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와 대학 시절에 감명을 받았던 책들이 몇 권 있다. 

횔더린의 '히페리온'과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 데일 카네기의 몇 권의 책들 그리고 법정 스님의 '무소유'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좋았던 책 한 권을 고르라면 '무소유'이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이미 가진 것에 대해서는 집착을 버리며 살라고 가르치는 '무소유'.

혼탁한 도시 생활에 젖어버린 마음을 정화시키느라 그 책을 한동안 가방에 넣어 다니며 읽고 또 읽었었다.

감수성이 예민하던 시절에 읽었던 책이라 그런지 그 당시에 나랑 같이 그 책에 푹 빠져있던 한 친구는 그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중에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에 진학했다.

 

종교적인 색채를 전혀 풍기지 않으면서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주는 그 책은 김수환 추기경께서 생전에 '무소유만큼은 소유하고 싶다'라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셨다는 이야기도 전하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이제 그 분이 입적하셨다.

생전에 가까이 뵌 적도 없는 분이지만 청소년기에 나에게 끼친 영향을 생각할 때 다시 한번 법정 스님의 글들을 읽고 싶어진다. 내내 휴대하며 다니다 어디선가 잃어버렸던 '무소유' 책을 포함하여 그 분께서 남긴 수필들도 여러권 포함하여...

 

하지만 사이트에 들어가니 전부 절판이다.

'무소유'는 물론이고 스님께서 생전에 쓰신 나머지 책들도 모조리 절판이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법정스님의 책은 어디서도 구할 수가 없다.

말 빚을 남기고 가지 않으시겠다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이제 책을 살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사람들로 하여금 책들을 싹쓰리하게 만든 것 같다.

 

왠지 씁쓸해진다..

'무소유'처럼 좋은 책은 널리 퍼뜨려야 하는 것 아닌가..

왜 당신의 모든 책들을 모조리 절판하라고 하셨는지 정말 모르겠다.

스님의 사후에도 태어나고 태어날 많고 많은 후손들은 이제 그 책을 읽을 수가 없는 것인가..

 

아무리 그 책을 쓰신 저자일지라도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든다.

뱁새가 어찌 황새의 뜻을 짐작이나 하겠냐마는 이것만큼은 스님의 '독선'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한 '무소유'를 더 이상 읽지 못하게 되었다는 생각에 좀 더 일찍 사놓지 못했다는 후회와 함께 아쉬운 마음 금할 수가 없다.

법정스님이 생전에 관리하셨던 모임에서도 절판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하는 뉴스가 나왔다.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스님의 글을 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방법을 강구를 해 보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스님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두루두루 좋은 방향으로 결론이 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종교를 떠나서 다시 한번 그 분의 '무소유' 정신을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아마 많은 분들이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p.s.) 구 블로그에서 옮긴 글입니다.


Posted by 소박한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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