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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여행46

걷기 예찬 회사를 그만둔 지 이제 4년이 훌쩍 넘었다. 세월이 정말 빠르다는 것을 느낀다. 나는 그동안 뭘하며 지냈을까... 여러가지 소소한 것들이 있지만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은 1만km 걷기 운동이다. 스페인의 까미노 순례길을 다녀오며 기록을 시작한 것이 이제는 어느덧 일상의 생활 걸음을 빼고도 누적거리 2,300km를 기록했다. 덕분에 좋아하던 등산 횟수가 팍 줄긴 했다. 걷기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퇴직 전에 어느 신문에 난 일본의 걷기 동호회 기사였다. 전국에 걸쳐 수만 명에 달하는 회원들은 가입후 평생 1만 km 걷기운동을 실천하며, 매달 모임에서 한 달간 걸은 기록과 추천 코스들을 서로 얘기하고, 1000km 단위로 중간목표를 설정하여 그것을 달성한 회원들끼리 자체적으로 조촐한 축하 행사도 하는 모.. 2013. 6. 15.
여행을 떠나며... 길을 떠나자. 가슴에는 깨끗한 공기를 귀에는 맑은 새소리와 출렁이는 파도소리를 눈에는 갓 피어난 자연을 담으러. 햇살이 뜨거우면 모자를 쓰고 비가 오면 우비를 받쳐 입고 배낭이 무거우면 발 쉼을 하면서 바람이 부는대로 정처없이 움직여 보자. 이름모를 시골의 할머니집 정원에 앉아 빛나는 별바다를 환희에 차서 바라보던 기억. 여행 중간 문득문득 떠오르는 인생의 허무함과 외로움. 그 의미에 대한 생각들. 진정한 여행만이 던져줄 수 있는 이런 느낌들에 다시 빠져 보자. 목적지도 돌아올 예정도 없이 눈뜨면 길을 걷고 해지면 숙소에 찾아드는 걷다 보면 조금씩 인생이 깨달아지는, 나만의 소중한 길을 떠나자. - 여행을 떠나며... 2013. 5. 14.
비오는 날의 잡담 지겹게도 비가 온다. 온 여름 내내 물폭탄도 모자라서 마무리까지 아주 확실히 지을 모양이다. 습기찬 공기에 몸이 끈적거리다 보니 매사에 의욕 또한 시들해진다. 블로그를 게을리 한 지도 어느듯 8개월이 되었다. 시작할 때는 열정적으로 덤볐으나 한번 손을 놓으니 이미 여유로움의 맛을 알아버려 다시금 자판을 두드리기가 쉽지 않다.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합리화를 시키는 재주가 있으니, 나 또한 블로그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나만의 욕구를 표출하는 곳이니 아무런 문제될 것이 없다고 스스로 변명하며, 마음이 내킬 때까지 내버려 둘 생각이다. 장인어른의 병환으로 연초부터 한달이 멀다하고 부산을 들락거리다 보니 독서도 많이 밀렸다. 강준만의 은 한 질을 들여놓고 아직 손도 못대고 있고, 느긋하게 세.. 2011. 8. 17.
나에게 '무소유'의 의미란 이제 보름남짓 있으면 법정스님의 책들이 전부 절판이 된다. 온라인 서점에 가 보니 이미 품절이 된 책도 있고 재고가 남아 할인 세일하는 책들도 있었다. 어쨌거나 며칠 있으면 그마저도 전부 사라져 버릴 예정이다. 젊은 시절,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불교신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큰 감명을 받아 주위 친구들에게도 여러 권 선물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의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자 얼마전 책을 다시 읽었다. 청소년기에 받았던 감동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가슴을 울리는 메세지가 있다. 되돌아 보면 나의 인생은 '무소유'와 '성경', 이 두 권에 많은 영향을 받으며 살아왔던 것 같다. 감수성이 한창이던 시절에 불교책을 열심히 탐독하다가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성경을 읽으며 참다운 인생의 목적에 대해서 진지.. 2010. 12. 13.
여행지에서 나를 감동시킨 사건들 올레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낯선 여행자에게 도움을 주신 서귀포 경찰에 대해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사연은 이렇다. 서귀포 시의 대로에서 어디로 가야할 지를 몰라 지도를 들고 한참을 헤매노라니 옆에서 짤막한 경적소리가 났다. 경찰차가 옆에 서는가 싶더니 그 안의 경찰 아저씨가 창 밖으로 우리를 보면서 뭘 도와 드릴까요 하시는게 아닌가. 이런 고마울데가...ㅠㅠ 지나가던 경찰차가 배낭맨 세 사람이 보도 한 가운데서 지도들고 띵~하니 짱구굴리고 있는 것을 보고 도움의 손길을 뻗친 것이다. 지도를 펼쳐들고 우리가 목적지로 삼은 숙소위치를 물으니 대뜸 뒷좌석에 타라신다. 덕분에 5분만에 도착한 XX모텔. 우리를 내려주고 멀어지는 경찰차를 향해 손을 흔드는 동안, 평소 경찰에 대해 가지고 있던 불신감 또한 가.. 2010. 11. 7.
산책과 독서의 즐거움 나는 남산 산책로를 좋아한다. 한 낮의 뜨거움이 가시기 시작하는 늦은 오후가 되면 책 한 권 들고 그 곳을 찾아 간다. 도심에서 보기 힘든 우거진 숲과 나무들이 만들어 내는 청량한 그늘과 공기가 무엇보다 좋아서이다. 나를 반기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에 눈길로 인사를 보내며 미소지을 때 그들 역시 나를 환영하는 진한 향기를 보내 준다. 그런 이유로 사흘을 안보면 그리운 친구들처럼 그들과의 이별 역시 왠만하면 이틀을 넘기지 않는다. 요즘 그 곳 길옆에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이쁜 개울이 하나 생겼다. 물가에 심어 놓은 온갖 종류의 화초들이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는 모습을 보는 것은 새롭게 생긴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나무 위에는 새들이 지저귀고 밑에서는 개울이 졸졸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 2010. 7. 25.
까미노 데 산티아고-22 (마지막 회) 이번 회가 마지막이다. 까미노길은 다 걸었고 이제는 집에 가는 일만 남아 오늘은 짤막하게 끝낸다. 밤새 9시간을 달려 아침에 도착한 곳이 이곳 마드리드. 우리는 밤 비행기로 한달 반 동안 떠나 있었던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마드리드 기차역. 시간은 많고 할 일은 별로 없으니 슬슬 걸어서 도착한 곳이 이곳 소피아 미술관이다. 소피아 미술관 전경. 아침 이른 시간이라 아직 문을 안 열었다. 스체인의 유명한 하몽 판매소. 고기를 약간 삭힌듯이 말려 빵 사이에 넣어 먹는 것인데 스페인 사람들이 즐겨 먹는 것이다. 어차피 할 일도 없으니 슬슬 걸어서 시내를 구경한다. 백화점을 찾아 가는 길. 마드리드의 명동이다. 이곳에 도시에서 제일 큰 마트가 있다. 아이쇼핑을 마치고 들른 곳이 이곳 왕궁. 저 앞의 길다란 줄.. 2010. 7. 21.
까미노 데 산티아고-21 (여행의 의미) 까미노를 걷는다는 것은 고독함의 극치다. 일행이 있어도 발걸음이 서로 다르니 걷는 동안에는 결국은 혼자의 길이 된다. 걸으며 문득문득 떠오르는 나의 부끄러운 과거들은 반성의 순간이 되고 또한 미래의 각오를 다져주는 성찰의 시간이 된다. 일단 접어들면 가야만 하는 길. 돌아서고 싶어도 돌아갈 곳이 없는 길. 그 순간만큼은 걷는 것 이외에 세상의 어떤 일도 중요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여행중 만나게 되는 수 많은 난관들도 여행자에게는 단지 거쳐야 하는 하나의 과정일 뿐. 이겨 나가면 고난에 승리하는 것이요, 지게 되면 패배자의 나약한 의지의 한계를 드러낼 뿐이다. 그래서 까미노는 솔직히 지금도 두렵다.. 언젠가 나의 마음이 그 고난의 길에서 다시 한번 그 달콤했던 승리의 기분을 맛보라고 유혹할까 싶어서... .. 2010. 7. 14.
까미노 데 산티아고-20 (완주증을 받다!) 까미노를 완주하고 받은 완주증이다. 단순히 증서 하나에 불과한 것이지만 까미노 풀코스를 완주하고 받았다는 의미에서 나에게는 남다른 증서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4월 22일 부터 6월 1일까지의 총 41일간의 여정. 프랑스 서부의 생장 피디포트에서부터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의 800km. 나폴레옹이 넘은 길을 따라 피레네 산맥 종단. 폭우속의 강행군 연속 3일. 찜통속의 메세타 대평원을 주파하는데 9일. 한국에서 가져간 신신파스 5곽 소비. 닳고 헤어져 버린 등산양말 3 켤레. 그리고..발바닥과 발가락에 생긴 물집 10여개. 이 모든 것의 영광스런 결과물인 것이다. 덕분에 얻은 것도 많았다. 건강검진에서 지적받았던 지방간, 약간의 고혈압과 비만이 완전히 사라졌다. 또한 하지정맥의 증세도 .. 2010. 7. 8.
까미노 데 산티아고-19 갈리시아 지방의 특산물인 '뿔뽀'다. 고추가루와 소금을 친 문어요리인데 까미노 여행자들은 반드시 맛을 봐야하는 필수 음식. 맛? 매우 담백하고 맛있음.. 드디어 D-2일째. 페드루조라는 마을에서 묵기로 한다. 갈리시아 지방의 상징물인 토끼 순례자.ㅋㅋ D-1. 이 날이 걷기 시작한 지 40일째였나..드디어 산티아고 경계에 도달했다. 여기서부터 목적지인 산티아고 대성당까지는 이제 20km 남짓 남았다. 빨래도 제대로 못하니 바지는 이미 걸레가 되어 있고... 스페인 올 때 80kg이나 나가던 몸무게도 이 때는 70kg로 빠져 있었다. 40일간 10kg의 감량이라....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분들, 까미노를 떠나세요~~ 먹고 싶은 것 실컷 먹고도 완주만 하신다면 다이어트 100% 성공 보장합니다. 고난의 행.. 2010.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