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념으로 길을 가는 것도 좋지만 가끔 이렇게 사진을 찍으며 가는 것도 지루함을 덜어 준다.

바람이 불면 풀밭의 냄새가 코를 스치고 귀를 기울이면 어디서나 새들이 노래하는 소리가 들리는 곳.

밀밭 너머로 보이는 교회 종탑..발바닥이야 아프건 말건 어쨌거나 오늘도 무사히 목적지에 왔다~~~^^

 

우리 숙소이다.

저곳은 공립 알베르게로서 공동 식사를 하며 아무리 많은 여행객이라도 다 재워 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왠만한 공립 알베르게는 인원수에 상관없이 거의 다 재워준다. 방이 모자라면 지붕딸린 마당에서라도 재워주니 크게 걱정할 일은 없다) 

숙박비는 기부제..공립 알베르게의 공식요금이 3유로이니 이곳 저녁/아침밥까지 주는 기부형 알베르게에서도 보통 1인당 5유로 정도만 내면 된다. 간혹 가다 외국인들중에 돈을 아낀다고 그러는지 뺀질거리며 안내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그래도 뭐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만난 한국인들 중에는 다행히 그런 사람을 못봤다.ㅎ


마을의 Bar입구에 걸려있는 산티아고까지 559.8km라는 팻말.

수도원 안의 숙소.

제일 앞의 푸른 침낭이 내 자리이다.

까미노 길에선 이렇게 남녀 구분없이 한자리에서 다같이 자다보니 처음엔 젊은 여자들이 (특히 한국여자들) 불편해 하지만 일주일만 지나면 적응이 되어 나중에는 남녀노소 구분없이 사람들 앞에서 훌렁훌렁 옷도 잘 갈아 입는다.ㅎㅎ  


여행객들을 위한 식사준비.

나도 팔을 걷어 부쳤다^^


오늘은 공동 식사라 이렇게 여행객들이 자발적으로 식사준비를 한다.

그렇게 하루밤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 출발 전, 신부님이 나를 불러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하신다.

어제 식사준비를 열성적으로 도와줘 너무 고마웠다며 어깨를 안고 각자의 카메라로 기념사진 한장.

그리곤 나보고 한국 돌아가면 성당에 다니라며 성모 마리아 목걸이도 하나 선물해 주셨다.


수도원에서 묵는 것은 규칙이 있다.

숙박비는 자율적 기부금제이며, 침대대신 매트리스에서 자고 공동식사를 하며 요리를 하던지 설겆이를 하던지 도와 주어야 하며 식사전에는 간단하게 천주교식 미사를 한다. 

하지만 외국인들중에는 앞의 사진에서 보이듯이 남들이 준비한 식사만 와구와구 먹고는 벽난로 앞에 죽치고 앉아 자기들끼리 시끄럽게 떠들며 뭔가를 토론하는 뺀질이족들도 꽤 많다. 

 

아무튼 전날 Granon에서의 기분좋은 하루밤을 지내고 다음날 해가 뜨자마자 출발.

5.8km를 걸어가니 나오는 마을이다.

여기서부터는 Burgos州다.


인구 85명의 마을에 있는 교회.

수백년이라는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있다.


다시 2.2km를 가면 나오는 Viloria마을.

보이는게 전부인 평범한 마을이지만 그래도 알베르게 숙소는 있다.


다시만난 이정표.

이상하다..어젠가 그젠가 본 이정표에서도 분명히 559.8km 남았다고 되어 있었는데...이틀간 제자리만 맴돌았나?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까미노길의 이정표는 프랑스 국경 기점으로 산티아고까지의 800km를 일관되게 측정하여 

만들어 놓은 이정표가 없고 대부분 각각의 마을이나 개인이 이런 것을 만들어 놓기 때문에 대~충 믿으면 된단다. 

헛헛..나원참...김 빠지네... 

어쨌거나 600km가 안 남은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니 힘내자~~!!!


날씨는 흐리고..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오른쪽은 산티아고까지 가는 고속도로.

차를 타고 저 길로 달리면 6시간 정도면 도착할텐데 우리는 이 길을 걸어서 간다.


우리나라 찜질방 좋아하는 분들이 보면 황토방 만들어라고 아우성칠 황토길이다.ㅎㅎ 

까미노에는 유명한 수도원 숙소가 2개가 있는데 바로 어제 잔 Granon이라는 마을과 Tosantos라는 이 마을이다. 토산토스의 수도원 숙소는 절벽안의 동굴에 있다. 언덕 벽에 구멍뚫린 저 곳.

 토산토스. 오늘의 목적지.

 인구 57명의 이 마을의 볼거리는 당연히 동굴교회이다. 

 순례자들이 산티아고까지 걸으며 그 순례의 여정을 기록한 고문서가 1084년에 발견이 되었는데 거기에도 이 

 마을에 대해서 비중있게 적혀있다고 하니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마을인 모양...


입구가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갔을때는 아쉽게도 수리중..

두어달간 임시폐쇄중이었다. 쌍뿔따하~~ㅠㅠ

할수없이 마을의 다른 알베르게 숙소를 찾고... 


식사전 터키에서 온 챠르 부부랑 차 한잔 마시며 담소하고 있다.

 정말 부부가 다 젠틀하고 멋쟁이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공동식사를 한다.

 준비과정은 다 빼고...사진은 식사전의 간단한 미사시간.

 제일 앞의 은발 할머니는 우리랑 같이 피레네 산맥을 넘어온 분인데 정말 잘 걸으신다.

 하루 20km 걷는 것도 모자라 숙소에 가면 꼭 마을 한바퀴씩 돌고 오신다.ㅋㅋ


 다음날, 화창한 햇빛을 받으며 다시 걷고... 

 토산토스 바로 위의 마을.

 인구 67명에 17세기에 지어진 성당이 하나 있다. 


 인구 42명의 작은 마을.

 이 마을의 특징은 나무로 지은 전통가옥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집들이다.


 이제 북부 스페인 대륙의 중앙으로 점점 나아가기 시작하니 산들은 완만해지고 평원들이 슬슬 보이기 시작한

 다. 대도시인 부르고스를 지나면 거의 열흘간 200KM 정도를 평지만 걸어야 하는데 낮이면 뜨거운 햇살과 

 아픈 발을 쉬어갈 그늘 도 하나 없다고 워낙 악명이 놓아서 많은 사람들이 Jump를 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소리를 들으면 나는 투지가 더욱 활활 불탄다.

 돈과 시간들여 머나먼 한국에서 스페인까지 또, 피레네 산맥도 걸어서 넘고 이곳까지도 고생하며 걸어서 왔

 는데 이제와서 버스타고 건너뛰어 버리면 지금까지의 고생한게 무슨 의미가 있으랴 싶다..

 

 목적지인 산티아고까지 걸어서 완주하지 못하면 내 한국에 돌아가지 않으리라고 다시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ㅋㅋ


 오잉~!

 가다보니 대문만 남아있는 웬 폐허??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아무도 모르고...지금도 수수께끼.


드디어 부르고스州에 입성.

 산을 넘어가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고 이제 당분간은 평지만 걸어야 한다. 

 앞의 배불뚝이 산이 시야를 가로막아 전망도 없는 곳에 왠 안내판? 


 동양식 지붕이 있는 곳에 안내판이 있다.

 오르테가까지 10.8km, 부르고스까지 34.8km 그리고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526km정도 남았

 다.


여기가 산의 정상이었던 것 같다.

1936이라는 숫자는 산의 높이가 아니라 그때 만들어진 무덤이라는 말이겠지? 

무식한 사람들끼리 설왕설래 하다가 포기~ㅋㅋ


이정표 옆에서~ 

오르테가 마을.

인구는 28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이지만 야곱의 가르침을 이어받은 성인 오르테가가 만든 마을이라 그 역사성은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는 마을이다. 


저기는 오늘의 목적지로 잡았던 아게스라는 마을이다.

하지만 우리는 방이 없어서 저기서 잠을 못자고 3KM를 더 걸어가서 쉬었다.

이 마을이 붐비는 이유는 여기서 조금만 가면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받은 선사시대 대규모 유적지인 아타푸에르카가 있기 때문이다.


아게스 입구.

인구는 28명에 불과한 정말 작은 마을이지만 1052년에 지금의 나바라州의 왕이었던 가르시아 왕에 의해 산타마리아에게 헌정된 유서깊은 마을이다.


 드디어 아타푸에르카에 도착.

 2000년에 일찌감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선사시대 중요 유적지가 있는 곳이다.

 하지만 유적지는 이곳에서 옆으로 또 한참을 가야 한다. 말 그대로 여기는 입구~

 나중에 숙소 주인에게 물어보니 그나마 진짜 유적지는 못 들어가고 옆의 조그만 박물관(겸 기념품 가게)에 가서 구경할 수 있을 뿐이란다.  이런...입구에 간판은 왜 걸어 놓은거야?

 상의끝에 가봐야 별로 볼게 없을게 확실하니 구경은 포기~

 하지만 스페인에는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벽화로 유명한 알타미르 동굴도 있다.

 

 말 나온김에 스페인의 선사시대 유적 이야기 하나만 하고 가자....

 알타미르 동굴은 천정에 그려진, 현대의 인상파 화가들도 울고갈 만큼 정교하게 그려진 동물군 무리들의 칼

 라그림으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하지만 17세기에 발견된 그 그림들은 이후 약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당시 주류를 형성하고 있던 프랑스의 이기적인 학자들에 의해 철저하게 사기극으로 치부되어 최초 발견

 자는 그것때문에 화병으로(?) 죽고 만다. 이유는 최초 발견자가 스페인인이며 둘째 그 장소가 스페인에 있었

 기 때문이라는 것이 널리 퍼진 소문이다. 당시만 해도 선사시대의 동굴벽화는 모두 프랑스에서만 발견되어야

 한다는듯이 세계동굴벽화계를 주름잡고 있던 학자들은 전부 프랑스인들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규장각 도서도 훔쳐 가서는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며 일개 도서관 직원들까지도 반납하면 안된다고

 울고불고 사표내고 난리치는 이상한 나라 프랑스..남의 것을 자기네거라고 우기는거는 일본과 또 같다.

 

 어쨌거나..저 사진을 보고 우리 일행들이 동원이 닮았다고 놀리며 웃은 기억이 난다^^


먼 옛날, 원시인들이 세운 돌기둥. 

말은 몰라도 밑의 그림이 다 설명해 준다. 

저기 EL PEREGRINO라고 적힌 곳이 우리가 목표한 숙소였다.

사설 숙소라 수영장도 있고 잔디밭도 있는 안락한(?) 곳이라는 소문이 있어서 일찌감치 찜했는데 아쉽게도 벌서 만원이란다. 할 수없이 3km 떨어진 OLMOS 마을까지 다시 걸어서 이동.. 


 OLMOS 마을.

 저건 원시인들이 쓰던 돈인가..?

 산티아고까지 518km 간판이 보인다.

 점점 줄어드는 이정표만 보면 힘이 난다.ㅎㅎ


이런 작은 마을에도 어김없이 성당은 있다.


 마을의 어느 집 벽에 있던 재미있는 그림.

 여행객의 고행을 적절히 표현한 것 같다. 


 이제 오늘은 BURGOS에 입성하는 날이다.

 저기 지평선에 희미하게 점점이 보이는 것들이 부르고스의 건물들이다.

 저 곳에 도착하면 우리는 전체 여정의 1/3을 마치게 된다.

 아자~!!

 

 그렇다고 저기가 가까운 곳은 아니다.

 눈에 빤히 보이는 곳이라도 10-20km 정도는 족히 떨어져 있어서 마치 사막의 신기루를 잡는 것 같이 끝 없이

 걸어야 한다.


한참을 가다보니 Bar 2km라는 간판이 있다.

발도 아프니 커피나 한잔 마시며 쉴 생각에 힘을 내지만...


 아니나다를까...저 곳이 카페다.

 황당한 것을 하도 많이 보다보니 이젠 웃음도 안 나온다^^

 그나마 아직 문도 안 열었다. 이런...


무사 순례를 기원하는 십자가 탑.

 이제 도시 외곽이 흐릿하나마 눈에 들어온다.

(계속~)

Posted by 소박한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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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익명 2019.09.22 14: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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