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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의 한마디77

어느 비오는 날의 낙서 1. 아침부터 오른쪽 어깨 부분이 약간 욱신거리더니 지금도 여전하다. 간밤에 잠을 잘 못잤나 싶어서 목을 계속 이리저리 돌려 보지만 별 효과는 없다. 거실 창 옆으로 가서 상체는 똑바로 하고 고개만 틀어서 밖을 본다. 이렇게 하면 어깨가 조금 편하다. 어제부터 내리기 시작한 봄비는 거의 그친 듯 보이지만 하늘은 여전히 짙은 구름을 드리우고 있고, 산등성이의 운무 사이로 보이는 비에 젖은 건물들의 모습이 황량하고 차가워 보인다. 왜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모습은 항상 낯설게 느껴질까. 콘크리트 건물들의 숲에서 시선을 밑으로 내리니, 밤 사이의 비로 더욱 싱싱해진 아파트내의 가로수들과, 또 그 나무들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진홍빛의 아름다운 철쭉들 그리고 그 사이로 우산을 든 사람들이 바쁜 듯 걸어가고.. 2013. 5. 10.
공감할 수 없는 노벨상 수상 작가의 명작 설국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작품으로 두 편의 중편과 한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세 작품 모두 다 대사보다는 지문에 치중하는 작품이며, 따라서 왠만큼 집중하여 읽지 않고서는 소설의 깊은 맛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첫 작품 는 하층민을 멸시하던 당시의 사회적 풍조 속에서, 유랑극단의 북치는 어린 소녀에게 향하는 엘리트 남학생의 말 못하는 애틋한 심리를 서정적인 지문으로 절묘하게 녹아내어, 소설이 이래서 필요하구나 하는 느낌을 새삼 갖게 한다. 스웨덴의 한림원이 의 노벨상 수상 이유로서 '일본 정신의 정수를 표현해 낸 완성도 높은 너레이티브와 그 섬세함'이라고 발표했는데 역시나 세 작품 모두 곳곳에 주인공의 심리와 어우러진, 어둡지만 서정성 넘치는 표현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 분위기에 .. 2013. 5. 8.
악서가 인생에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 10여년 전인가 국내에서 어느 연쇄 살인범이 잡혔는데 범죄기술을 어디서 배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xxx가 쓴 소설 xx...에서 배웠습니다." 왜 하필이면 그런 책을 읽었냐고 기자가 묻자 또 이렇게 말했다. "재미있어서 읽었는데 읽다 보니까 따라하고 싶어졌습니다." 라는 말은 악서를 읽고 그 내용이 마음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여, 악서를 읽고 그 장면이 마음속에 기억으로 남아 자꾸 생각나고 급기야는 정신을 지배하여 행동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이야기이다. 악서의 영향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일설에 의하면 사람은 하루종일 6,000번도 넘는 온갖 생각을 하며 지낸다고 한다. 애인생각, 드라마 생각, 업무생각, 아이생각, 미래에 대한 걱정...등등 우리는 얼마나 많은.. 2012. 11. 26.
소설 <왕좌의 게임>을 원서로 읽으려면... 주) 2014.10.31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본문 미세 수정함. 시리즈의 독서를 끝냈다. 감탄스런 줄거리의 어른용 하드보일드 판타지답게, 사용되는 어휘나 방대한 숫자의 등장인물, 상상을 뛰어넘는 가상 세계의 규모 등으로 읽어 내는데 초반에는 엄청 힘들었음을 자인한다. 실제로 인터넷에 보면, 책 곳곳에서 나타나는 애매한 뜻을 물어보는 전세계 비영어권 독자들의 질문이 넘쳐난다. 소설에서 고어나 폐어 혹은 다중적인 의미를 지닌 단어들이 비교적 많이 사용되다 보니 이런 현상이 결코 무리도 아니다. 하지만 나의 짧은 영어실력은 고려하지 않고 그저 돈 10만원 아끼자고 번역판 대신 원서를 덜컥 사 버렸으니 이미 때는 늦은 터...이왕 질렀으니 썩은 나무라도 잘라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각오로, 나만의 방법으로 초반에 .. 2012. 9. 18.
왜 화장실에선 책이 잘 읽힐까? 화장실에서 책을 읽으면 그렇게 잘 읽힐 수가 없다.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글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거실에서 TV를 앞에 놓고 소파에 반듯하게 앉아 책을 보면, 10분이 가지 않아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것을 극복해 볼 양으로, 소파 한쪽에 쿠션을 대고 머리를 누인 자세로 길게 누워 책을 읽으면 이번에는 10분이 못가 졸음이 쏟아진다. 그렇다고 책을 읽자고 화장실에 주구장창 앉아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침실에서만 빈둥빈둥 누워 지낼 수도 없는 일이다. 결국, 소파에서의 독서를 몇 번 시도해 보다가 실패하고 내가 내렸던 결론은, 독서에 몰입할려면 환경이 받쳐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름 머리를 굴려 작년에는 독서대 2개를 사서 컴퓨터 옆에 비치해 .. 2012. 9. 13.
전자책이 결코 흉내 못내는 가정의 소중한 문화유산, 종이책 나도 전자책 애호가다. 전자책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휴대성과 간편성이기 때문이다. 4~10인치 남짓한 얄팍한 기기안에 읽고 싶은 책을 담아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대로 볼 수가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그래서 야외활동이 많은 사람들에겐 전자책 단말기가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 될 수 밖에 없다. 바로 그것이다! 전자책을 사는 이유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간편하게 책을 읽기 위하여"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몇 가지의 치명적인 약점이 숨어있다. 전자책을 읽더라도 최소한 그것만은 알고 읽어야 한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한번 해 보자.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전자책은 장기간의 정보 보존이 불가능하다. 책이란 우리가 읽을 수 있도록 종이위에 활자로 인쇄된 물질이다. 한 권의 책을 여.. 2012. 9. 10.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사는 확실한 방법 사회적인 지위고하를 떠나 죽어가는 환자 수백~수천 명에게 "당신이 지금 이 순간 가장 후회하는 것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해서 나온 답변들을 엮어서 출간한 국내외의 책이 의외로 많다. 외국 작가가 쓴 책들로는 과 등이 있고, 한국인 의사가 쓴 라는 책도 있다. 1970년대에 출간되어 지금은 인터넷에서 책 표지조차 구하기 힘든 마빈 포드가 쓴 이라는 책도 있다 ('죽음 저편'은 죽었다가 살아나 제 2의 인생을 살게 된 사람들에게서 듣는, 죽었을 때의 영혼의 체험담과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난 이후의 삶에 대한 각오가 실려 있다). 이 책들의 공통점은 죽음에 임박한 사람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들을 정리하여, 남아있는 사람들이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가르침을 준다는 것이다. 이 사람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2012. 9. 7.
독서의 감동이 인생에서 중요한 이유 인간이 발명한 것 중에서 가장 가치있는 것이 무엇일까? 컴퓨터니 자동차니 비행기니 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종이, 나아가서 종이를 묶어 책으로 만든 발상이 아닐까 한다. 종이에 글을 쓰고 그 글이 적힌 종이들을 묶어 정보를 보관해 오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컴퓨터도 비행기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류의 보물인 책은 오늘날 우리들 사람들에게 측량할 수 없는 가치와 소중한 간접 경험과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오늘은 독서의 혜택 중에서 감성적인 부분을 이야기해 보자. 양서를 읽고 느끼는 감동의 시간은 사람의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그 감동의 순간을 느끼는 때는 어리면 어릴수록 좋다. 왜 그럴까? 말할 필요도 없이 아이들로 하여금 양서에 취미를 붙여주기 때문이다. 언젠가 글에서도.. 2012. 9. 4.
무엇이 양서인지 가르쳐 주는 책, 카프카의 <변신> 어느 날, 자고 나니 나의 사람 형체는 온데간데 없고 침대 안에 한 마리 벌레가 누워 있다. 의식은 또렷하다. 나는 사람인가 벌레인가. 의식은 사람이되 육체적 기능은 완벽한 벌레로 변한 주인공이 식구들의 태도 변화를 관찰하는 묘사력이 생생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던 가장이 어느 날 갑자기 한 마리의 벌레로 변해, 쓰레기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끝내는 아무의 동정도 받지 못한 채 쓸쓸하게 죽어간다. 은 일을 하며 돈을 벌 때는 가족의 힘있는 가장으로서 인정을 받다가, 그 능력을 상실하게 되면 가차없이 군식구 취급을 받는 현대인의 냉정한 가족생활을 극명하게 풍자한 작품이다. 문득 예전에 어느 방송에서 기자가 서울역 앞의 나이 지긋한 노숙자에게 질문하던 장면이 기억난다. 기자 : 선생님.. 2012. 3. 4.
잘 나가는 박사 남편을 둔 그녀가 3년만에 이혼한 이유 얼마 전, 과거 몸담고 있었던 회사의 여직원이 퇴사를 한다며 찾아와 식사를 같이 했다. "회사는 왜 그만 둬?" 맥주를 한 모금씩 마신 후, 궁금함을 참지 못한 내가 물었다. "사실은 저 얼마 전에 이혼했어요. 회사 사람들은 아직 모르는데..이번 기회에 여행이나 좀 다니면서 쉴려구요." "아니 왜?" 가벼운 질문에 예상치 않은 답이 돌아오니 나도 모르게 살짝 당황했다. "그냥 그럴 일들이 좀 있었어요." 반가운 마음에 만난 자리의 분위기가 묘하게 되어 버렸다. 이런 저런 지난 이야기를 하다가 몇 마디 덕담을 건네고 헤어졌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마음이 살짝 무거웠다. 이쁘장한 얼굴로 많은 남자 직원들의 선망이었던 그녀는 3년 전, 그러니까 내가 회사를 그만두기 직전에 맞선을 보고 석 달 만에 결혼을 했다. .. 2011. 9. 1.