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전자책 애호가다.
전자책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휴대성과 간편성이기 때문이다.
4~10인치 남짓한 얄팍한 기기안에 읽고 싶은 책을 담아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대로 볼 수가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그래서 야외활동이 많은 사람들에겐 전자책 단말기가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 될 수 밖에 없다.
바로 그것이다!
전자책을 사는 이유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간편하게 책을 읽기 위하여"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몇 가지의 치명적인 약점이 숨어있다.
전자책을 읽더라도 최소한 그것만은 알고 읽어야 한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한번 해 보자.
책이란 우리가 읽을 수 있도록 종이위에 활자로 인쇄된 물질이다.
한 권의 책을 여러 사람들이 읽고 거기에 대한 생각을 서로 나누며 공감하고 토론한다.
20년 전에 아빠가 읽었던 종이책을 아들이 먼지묻은 서가에서 다시 꺼내 읽어보며 부자간의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것이 책이다.
하지만 형체가 없는 전자책은 어떤가?
단말기가 고장나면 그 안에 담겨있는 책의 생명은 보장할 수 없다. 내장메모리에 심었을 경우는 더욱 그렇다.
고장이 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단말기 자체의 트렌드나 메모리/밧데리의 교체주기, 제조사의 부품보유 기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길어야 20~30년이 못간다.
아주 통크게 잡아서 50년 정도 간다고 치자. 그 중의 아마 3~40년은 먼지묻은 상태로 집안의 어디엔가 쳐박혀 있을 것이지만, 안 그렇다 하더라도 당신은 이미 메모리나 단말기를 여러 번 바꿔가며 업데이트 해야만 했을 것이다.
더욱 나쁜 것은 당신이 그토록 시간과 돈을 들여 힘들게 보관해 왔던 전자책을 자식들에게 남겨주고 세상을 떠났을 때, 유행에 민감한 자식들이 구닥다리 기기안에 들어있는 책을 읽을 것 같은가?
국가 차원에서 수백만 권의 전자책의 정보를 일괄적으로 관리하여 그 명맥을 유지해 가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그것이 당신 가정의 독서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반면에 종이책은 굳이 사해문서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수천 년을 버틴다.
당신과 당신의 자손들이 버리지만 않는다면 종이책이란 업데이트가 필요없이, 서가에 꽂힌 상태로 자자손손 대대로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가 있다.
전자책 문화가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종이책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이유다.
이는 수천 년간 이어져 내려온 인류문화의 유산임을 잊지 말자.
말할 필요도 없이 정보의 보존력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엮어 책으로 만든다 치자.
출판사가 상대적으로 돈이 많이 들어가는 종이책을 찍어내는 대신, 전자책으로만 출판해 주겠다면 당신은 OK할 용의가 있는가?
당신이 쓴 글의 시대적인 가치여부를 떠나, 당신이 자신의 글에 돈 이상의 소중한 가치를 부여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No할 것이다.
왜냐고?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전자책은 휘발성이기 때문이다.
전자책은 시간이 지나면 책 자체가 사라져 버린다. 아니, 책은 남아 있다 하더라도 구매해 줄 독자가 없다면 당신의 책은 미래의 단말기에 맞춘 업데이트 대상에서 제외되어 어쨌거나 사장되어 버릴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당신이 이미 읽었지만 수년이나 수십 년 뒤에 또 다시 읽고싶어 하는 소중한 양서들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당신의 기기는 노후화가 진행되어 책을 읽을 수도 없겠지만, 가능하다 하더라도 이미 구닥다리 고물이 된 기기에서 책을 읽고 싶겠는가?
나에게 소중한 책일수록 종이책으로 구입해야 하는 이유다.
종이책은 당신 가정의 살아있는 독서역사이며, 자식들 교육의 거름이 되는 소중한 보물이다.
또한, 당신이 노후에 책장을 둘러보며 젊은 시절 읽었던 책들을 꺼내들고 감회에 젖을 수 있는 추억의 물건이다.
자식이 자라서 부모가 읽었던 책을 꺼내어 읽을 수 있는 가정의 문화유산이다.
백 권의 종이책과 만 권의 책이 들어 있는 전자책 단말기 중에서 고르라고 한다면? 나의 선택은 당연히 백 권의 종이책이다. 시각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책이 꽂혀있는 책장은 아름답다. 또한 기기가 고장날까 염려할 필요도 없이 언제라도 손쉽게 꺼내어 읽을 수 있다.
나는 전자책의 용도를 오로지 한 번 읽고 버릴 책(만화, 무협, 가벼운 소설등)을 읽을 때만 쓴다.
반면에 양서나 인문, 문학을 막론하고 내가 조금이라도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책은 무조건 종이책으로만 구입한다.
나같은 사람만 있으면 전자책 시장이 망하겠다고? No!
위에서 말했듯이 나에게도 전자책의 용도는 분명히 있다.
두 번 읽을 필요가 없는 가벼운 책들은 굳이 20~30%의 돈을 더 지불하고 종이책을 구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중에 넘치는 책들 중에서 대부분은 이런 부류이다.
(다만, 진열대나 관리인력이 필요없는 전자책을 팔면서 종이책과 거의 똑같은 폭리를 취하고 있는 대형 유통사들의 판매 행태에 대해서는 언젠가 글을 한번 쓸 생각이다.)
당신이 전자책을 읽거나 종이책을 읽거나 선택은 자유다.
하지만 종이책과 전자책의 장단점은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하며, 당신이 한 권의 책으로 자녀를 포함한 가족들의 미래독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면, 더더욱 전자책과 종이책의 취사선택에 고민을 해야 한다.
요즈음 전자책이 차고 넘치는 현상은 독서인구의 저변확대라는 측면에서 분명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당신이 책을 자신이나 가족, 후손들을 위한 가정의 유산으로 가치를 부여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전자책으로 읽어야 할 책, 종이책으로 읽어야 할 책은 분명히 구분하여 읽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고 전자책만 고집한다면?
미래의 어느 순간, 텅 빈 책장을 바라보며 다시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돈을 주고 사서 읽어야만 하는 현실에 한숨쉬며, 과거의 한심했던 자신의 행동을 탓하게 될 지도 모른다.
첨언) 본문의 사진들은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인용을 목적으로 구글검색하여 가져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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