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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운동

까미노 데 산티아고-3

by 소박한 독서가 2010. 3. 24.


높은 산이라 그런지 4월 중순인데도 날씨는 매우 쌀쌀하다.
오늘은 14km 남짓을 이 산길을 따라 피레네 산맥을 넘어가야 한다.
다행히 날씨는 매우 좋다.



산길 곳곳에 만들어져 있는 화살표.
순례자들이 길을 잃지 않고 성공적으로 여정을 마치길 기원하는 마음이 하트에 담겨있다.



세계각국에서 온 순례자들.
그림자가 길게 지는 이른 아침인데도 20여명의 여행자들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산을 넘어간다.



세 시간쯤 걸었나..뒤를 돌아 찍은 사진.
저기는 프랑스땅..
대관령에서 바라보던 동해바다가 생각난다.
이제 조금만 가면 스페인이다.



떠오르는 태양을 받아 빛나는 운무에 쌓인 피레네.
저 멀리 만년설에 쌓인 봉우리가 보인다.



일단 멋진 전경으로 사진한장 찍고..
뒷모습이 제법 퉁퉁하게 보이는 나.
나중에 귀국하여 병원에 가보고 안 사실이지만 걷는 것이 건강에 이렇게 좋은지 몰랐다.

복부비만과 음주로 인한 심각한 지방간, 약간의 고혈압, 초기당뇨, 고지혈, 기타 등등... 의사가 심각하게 생각할 정도였는데 이 여행을 끝내고 다시 검사받아보니 모두가 다 완치, 정상이 되어 있었다.
비만이었던 몸무게 또한 99.9%의 완벽한 표준체중에 도달해 있었다.

여행을 다녀온 후 종합검사 결과를 받은 날, 의사가 하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남들은 수백만 원을 들여 수 개월간 노력해도 안되는 것을 한 달 동안 즐겁게 여행하며 해 치우셨군요. 저도 환자를 돌보는 의사지만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몸이 두루두루 제법 안 좋습니다.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 참에 휴가를 내서라도 거기 갔다 와야겠습니다. 어떻게 가면 되는지 좀 알려 주세요"


건강이 염려되시는 분들...많이 걸으세요.



윗사진 찍은 곳에서 100m정도 떨어진 곳에 세워져 있는 성모 마리아상.



햇살을 받아 빛나는 피레네의 주봉.
그림같은 정경이다.

원래는 사진 질이 좋은 DSLR을 챙겨올려 했지만 걷다보면 머리카락 하나라도 떼놓고 가고 싶을 정도로 힘이 드니 짐은 되도록 가볍게 하는 것이 좋다라는 충고가 많아 똑딱이만 가져왔는데 이런 순간에 아쉬운 맘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경치에 넋이 빠져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앉은 김에 배낭에서 빵이랑 물을 꺼내 점심을 먹고..



다시 오늘의 목적지를 향하여 발걸음을 뗀다.
외로이 서 있는 이정표.
하얀 반바지에 빨래를 널어 가고있는 분은 프랑스 할머니인데 여행기간 내내 상당히 자주 보던 분이다.



조금 가다보니 순례여행중 죽은 사람의 묘가 보인다.
아마도 이곳 어딘가에서 조난을 당한 사람인 것 같다..
피레네 산맥은 기상이 변화무쌍하여 자칫 악천후라도 만나는 날은 정말 위험하다.
그리고 그럴 땐 무조건 아스팔트 포장이 된 '나폴레옹 로드'로만 걸어야 한다.



이 높은 산에 왠 자전거?
이 분은 부인로부터 3주간의 특별휴가를 얻어 독일의 자기집에서부터 이곳까지 자전거로 오셨단다.
어디까지 갈거냐 물었더니 며칠 더 자전거로 갔다가 다시 왔던 길을 거쳐 집으로 갈 예정이란다.
대단한 열정이다.

나중에 다 나오지만 나로선 상상도 하지못할 별 사람들이 다 있다.
갓 세상에 나온 젖도 안 땐 아기를 유모차에 싣고 까미노길을 순례하던 부부.
독일 함부르크의 집에서부터 산티아고까지 걸어 갔다가 다시 자기 집까지 걸어 간다는 독일 노부부.
소가 끄는 수레에 텐트등 온갖 짐을 다 싣고 머나먼 까미노길을 유유자적 순례하는 사람..등등..
(아마 가는데만 1년은 걸리지 않을까 싶었다.ㅋㅋㅋ)



자전거를 보내고 그 자리에서 찍은 사진.



며칠 있으면 5월이건만 피레네에는 아직도 눈이 많다.
앞에 고분같이 생긴 봉우리가 신기하다.


몇시간을 갔는지 모르겠다. 정말 가도가도 끝이 없다.
저 모퉁이만 돌면 내리막이겠지 생각하고 힘을 내지만 돌아보면 또 다른 모퉁이만 나온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론체스발레스 표지판이 나온다.



참고로 낙농국가라 그런지 스페인 사람들은 덩치가 큰 개들을 많이 키운다.
대부분 줄도 묶지 않고 놓아 기르는데 길에서 만나면 위압감을 느낄 정도의 덩치큰 개들도 상당히 많다.
생장에서 여권을 발급받으면 주의사항이 적힌 종이쪽지를 나눠 주는데 거기에 보면 이렇게 적혀있다.
"사나운 개를 만나면 침착히 행동하시오"
뭘 침착하게 하라는건지...?

아무튼 스틱은 꼭 가지고 가는게 좋다.
이런 산길을 걸을때 도움도 되거니와 유사시에는 무기도 되니깐..^^
(하지만 개에 물렸다는 사람은 1명도 못봤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 숱하게 보게 될 표지.
저 노란 화살표와 조개는 하루에도 수백번씩 이 순례여행이 끝날 때까지 보게 된다.



푸른 하늘과 초원 그리고 하얀 눈밭...



여행객이 지도를 꺼내들고 자신이 어디쯤 와 있는지 보고 있다.

가서 안 사실이지만 독일이나 프랑스 여행객들은 자기나라 말로 된 훌륭한 안내책자들을 출발전에 구입하여 온다. 반면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프린트한 지도나 부실한 안내책자 (그것도 한글판은 없다)만 가지고 있다.

한국의 어느 까미노 카페에서 오프라인 모임에 출판사 관계자를 초빙하여 까미노 안내책자 번역 출판을 건의했지만 아직은 까미노 여행자가 극소수라 수지타산이 안맞아 1-2년 뒤에나 다시 생각해 보자라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애석한 일이다.



악천후를 대비하여 만들어 놓은 대피처.
내부는 선사 시대의 동굴이랑 똑 같다^^



걷고걸어 드디어 스페인 국경이다.
사진을 찍는다고 여념없는 여행객들.



'나바라'州 표시이다.
프랑스에서 건너가면 처음 만나는 州이다.
이제는 스페인 땅.^^



갑자기 경치가 확 바뀐다.
피레네에는 수 십가지의 경치가 있다더니 정말 그렇다.
눈, 초원, 들판, 봉우리들, 고목, 숲, 진흙탕길..등등



이런 숲 길을 세 시간쯤 내려 간 것 같다.



여행의 좋은 점은 친구를 만나는 것이다.
나이와 국적을 떠나 같은 목표를 향해 걸어가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이다.

다리쉼을 하던 프랑스 할머니가 우리 먹으라고 초콜렛을 준다.
일행이 없느냐 물어보니 이 분도 혼자 오셨단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60세만 넘으면 경로석 찾아다니기 바쁜데 유럽의 노인들은 칠,팔십세에도 이렇게 여행을 하신다. 그러니 다리가 저렇게 튼튼하시지..우리나라 노인분들이 배워야 할 점~

체력도 굉장히 좋으셔서 우리 일행이랑 거의 400km 정도 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갔다.
하지만 중간에 포기 하셨는지 아니면 힘들어 점프를 하셨는지 그 이후부터는 행방불명^^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론체스발레스의 성당 숙소가 보인다.
까미노 3대 난코스중의 하나라는 피레네 코스를 무사히 마쳐서인지 갑자기 긴장이 확 풀린다.
발바닥은 불이 난 지 옛날이고...



배낭여행의 귀차니즘중의 하나가 빨래다.
유료세탁기가 있는 숙소도 있지만 (보통 세탁-건조까지 1회 사용에 5유로 정도 한다) 비싸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화장실 수도꼭지에서 줄서서 빨래를 한다.

 

숙소인 알베르게 전경. 180bed를 갖춘 대형 알베르게이다.
여정중에 만나는 대부분의 알베르게는 20~30 bed 정도이고 목적지인 산티아고에나 다 가야 이 정도 규모의 알베르게를 다시 만날 수 있다.



대부분의 알베르게는 2층 침대로 되어있고 선착순으로 마음에 드는 자리를 골라 자면 된다.
늦게 도착하면 당근 문 옆이나 오르내리기 불편한 2층밖에 자리가 없다.



숙소인 알베르게 건물.



짐을 풀고 빨래도 해서 널어놓고..
성당안의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일명 순례자 메뉴.
보통 9~10유로 정도 하는데 메뉴는 수프에 빵, 그리고 와인과 주메뉴인 생선이나 고기 한덩어리를 준다.



불쌍하게 생긴 이것이 메인이다.ㅋㅋ
한국 사람의 주식인 밥이 없어 아쉽긴 하지만 하루종일 걷고나면 이 정도의 음식이라도 꿀맛이다.



여기 론체스발레스는 스페인에서 시작하는 까미노 여정의 출발지.
그래서 매일저녁 7시가 되면 앞으로의 긴 여정을 무사히 마치게 해 달라는 천주교식 미사가 열린다.
물론 모든 여행자들은 참석할 수 있다.



앞날의 무사여정을 기원하는 미사.



그리고 피곤했던 몸을 누이고 잠을 자면 하루의 일정은 끝..
나도 전체 여정의 1/40을 마친 날이다^^.





교회첨탑 오른쪽으로 새벽별 금성이 빛나고 있다. 
다음날, 해도 뜨기 전의 새벽.
사람들은 거진 반 이상이 이미 배낭을 챙겨 길을 떠났다.

전날 피곤했던 강행군의 후유증으로 눈은 안 떠지지만 사람들의 짐꾸리는 부스럭 소리에 도저히 잠을잘 수가 없어 우리도 기상하여 6시경 출발.



이곳은 Burguete라는 마을.
헤밍웨이가 집필한다고 몇년 살다 간 마을이라고 한다.



마을 한가운데 있는 카페에서 



크로와상 한 개에 커피한잔, 그리고 야구르트 하나로 아침식사를 한다.



이제부터가 진정한 의미의 까미노 여정의 출발이다.
오늘은 zubiri라는 마을까지 27.7km를 걸어야 한다.
어제의 18km와 더하면 이틀만에 45km를 넘는 여정을 걸어가는 것이다.
800km에 달하는 여정을 40일만에 끝낼려면 하루에 평균 20km씩은 반드시 걸어야 한다.
하지만 비가 오거나 폭염이 내리쬐는 날을 대비하여 매일매일 조금씩은 더 걸어 두는게 좋다.



까미노 길은 거의 70%가 이런 산길이나 흙길, 작은 돌맹이로 가득한 비포장이다.
나무를 스치는 바람소리와 시끄러울 정도의 새소리는 여정 내내 눈을 뜨면 잘 때까지 싫도록 듣는다.



수 km마다 한번씩 나타나는 이런 작은 시골마을도 거의 360개 이상 지나야 산티아고에 다다른다.



얼마나 걸었는지...
동원이가 찍어준 걸어가는 나의 뒷모습 





 개인 소유의 목장을 지나간다.
우리나라 제주올래에도 이런 곳이 있다고 하는데 순례자들의 편의를 위하여 개인이 소유한 땅을 지나가게 만들어 준 이런 곳을 지나갈 때는 반드시 문단속을 잘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방목하는 소나 양들이 열린 문으로 나가기 때문...



목장길을 지나며 찍은 스페인의 시골풍경. 



길에서 만난 외국 순례자들.
귀엽게 조개목걸이를 한 부부다^^.

까미노 길을 걷다보면 많은 순례객들을 만나는데 불문율인 에티켓이 있다.
즉, 지나칠땐 '올라~' 하고 스페인 말로 인사를 하고 가는 것이다. 올라는 영어의 hello다.
그렇게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올라 하면서 다니다 보면 발걸음 속도가 비슷한 사람들은 몇번 안가서 다 친구가 된다.

그리고 이 곳은 관광코스가 아니라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거나 종교적인 이유로 걷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밤에도 과음한다거나 고성방가등 눈쌀 찌푸리게 하는 순례자들은 거의 없다.

낮이건 밤이건 길에서 친구가 된 사람들끼리 조용조용 먹고 마시며 필요할땐 상대방을 도와주고 배려해 주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제주올레에서도 정착되어야 할 여행예절이 아닌가 싶다.



저 곳이 우리가 오늘 묵을 zubiri다.

(계속..)

* 2009.08.23-24 구 블로그에 포스팅한 것 이곳으로 이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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