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SF/판타지2019.08.09 10:47



고전을 읽을 때마다 의문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과연 현대 작가의 글쓰기 실력이나 의식 구조가 고대나 중세 시대 작가의 그것보다 수준이 높으냐 하는 것이다.


나의 경험으로 보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이다. 어쩌면 오히려 그 반대일 지도 모른다. 특히 인간성의 본질을 탐구하거나 인생의 의미 등을 다룬 에세이나 철학, 기행문, 소설쪽으로 가면 저자들의 깊고도 진지한 성찰에 놀라게 되고 따라서 그 의문은 더욱 짙어지게 된다.


한 예로, 로마의 위대한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평생에 걸쳐 수많은 전쟁터를 직접 지휘하는 가운데서도 틈틈이 시간을 내어 인간의 본성을 파헤치는 명상록이란 불멸의 저작을 남겼다. 명상록에서 드러나는 황제의 위대한 정신 세계는, 오늘날에도 비슷한 류의 저작을 찾기가 쉽지 않을 만큼 홀로 고고하게 빛을 발하며 인간 본성을 되돌아볼 기회를 많이 던져주고 있다. 前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도 1년에 반드시 두 번은 읽었다는 책이다.

 

추리소설도 마찬가지이다.

1800년대에 쓰여진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현대 작가의 그것보다 재미가 없고 수준도 떨어지리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초기 추리작품들 중에는 뛰어난 스토리텔링에 파격적인 소재의 선택, 천재적인 탐정의 등장과 화려한 수사 기법 등으로 후세의 추리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품들이 많다. 코난 도일이 1887년에 발표한 주홍색 연구가 한 예가 될 수 있겠다. 이 작품이 섹스와 자극적인 문체가 난무하는 현대의 많은 통속적 추리 작품들과 차원을 달리 하는 재미와 문학적 향기를 겸비하고 있다는 것은 나를 포함한 많은 추리팬들이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만하면 됐군.

적당히 길이 늘리기용 글 끝.



이하 간단 독후감 :

재미있다. 결말이 살짝 아쉽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긴장감을 놓치지 않음. 시대 배경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현대에 쓰여진 작품이라고 사기쳐도 될 정도. 책을 읽다 보면 르콕이 마치 홈즈의 젊은 수습 시절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짐. 번역도 불만 없음. 


책을 읽으면 코난 도일이 어떻게 셜록 홈즈를 탄생 시켰는지 그 기원을 알게 되고, 에밀 가보리오 또한 에드거 앨런 포에게 영향을 받았음을 알게 된다. 코난 도일은 그의 작품 속에서 뒤팽과 르콕 둘 다 싸잡아 수준낮은 탐정이라고 비난하는데, 이는 본인이 그들의 영향을 받았다고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고백이다. 재미있는 것은 코난 도일 또한 모리스 르블랑으로부터 <아르센 뤼팽 대 셜록 홈즈>라는 작품으로 도전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독자로서는 즐거운 일이지만 중세에서 현대로 시간이 흐를수록 새롭게 등장하는 탐정들의 수법과 추리 또한 점점 발전하고 정교해지고 있다.

Posted by 소박한 독서가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