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부르고스에 입성.

 약 보름 정도에 걸친 고난의 도보여행 끝에 도착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부르고스 대성당.

외관이야 수많은 보수를 거쳐 왔지만 어쨌거나 10세기에 지어져 1000년의 세월을 견뎌온 곳이다.

저 안에는 수많은 성인들의 무덤을 비롯하여 보물들이 즐비하다.  


노천카페에서 바라본 전경. 

뒷모습이다.

1060년에 지어졌다는 말..
무려 천년의 역사를 지닌 성당이라 그 역사적 고고학적 종교적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가 없다. 
말 그대로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

대주교정도 되는 분들의 무덤인가...
대리석으로 정교하게 조각..
성당안에는 이런 무덤들이 수 십~수 백개가 있는데 하도 많아서 기억도 안단다.

내부 사진들.

성당 박물관 내부.
온갖 종류의 금은 십자가들..

성당 구경을 마치고 숙소에서 잠시 쉬며.. 

다음날 우리는 다시 길을 떠난다.

30분 정도 걷다가 길을 건너려 횡단보도에 서 있으니 어디선가 누가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신호대기중인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민 할머니가 우리 일행에게 손을 좌우로 흔들면서 "부

엔 까미노~~!! 부엔 까미노~~!! " 하시면서 소리를 막 외치고 계시는게 아닌가?

덩달아 출근하느라 같이 횡단보도에 서 있던 사람들까지 우리를 보고 미소를 띄면서 엄지 손가락을 치겨 들

었다. 하긴 머나먼 동양에서 온 사람들이 까미노를 걷고 있으니 기특하고 신기하기도 하였으리라~ㅎ

왠지 쑥 쓰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여 모두에게 한국식으로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드리고...

"부엔 까미노"란 영어로 Good Journey쯤 되는데 즐겁고 무사한 여행을 바란다는 뜻이다.

 

 길 위의 십자가 표석.

 우리나라 같으면 일찌감치 파내어 어디론가 이동하고 깔끔하게 보도블럭을 깔아 놓았겠지...

 이 나라는 (내가 가본 다른 나라들도 거의 그렇지만) 조상들의 유적은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함부로 손대는

 법이 없다. 그저 있는 자리에서 최대한 원형을 보존하고 사람들이 손대지 않게끔 계도하고 무너지지 않게 관리할 뿐이다.

우리나라 문화재관리 관계자 분들, 이게 역사입니다. 좀 배우시길~


 드디어 악명놓은 고난의 메세타 평원으로 들어가기 전의 마지막 마을.

 이제 메세타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보리밭과 밀밭밖에 없는 본격적인 메세타의 풍경은 앞으로 이틀 정도 더 가야 나올 것이다.

 한 낮의 기온이 40도를 오르내리며 그늘도 물도 카페도 없다는 200km 구간의 그 곳을 여름에 지나는 순례객

 은 말 그대로 죽음이다. 그리고 실제로 일사병으로 많이 실려가거나 죽기도 한다고 한다.

 까미노 떠나시는 분들은 한 여름을 피하시길~~~


 드넓은 메세타의 평원.

 아직은 봄이라 오전에는 비교적 선선한 바람이 불어 탁 트인 평원에 마치 바다를 보는 듯한 시원함 마저 느껴진다.


메세타 평원 안의 첫 마을이 저 앞에 보인다.

 호닐로스 마을.

 가게에서 잠시 쉬고~

 

 산티아고까지 469km의 이정표가 보인다.

 이미 말했지만 길을 가다 만나는 이정표의 거리는 정확하지 않다.

 각 마을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 대충 표시되어 있는 거리에서 ±20km 정도 생각하면 된다ㅎㅎ.


마을 전경.

왼쪽은 성당이고 오른쪽이 우리가 묵는 숙소이다.

 베드 수가 적은 관계로 늦게 온 사람들은 이렇게 수도원 강당의 간이 침대에서 자야 한다.

 하지만 길바닥에서 자지 않게 이렇게라도 재워주는 것만 해도 고맙다.

 

 저녁 식사.

 아까 가게에서 산 쌀과 어제 대도시에 있을때 남았던 부식들을 탈탈 털어 넣었다.

 겉저리와 소세지 볶음, 밥, 그리고 역시 가게에서 거금 4유로를 지불하고 산 2005년산 크리안자급 와인.

 

 보통 1유로짜리 '돈 시몬'이란 와인을 마시는데 이 날은 특별히 4유로를 지불했다.

 참고로, 까미노 길에서 4-6유로의 크리안자급이나 7-10유로 정도의 레제르바급을 마시고 있으면 옆의 사람들

 이 힐끔 힐끔 쳐다 본다. 마치 1유로짜리도 훌륭한데 왜 저 비싼 것을 마실까 하는 눈으로...ㅎㅎ

 한국의 와인바에 가면 최소 4만원에서 10만원까지 줘야 마시는 것들인데 (그러니 아예 안 먹지) 여기서라도

 가끔 마셔줘야 안 억울할거 아냐...그렇다고 그 사람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줄 수도 없다.

 다들 한국가서 와인장사 하겠다고 덤비면 누가 책임져?^^

 

 지금도 마트에서 스페인의 저렴한 Rioja산 와인을 발견하면 까미노에서 고생하며 마시던 그 맛이 그리워

 한 병씩 사서 마시곤 한다.


다음날 해도 뜨지 않은 새벽. 다시 길을 떠나고...
메세타에서는 선선한 오전에 되도록 많이 걸어 놓는 것이 좋다.

그늘 하나 없이 끝없는 평원.

저 분들은 독일에서 온 70세 정도 되신 할머니들이다.

나이가 들어도 얼마든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걸 저 분들은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까미노 길에서 만난 20% 정도는 60-70 정도 되신 분들이었던 것 같다.

길 위에서 친구들도 만들어 가며 즐겁게 여행하는 노인들의 모습..


산티아고까지의 여정을 무사히 마치게 해 달라는 기원의 돌탑.

점심때쯤 되니 다시 마을이 나타난다.

일단 좀 쉬자~~

 

4~5km 정도마다 나타나는 이런 카페는 순례객들이 다리 쉼을 하는 곳이다. 

그런데 1.5유로의 커피 한잔 값이 1유로의 보통 와인 한병 값보다 비싸다 보니 잘 들르게 되질 않게 된다.

그렇다고 매일 20km 정도를 쉬지 않고 걸을 수도 없으니 대부분은 길바닥에 대충 주저앉아 쉬고 이런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호화판으로 쉬는 것은 하루에 딱 한번만 하는 것이 이제는 우리의 불문율이 되었다.

이 곳은 우리가 새벽에 출발하여 10km쯤 걸어온 곳이니 쉬어도 되는 곳이다.ㅎㅎ



(계속~)

Posted by 소박한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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