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역사/종교2019.09.27 10:36

오래 전부터 두께에 질려 독서를 미루던 <중일전쟁>을 마침내 끝냈다. 비전공자가 쓴 근대의 중국 역사물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의외로 굉장한 역작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의 전공이나 본업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 참고로 이 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선정 2014년 우수 출판 콘텐츠'로 선정된 책이다. 저자의 십여 년에 걸친 오랜 연구 결과가 유감없이 녹아든 책인 만큼 기본은 넘는 양서라는 뜻이고, 역시 기대만큼 읽는 내내 손에서 놓을 수가 없을 만큼 흥미진진했다.


책은 중일전쟁이 왜 일어났는지, 전쟁 발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지를 설명하는 배경부터 시작한다. 장장 18년 동안 중국이라는 바둑판 위에서 벌어지는 양국간의 치열한 전투의 흐름과 묘사가 시종일관 디테일하고 이해하기 쉽게 묘사되어 있다. 일본의 중국 침략부터 그것을 막기 위한 필사적인 중국의 저항의 기록에만 촛점을 맞춘다면 굳이 다른 책을 읽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치밀한 연구와 세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책이다. 특히 간간이 등장하는 지도는 당시의 전황을 시각적으로 일목요연하게 보여 준다. 욕심을 부린다면 전황 지도를 두,세 장으로 세분하여 시간의 흐름순으로 전장의 변화를 보여 줬다면 조금 더 완벽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일본은 제국주의 야욕으로 중국을 침략하여 만주국을 점령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때마침 독일이 유럽에서 2차대전을 일으켜 미국과 영국등 서방이 유럽에 전투력을 집중시키자, 그 틈을 타서 태평양 일대까지 집어 먹겠다는 야욕으로 주변국들을 무차별로 침탈하는 광기를 보여주었는데, 이 책은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당시의 역학 관계 즉, 미국과 일본과의 갈등, 미국과 중국 그리고 서방이 중국과 일본을 보는 시각등을 세심하게 짚어주고 있다.


이 책의 장점에 대해서는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면 출판사가 소개한 글을 참조하면 되니 본 글에서는 굳이 단점을 몇 개 지적해 보기로 하자.


첫째, 본문에 수시로 인용문과 유명인들이 했던 말을 차용하면서도 그 구체적인 출전을 명기하지 않은 것은 옥의 티다. 대신 책 말미에 일어, 중국어, 영어판을 망라한 총 150여 권의 참고서적 목록을 나열해 놓았다. 조금의 수고를 더 기울여 각각 인용문의 출처를 정확하게 명기했더라면 내용의 권위는 한층 올라갔을 것이다. 아무튼 저자는 총 4개 국어를 할 수 있는 언어 능력자인 듯 보인다.


둘째, 인명과 지명을 전부 중국식으로 적어 놓았는데 최소한 한자라도 같이 병기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장개석이 장제스이고, 마오쩌뚱이 모택동, 칭다오가 청도라는 것 정도야 왠만한 독자들도 다 알고 있겠지만 한국인이 어찌 수많은 인물과 지명의 중국식 명칭을 전부 알 수 있을 것인가? 그런 점에서 책은 독자들에게 좀 불친절하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한자 병기 또한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고 그야말로 들쑥날쑥이다. 


셋째, 일본의 침략으로 중국 국민들이 겪은 고충과 그들의 비참한 상황에 대해서는 거의 내용이 전무하며, 장제스의 대일본 투쟁 노력과 그 와중에서 벌어지는 중국 공산당과의 갈등에만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국민들의 시각에서 본 대반격의 동기를 좀 더 보강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중국인의 저항 정신과 복수심이라는 동기부여가 없었다면 총력을 기울인 중국의 대반격은 불가능했으리라 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책은 살짝 2%가 부족한 듯 보인다. 또한 양국간의 전쟁과 태평양 전쟁의 전술, 전략적인 흐름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급격하게 돌아가던 국제 정세에 대한 배경 설명이 다소 미흡한 것도 지적하고 싶다. 물론 구미 열강들의 상황에 대한 설명도 없이 중일전쟁을 완벽하게 묘사할 수는 없으므로, 더도 덜도 말고 딱 이야기를 끌어갈 만큼만 최소한의 설명은 들어가 있다.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더 알 필요가 없는 복잡한 군더더기 설명없이 오히려 더 이해하기 쉬울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불만인 사항이다.


결론 :


2차대전 발발 한참 전인 1920년대 후반부터 시작하여 1945년 일본의 패망후로 끝을 내는 이 책의 내용은 위의 사소한 단점 몇 개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중일전쟁을 다룬 책으로는 보기 드물게 저자의 땀과 노력이 들어간 역작이다. 읽어 보면 알겠지만 그만큼 내용이 충실하다. 덕분에 그동안 잘 몰랐던 중일전쟁에 대한 전모를 알게 되었다. 중일전쟁과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당시의 일본 제국주의의 광기와 그 전말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책.


끝!

Posted by 소박한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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