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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독후감

천명관의 <고래>, 독후 소감

by 소박한 독서가 2018. 10. 18.





제 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이다. 진도를 좀 나가다 보니 리처드 버튼의 아라비안 나이트가 떠 올랐다. 그 정도까지는 물론 아니지만 소설 속에 많은 다채로운 사건들이 등장한다는 뜻이다. 소설 속 이야기는 연속된 시공간 안에서 판타지적이면서도 동시에 현실적인 여러 사건들이 인과관계를 가진 채 한데 버무러져 진행된다. 갈수록 흥미진진에다 결말에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책을 다 읽고 뒷장의 심사위원 평이라는 것을 읽어 봤다. 하나 같이 극찬 일색이다.


기실 나는 문학평론가들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작품 평가를 믿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평가를 경멸하는 편이다. 소설이란 독자가 읽고 감정이입을 하여 감동을 받거나 아니면 색다른 간접 경험을 하거나 영혼에 한 방울의 자양분을 받으면 그 역할을 다한 것이지, 그들은 작품을 굳이 그들만의 정형화된 공식 안에 집어 넣고 그 틀에서 조금이라도 삐져 나오거나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차없이 혹평을 퍼부어 아직 글을 읽지않은 잠재적 독자들까지도 작품에서 등을 돌리게 만드는 존재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평론가들은 작품이 독자에게 끼칠 수 있는 영향력과 가치, 다시 말해 이야기에 동화되어 울고 웃는 공감대 형성이영혼을 울리는 감동 등은 일부러 과소평가하거나 무시한 채 정형화된 공식에만 집착하는 삭막한 집단이란 생각을 아직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평론가들의 칼날을 피하고 작가로서 제대로 대접을 받으려면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순수 문학을 다루어야 하며, 또 그 속에서 인간의 삶을 진지하게 성찰해야 하고, 대학에서 배운 소설의 공식들을 충실히 작품속에 적용시켜야 하며 마지막으로 평론가들과도 두루두루 사이좋게 지내는게 좋다. 이런 조건들을 갖추지 못한 작가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문단에서 무시못할만큼의 힘이 있는 원로 작가의 추천장을 들이밀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그들만의 리그(?) 말석에 앉게 되고 평론가들도 더 이상 함부로 칼질을 휘두르지 않는다.


작가들도 마찬가지다. 어느 유명한 작가가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소설은 작가의 이야기를 담아 내야 한다. 작가 자신의 경험이 녹아있지 않은 소설은 소설이 아니다.> 맞는 말이다. 이왕이면 작가 자신의 체험이 작품 속에 담겨 있으면 이야기는 훨씬 설득력이 더해진다. 하지만 작가의 체험이 담기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은 소설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저 오만함이 평론가들이 가지고 있는 편협한 잣대와 다를게 무엇인가? 기가 차는 주장이다. 소설은 태생부터 허구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 판타지나 SF, 미스터리 장르가 가까운 일본과 비교해도 한숨이 나올 정도로 열악한 이유는 다름 아니라 바로 저런 류의 배타적 시선과 편협한 작품 철학을 가진 일부의 유명 작가들과 평론가들의 권위주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품 속에서 인간의 삶을 진지하게 성찰하지 못하거나 순수 문학이 아니면 일말의 언급도 하지 않는 일부 평론가들과 유명 작가들의 권위적이고 오만한 행태는 순수 문학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여타 장르 문학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고래>는 그 어느 소설보다도 다채로운 이야기 보따리와 함께 3대에 걸친 여주인공들의 비극적 인생사를 잘 담아낸 작품이다. <고래>의 무대는 현실이기도 하고 판타지이기도 하다.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나 복수를 하는 황당한 설정도 있다. 몸무게가 500kg이나 나가는 인간, 코끼리와 대화를 나누는 정신박약아, 수만 마리의 꿀벌을 몰고 다니는 여인... 등등 멀쩡한 인간 세상에서  거의 있을 수 없는 인물들이 등장해 수많은 이야기들을 들려 준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이 소설이 판타지가 아닌 문학이라고 정의하며 문학상을 주었다. 소설 속에 판타지적인 황당한 설정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소설의 주제가 인간의 삶을 처절하게 다뤘다는 이유 때문이다. 일부 심사 위원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소설이라고. 분명히 그렇다. 또한 문학상을 줄려면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기도 하다.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던 사실이지만 천명관 작가는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즉, 정통 문학수업을 받지 못한 작가란 뜻이다. 그런 작가의, 그것도 첫 장편소설에 유명 문학상을 준 심사위원들에게 새삼 놀랐다. 내가 한국 문학을 읽지 않는 동안 그들의 잣대의 지평이 넓어진 것인지 아니면 내가 그동안 평론가들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던 것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여간 나는 앞으로도 최소한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들과 천명관 작가는 좋아할 것 같다. 


이상, <고래>가 심사위원들의 격찬 속에 제 10회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은 작품이라 끄적여 본 말이다.


이하는 간단 소감이다.

책 한 권 안에 이토록 많은 이야기들을 한 줄거리로 담아낸 작가의 내공이 놀랍기만 하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삶들, 절실함, 형언하기 힘든 고통을 겪은 후 마침내 쟁취한 영혼의 해방 등에서 주인공들과 일체가 되는 감동을 느꼈다고 말하고 싶다.


특이한 점 하나, 


읽어보면 알겠지만 <고래>는 시종일관 변사가 낭독하는 듯한 이야기 전개에다 초반에는 군데군데 약간 올드한 화법도 보이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현대 문체로 바뀌어 가는 특이한 작법을 구사하고 있다. 이 정도면 가히 이야기꾼의 달인급이다.


색다른 류의 소설을 읽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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