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파푸아 뉴기니의 얄리라는 사람이 생태학자인 저자에게 한 마디의 질문을 던진 것으로 시작된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들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 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그렇다. 생각해 보면 정말 이상한 일이다.

왜 백인들은 문명이 발전하여 식민지를 지배하는 삶을 누리고 아프리카나 기타 지역에 있는 흑인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어째서 인류의 발전은 각 대륙에서 다른 속도로 진행되었을까?


현재 세계에 살아남은 6,000여개의 언어들 중 대부분이 사라지기 직전 위기에 처해 있다. 

문명의 경쟁에서 도태된 민족들이 타민족에 의해 흡수되고 사라지니 그들이 쓰는 말도 복속되거나 없어지는 것이다.


왜 그럴까? 

왜 어떤 종족들은 다른 종족들을 정복하고 식민지로 가꾸며 그들의 문화를 전파하는데, 피지배자인 식민지인들은 왜 반대로 하지 못했고 그들의 문화와 언어가 사라지는 슬픔을 겪는가? 모든 인류는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시점부터 동시에 문명의 출발점을 떠나지 않았던가?


얄리의 질문은 이러한 의문을 정곡으로 찌르고 있다.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인류는 아직도 그 이유와 원인을 모르고 있었다.

서로 다른 문명의 의문점과 각 대륙들의 상이한 역사적 궤적의 원인과 이유를 아직도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은 인류가 여전히 역사의 가장 중요한 경향을 모른다는 뜻이고, 곧 인류에게는 아직도 커다란 지식의 공백이 존재했다는 뜻이다.


저자는 이런 의문들에 대해 원인과 해답을 추적한다.

아직까지 이러한 문화사적, 문명사적, 인류사적 발전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역추적하여 얄리의 의문에 결론을 도출해 낸 시도는, 그것도 단 한 사람의 학자에 의해 시도된 적은 내가 알기로는 거의 없다.


계속 가 보자.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동물의 탈을 벗고 고릴라, 침팬치로 출발한 것은 약 700만년 전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그들은 400만 년 전에 직립자세를 갖추고, 250만 년 전에 두뇌가 커졌다. 하지만 여전히 그 때까지도 약 500만 년간을 아프리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100만 년 전에야 비로소 아프리카를 떠나 동남아시아의 자바섬 등으로 이주하기 시작했고, 50만 년 정도가 더 지나서는 유라시아로 이주하였지만 아직도 미주대륙과 호주등에는 인류가 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현세라고 부르는 가장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BC 13,000년 경에야 비로소 미주와 호주 대륙에까지 진출한 인류가 원시적인 촌락을 이루고 그 중 일부지역에서는 가축과 작물을 키우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현재의 문명을 석권하고 있는 민족이나 인종들의 조상들인가?

 

우리가 진정한 인류의 역사로 부르기 시작하는 것은 약 5만 년 전부터이다.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인 크로마뇽인이 나타난 것이다.


그들은 복잡한 도구와 불을 쓰기 시작했다. 골격도 완벽한 현대인의 골격으로 변했다. 간단한 장신구들도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크로마뇽인들은 어떻게 갑자기 이런 발전을 이룰 수 있었을까? 그들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과학자들은 이 시기와 그 전 시기의 문화적, 생물학적 공백을 미싱링크missing link라고 부르고 있다. 잃어버린 고리라는 말이다.


인류학자들은 그 잃어버린 고리 자체를 찾는데 목적을 두는 반면에, 저자는 생태학자로서 고리 자체의 해답보다는, 인류의 문명사적 수수께끼를 푸는 차원에서 이 시기를 <대약진의 시대>라 부르며 간단히 뛰어 넘는다.


대약진의 장소문제에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과연 대약진이 어느 한 지역 어느 한 인류 집단에게서 발생했고 그로 인하여 그들이 팽창하여 세계의 다른 지역에 살던 다른 인류들을 대체하게 되었던 것인가? 아니면 얄리가 던진 문제에 대한 해답은 다른 딴 곳에 있는가?


결론만 이야기하자.


제목이 시사하듯이 유럽인들은 <총,균,쇠>라는 것을 가짐으로써 그것들을 가지지 못한 아메리카인과 폴리네시아인, 아프리카인들을 정복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유럽인들은 "총, 균, 쇠"를 가지게 되었고 다른 민족들은 그것을 가지지 못하였는가라는 마지막 질문이 남는다. 


저자는 그 마지막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하여 대장정의 길로 접어 들었고, 그 연구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얄리의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이하 책을 읽어 보시기 바란다. 

나도 이제 이 책을 막 읽기 시작했으며 본격적인 독후감은 다 읽고 쓰거나 혹은 쓰지 않을 생각이다. 


독후감이란 것이 내용의 베낌이 아니라 독서의 감상이나 느낌을 말하는 것일진대, 이 정도면 독후감은 아니라도 스스로에게 채찍질하는 독서의 동기부여로서는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권의 독서여행을 떠나기에는 더 없이 거창하고 재미있는 주제이지 않은가?


골치아픈 것을 싫어하는 독자는 내키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얄리의 질문에 궁금증을 느끼는 사람들이라면 책을 읽어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뛰어난 학자가 오랜 기간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연구한 결과물을 단 몇 시간의 독서시간을 투자하여 내 것으로 할 수가 있으니 이보다 더 유익하고 경제적인 지적탐구의 즐거움이 어디 있겠는가?


독서 계속~!

Posted by 소박한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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