독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정보와 깨달음,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독서를 하는 목적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정보를 얻어 지식을 넓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감성적인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말할 필요도 없이 이 두가지의 독서 목적은 책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서 그 성취도가 확연히 달라진다. 

 

얼마 전에 <얼음과 불의 노래> 전집을 구매했다.

영어를 잘해서가 아니라 한글판의 번역이 워낙 말들이 많은데다가 회사를 관두고 나서부터 영어를 쓸 기회가 점점 줄어드니 감각도 유지할 겸 그냥 원서로 구입했다.

 

한 번 집어들면 끝까지 들고 파야 하는데 일단 거의 5,000 페이지에 육박하는 두께의 방대함에 질려 버려 처음으로 두 분야의 독서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이제 첫 권의 150페이지 조금 지나 읽고 있지만 벌써 그 스케일과 등장인물의 방대함, 스토리의 정교함에 점점 놀라고 있다. 다시 되돌아 가며 되풀이하여 읽기가 몇 번째인지 모른다. 하는 수 없이 구글의 도움을 빌려 등장인물의 관계도와 배경이 되는 전체 지도를 다운받아 책 앞머리에 붙여 놓고 읽는다. 등장인물의 상관관계와 지도를 보며 읽으니 이해하며 읽는 독서가  한결 편하다.

 

감성의 즐거움을 얻고자 시작한 독서니 철저하게 이해하며 읽어야 더 많은 즐거움과 감동을 받지 않겠는가..

나는 그래서 느린 독서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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