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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한 이야기

평생 50권의 책만 읽자

by 소박한 독서가 2010. 4. 5.



법정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이 출간되었다.

독서를 좋아한 스님이 생전에 애독한 50권의 책들을 정리한 것이다.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독서광으로 알려진 법정스님의 애독서가 왜 50권 밖에 안될까?

 

내친 김에 계산을 해 봤다. 사람은 평생 몇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여기서 읽는다는 것은 설렁설렁 건성으로 읽으며 나중에 아무것도 남지않는 그런 수박 겉핥기식의 독서가 아닌, 책에서 뭔가를 느끼며 깨우치고 공감하는 독서를 말한다.

 

일단 학업에 바쁜 고등학교까지의 독서 생활은 생략하고...

그 이후로도 남자들은 군대도 가야 하고 시간이 많이 뺏기긴 하지만 대략 20세 정도부터 제대로 된 독서를 한다고 가정하여 80세까지 독서 생활을 유지한다고 봤을때 우리에게 주어진 책읽기의 시간은 길어야 60년이다. 해답은 나온다.

 

한 달에 한 권 읽으면 720권.

한 달에 3권을 읽으면 2160권.

한달에 5권을 읽으면 3600권이다 (사람이 일을 하면서 한 달에 5권의 독서 생활을 꾸준히 유지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만큼 힘들다).

결론적으로, 책벌레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가 되어도 기껏 평생 3000권 남짓의 책을 읽을 수 있을 뿐이다.

 

일본의 어느 유명한 소설 작가는 '진정한 독서는 같은 책을 두번째 읽기부터 가능하다'라고 말을 했다.

왜냐하면 책에 있는 이야기의 자초지종, 기승전결을 다 알고 난 다음에 다시 읽을 때야 말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도와 무릎을 치게 되는 복선, 사회적 비유, 숨은 뜻, 주제등이 파악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감하는 말이다. 그리고 소설이 이럴진대 인문으로 넘어오면 말할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책을 두 번씩 읽을 수는 없다.

10%의 양서만 두 번씩 읽는다고 했을 때 책벌레의 독서량은 최대 2700권 이하로 떨어진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평생 600권~1000권 남짓의 책만 읽을 수 있을 뿐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한 달에 1~2권의 책만 읽는다는 것을 상기하자).

 

해답이 나왔다..

스님의 50권은 그냥 50권이 아니라 정말 엄청난 독서량으로 걸러낸 50권이라는 것이다.

최소한 두번 이상의 독서를 하며 애정을 가지고 몇 번이고 읽고 읽었을 책들이 50권이라는 말이다.

검증해 본 나도 놀라운 결과이다..

 

여담이지만, TV 다큐 프로그램 같은 것을 보면 교수들이나 전문가들이 프로그램 중간중간 등장을 하여 분석이나 평을 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재미있는 것은 많은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수 천권의 책들이 빼곡히 들어찬 책 진열장을 배경으로 말을 한다는 것이다.

마치 자신의 지적능력을 과시라도 하는듯이 또한 배경에 보이는 책이 많으면 많을수록 시청자들에게 자기의 말에 대한 권위와 신뢰성이 높아지기라도 하는듯이 그 책들의 양은 얼핏 보기에도 어마어마하다.

여기서 내가 항상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 사람들은 그 책들을 과연 대충이라도 다 읽었을까?

 

책방에 가면 수 만권의 책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마치 나에게 남은 시간이 영원한 것 처럼 이것 저것 다 읽고 싶지만 항상 명심하는 것은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은 평생 최대 2~3천권 밖에 안된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1000권도 못 읽을 지도 모르겠다.

또한 책방에 이미 진열되어 있는 책들 말고도 앞으로 출간될 책들이 얼마든지 있다.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무엇을 읽을 것인가...?

 

지금의 나의 애독서는 과연 몇 권이나 될까?

부끄럽지만 현재로서는 젊은 시절 대 여섯번은 읽었던 '무소유'를 포함하여 4~5개가 전부인 것 같다.

 

나도 스님처럼 50권의 애독서를 가질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결코 녹록한 목표가 아니다..

생전에 법정스님은 두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번 읽을 가치도 없다고 하셨다.

그러니 배울 것이 있고 시간이 증명해 준 양서들 중에서 골라 읽는다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닐 것이다.

그나마 독서 나이가 아직 젊다고 혼자 생각하니 마음가짐이 다시 다잡아지기도 한다.

법정스님처럼 엄청난 독서량에 기대어 50권을 뽑는게 아니라 권 수는 작게 읽더라도 처음부터 검증된 책을 읽는 노력을 해야 할 것 이다. 

 

사람이 늙으면 벗과 책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는 명확해진다.

남은 것은 이제 실천 뿐이다.. 





댓글5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07.15 14:37

    평생에 50권이라 하면 얼마 안되는것 같지만, 어떤 책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달라질것 같아요.^^
    답글

    • 50권의 책을 읽자는게 아니라 50권의 애독서를 가지자는 뜻으로 썼답니다. 그만한 애독서를 가지자면 아마 수 천권의 책을 읽어야 하겠죠^^

  • 예문당 2010.07.15 17:39 신고

    와... 정말 공감이 가네요. 저도 1년에 50권 읽기가 벅찬데요, 이렇게 30년을 더 읽어도, 1500권이군요.
    법정스님께서 엄선하신 50권도 궁금하고, 저도 저만의 목록을 쌓아나가고 싶어요. ^^
    답글

  • 소박한 독서가님을 조른 보람이 있네요!! 감사합니다. ^^

    저도 요즘 비스므리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책 욕심에 자꾸자꾸 사다보니, 쌓이기만 하고
    읽지는 못 하고, 그러면서도 쌓아놓은 책을 보며 스스로 만족해하는 제 모습을 발견했거든요 ^^;;
    "고기는 씹어야 맛, 책은 읽어야 맛"인데, 이 무슨 경우인가 싶었어요.

    일단, 이번 한 해에는 물리적으로 얼마나 읽어내는지도 궁금했기에 얇팍한 책읽기를 하려 하지만,
    내년 책 읽기는 좀 더 욕심내어 꼭 추천하고 싶은 책 딱 한 권 만들기를 도전해보고 싶네요.
    좋은 생각 마음에 담아가요. 감사합니다.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