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우리나라 1번 잠수함인 장보고함의 함장 출신이자 잠수함 전단장까지 역임한 해군 제독 출신이 써낸 일종의 군대시절 회고록이자 한국 해군이 잠수함을 갖게 되기까지의 비화를 밝힌 책이다.


잠수함은 최강의 공격무기이다.

적의 목표물 앞 칡흙같은 바다 밑에 최장 수십~수백 일씩이나 은밀하게 잠복해 있다가 필요시에는 벼락같이 어뢰나 미사일을 날려 눈 깜짝할 새 적의 배나 심장부를 초토화시켜 버릴 수가 있으니 상대방은 죽음을 각오하지 않고는 감히 함부로 도발을 못한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바다밑에 은밀히 숨죽이고 있는 잠수함을 찾아내는 것은 그리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륙간 탄도 핵미사일로 무장한 원자력 잠수함은 장소에 상관없이 전세계 어디나 원하는 목표물을 맞출 수 있으니 적으로서는 이보다 더 무서운 무기가 없다.


핵미사일을 장착한 잠수함을 보유한 국가는 최소한 공멸은 할지언정 침략자로부터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않는 보증수표를 손에 쥔 것이나 다름없다. 육지의 핵무기를 다 없앤다 하더라도 바다밑에 깊숙히 숨어있는 잠수함에 장착된 핵미사일은 어디에서 쏘아 올려질 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히 잠수함을 전쟁억제의 1등 공신이라는 뜻으로 peace maker로 부르고 또한 평화시에는 peace keeper로도 부른다.


본 책에는 잠수함과 수상함의 일반적인 근무상의 차이점과 왜 잠수함을 지상의 그 어떤 무기보다도 무서운 무기라고 하는지 그 특징과 속성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 및 잠수함이라고는 한 대도 없던 우리나라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잠수함을 보유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떠한 우여곡절의 사건들이 있었는지 또 잠수함 도입 이후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등 여러가지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흥미롭게 소개되어 있다. 


또한 창문도 없는 잠수함이 어떻게 바다밑을 안전하게 다니는지, 충돌물 및 장애물이 없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잠항 및 부상하는지, 잠수함이 바다 밑에 있는 동안 그 안에 있는 승무원들의 생활 및 근무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등 일반인들이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들도 비교적 자세히 소개되어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궁금증을 상당히 풀 수 있었다.


이 책은 회고록은 아니지만 저자의 군대생활 거의 전부가 바쳐졌던 에피소드들을 실은만큼 적어도 군대 회고록이라고 불러도 좋을 책이다. 더구나 저자는 잠수함 도입계획 초창기부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고 마침내 1번 잠수함의 함장이 되어 우리나라의 해군역사에 이름을 남겼으며, 잠수함 전단장 및 해군 제독의 자리에까지 올랐던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 본인 스스로의 자랑이 너무 없다. 


이야기는 철저하게 잠수함으로 시작하여 잠수함으로 끝난다. 

제목도 <잠수함, 그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조금은 목소리 크게 자랑할 법도 한데  이 분의 글에서는 그런 것을 느끼기가 힘들다. 그냥 담담할 뿐이다. 자신이 해군의 잠수함 도입계획의 일부가 되어 조금이나마 기여를 했다는 것에 대해 자긍심을 가진다는 표현 정도가 스스로가 하는 거의 최상급의 자랑이다. 그래서 해군제독 출신답지 않은 겸손함과 함께 저자의 깨끗한 인품마저 느끼게 된다.


저자는 잠수함을 도입할 때까지 본인이 겪었던 안팎의 수많은 어려움들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나중에는 머리카락이 빠지는 병에 걸렸다고 한다. 책만 읽어서는 저자가 겪었을 그 고통을 어찌 알겠는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애국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애국자는 바로 이런 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Posted by 소박한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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