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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독후감

<일리아스>를 읽고

by 소박한 독서가 2019. 7. 12.


일리아스는 기원전 700년 경에 호메로스에 의해 쓰여진 서양 최초의 서사시이다. 서사시란 운율에 맞춰 스토리텔링을 이어가는 문학의 한 장르인데, 호메로스가 역사상 처음으로 구전으로 전해지던 방식 그대로의 운율에 맞춰 글로써 정리해 놓은 것이 바로 일리아스이다. 따라서 일리아스는 서양 최초의 문학 작품이며 또한 오늘날까지도 서양 최고의 문학작품으로 칭송받고 있을만큼 수준이 높기도 하다.


일리아스는 결코 읽기가 만만한 작품이 아니다. 인내심이 없다면 무려 15,000여 행에 가까운 대작을 온전히 독파해 내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호메로스는 작품 속에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보다도 훨씬 더 많지 않나 싶을 정도로 무수히 많은 이름들을 등장시키는 것도 모자라, 그들의 족보까지 수시로 들먹여가며 독자의 머리를 시도 때도 없이 어지럽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리아스는 널리 알려진 명성에 비해 의외로 온전히 독파한 사람들이 드물다고 알려져 있으며, 오히려 같은 작가가 쓴 오딧세이아가 오히려 훨씬 더 다채롭고 재미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일리아스의 판매량이 호메로스보다도 훨씬 더 많다고 한다. 왜일까?

  

많은 사람들이 같은 작가가 쓴 오딧세이아가 일리아스의 속편인 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리아스를 읽다가 재미가 없으니 속편을(?) 포기한 것이다. 하지만 두 작품은 배경이 완전히 다르고 이야기의 연결도 되지 않는 완전히 별개의 작품임을 알고 있자.


아무튼 어찌어찌하여 힘들여 일리아스를 독파하고 나면 몇 가지 의문이 자연스레 떠오르게 된다.


첫째, 무려 2,700년 전에 쓰여진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문장이 유려하고 아름답다는 것이다. 

둘째, 우리가 현대 문학이라고 부르는 대부분의 작품들에도 전혀 뒤지지 않는 훌륭한 이야기 전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호메로스가 글로써 정리하기 전까지 일리아스는 오로지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져 왔던 이야기일텐데,  옛날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무려 15,000행이 넘는 이 대작을 암송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다.

넷째, 오늘날의 문학은 고대와 비교하여 과연 발전했는가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일리아스는 서양 최초의 詩이자 전쟁문학이다. 전투 장면의 묘사 또한 심장이 약한 사람은 읽기가 힘들 정도로 사실적이다. 나는 일리아스를 읽는 내내 머릿속으로 삼국지를 떠올리곤 했다.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 헥토르, 파리스, 아이네스 등등.... 수많은 영웅들이 격렬한 전쟁터에서 창칼을 맞대고 처절하게 싸우는 장면은 전략적인 묘사가 위주인 삼국지조차 도저히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하고 비쥬얼적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지금으로부터 무려 2,700여년 전에 쓰여진 작품이라는 것이다. 비록 일리아스가 기승전결이 희미하고 결말이 어이없이 끝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오늘날에도 이런 정도의 스케일과 규모를 문학적으로 잘 정리한 작품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쯤에서 궁금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호메로스는 도대체 누구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그리스 역사상 최고의 시성이자 최초의 작가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여러 명의 작가들을 총칭하는 대명사라는 말도 있다. 2700여년 전에 쓰여진 서양 최초의 작품이 처음부터 이렇듯 완벽하게 쓰여질 수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의 첫째이고, 구전 문학의 특성상 일리아스가 입에서 입에서 전해져 오는 동안 그 전달자(구전 문학가들)들에 의해 작품의 완성도와 수준이 금씩 조금씩 개량되었을거라는 것이 그 두 째 이유이다. 따라서 호메로스가 일리아스를 글로써 정리한 것은 그 앞의 이름모를 수많은 구전문학가들이 이미 이룩해 놓은 문학적 완성도를 단지 글로 옮겨 놓은 의미 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호메로스의 '정의'는 일리아스를 글로 정리한 작가를 포함하여 그 앞의 구전 문학가들까지도 포함하는 대명사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아하~ 그렇구나.'

나를 포함한 일반 독자들은 여기까지만 알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더 깊은 논쟁은 학자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작품을 재미있게 읽으면 된다. 


명색이 독후감이니 이쯤에서 일리아스에 대한 나의 독후 소감을 짤막하게 피력해 보자. 책을 다 읽고 난 나의 느낌을 비유하자면? 


앞에 놓인 먹음직스런 케잌의 구석탱이 부분 조금만 베어 먹고 아쉬워 하는 느낌? 하지만 그나마 베어 먹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작품의 큰 줄거리를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독서를 한 것도 도움이 되었지만, 모든 등장인물을 청군, 백군으로 나눠서 종이에 정리해 가며 읽은 것이 의외로 굉장한 재미를 안겨 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작품의 디테일한 부분에서 때때로 그렇게 느꼈다는 것이지, 아직 일리아스 원전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는데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독후 소감 끝!


혹시라도 이 포스팅을 보고난 후, 천병희 교수님의 일리아스 원전 번역판에 도전해 보실 분들을 위하여 내가 작업했던 표를 붙인다. 저작권 문제상 지도는 생략한다. 참고로, 원전 번역판의 뒤에 보면 필요한 모든 지도와 자료가 다 있다. 모든 인물들을 청군/백군으로 나누는 작업은 독서를 해 나가며 각자가 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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